(M&A 빅뱅)⑤골리앗 삼키는 `미디어 다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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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07.05.16. 오후 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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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톰슨-로이터, 뉴스코프-다우존스 메가딜..미디어 업계 들썩
- 시너지 노리고 `물고 물리는` 싸움..인터넷도 M&A 가세
- 미디어 지각변동, 예측하기 힘든 형국

[이데일리 김국헌기자] 로이터의 나이는 156세. 블룸버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인 통신사로, 후발주자에 1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금융시장에서 전통적인 강자로 군림해왔다.

125년된 다우존스는 블루칩 중심의 다우지수로 시작해 미국 금융역사와 발자취를 함께한 경제 뉴스의 명가. 다우존스의 존재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위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WSJ은 월가의 투자 교과서이자, 월가 금융인을 움직이는 막강한 권부이기도 하다.

수많은 뉴스를 쏟아내며 세계 금융시장을 쥐고 흔들던 언론계의 골리앗들이 최근 뉴스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캐나다와 호주의 신문사에서 출발, M&A를 통해 힘을 키워온 강력한 다윗들이 이들을 삼키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미디어 지각변동 불가피..`영원한 1등은 없다`

인터넷의 출현으로 이미 변화의 격랑을 겪어온 전통 미디어 업계는 새로운 강자들의 부상으로 다시 격동기를 맞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다우존스 인수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심지어 블룸버그통신까지 모두 인수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을 정도다.

미디어 M&A 전문 투자은행 조던 에드미스턴 그룹의 톨맨 제프스 이사는 "옛 미디어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고, 다양화된 미디어만 존재할 뿐"이라며 "모든 미디어 기업들이 새로운 고객에 맞는 모델을 찾기 위해 새 틀 짜기에 들어 갔다"고 말했다.


전통적 미디어의 재편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엔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마이애미 헤럴드 등을 보유하고 있던 미국 2위 미디어 그룹 나이트 리더와 트리뷴이 스스로 매물로 나섰다. 나이트리더는 맥클래치(MaClatchy)에, 트리뷴은 부동산 갑부 샘 젤에 82억달러에 팔렸다.

와중에 새로운 주자들이 등장했다. 변방에서 출발한 이들은 M&A 전략으로 세를 불린뒤 대륙을 넘나드는 메가 딜로 강호의 고수들을 공략, 지각변동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업계 1위`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수식어가 됐다. 캐나다의 금융정보 서비스업체 톰슨 파이낸셜이 영국 로이터와 합병, 시장점유율을 34%로 끌어올렸고 미국의 블룸버그는 더 이상 `세계 최대 경제통신사`(점유율 33%)라는 명함을 내밀지 못하게 됐다.

한편에서는 호주의 언론 재벌 루퍼드 머독이 전통의 다우존스를 인수, 산하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내세워 영국의 자존심 파이낸셜타임스(FT)를 꺾어버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우존스는 반발하고 있지만 머독은 대주주인 뱅크로포트 가문에 편지를 보내 인수의지를 명확히 했다.

20여년전인 1973년 10월 "호주 신문 발행인이 미국의 주간 타블로이드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던 월지가 `그 호주인(머독을 지칭)`에게 인수당할 처지가 된 것이다.

◇강점과 강점을 더해라..`시너지 배가`

IT의 발전과 인터넷의 확산으로 사양산업으로까지 여겨졌던 언론·미디어 업계에서 대형 M&A가 빈발하는 이유는 뭘까. 톰슨과 로이터는 덩치 자체보다는 서로의 강점을 결합한 시너지를 M&A 배경으로 꼽는다.


두 회사의 상반된 특성이 결합할 경우에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더 높아지면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는 것. `1+1=3`을 노렸다는 설명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인지도가 높은 톰슨이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등 다양한 지역에서 고객층을 확보한 로이터와 결합할 경우, 지리적으로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톰슨의 지난해 매출에서 미국의 비중은 80.6%에 달한다. 또 오랜 기간동안 금융정보를 쌓아온 톰슨과 뉴스에 강한 로이터가 손을 잡으면 좀 더 부가가치가 높은 경제정보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도 배경이 됐다.

뉴스 코퍼레이션의 루퍼트 머독 회장도 뱅크로프트 가문에 다우존스를 50억달러에 매각하라고 설득할 때, 이같은 지리적 강점과 온라인 소스 확보를 내세웠다.

선, 뉴스 오브 월드, 선데이 타임스, 타임스 등 영국 신문을 보유한 뉴스 코퍼레이션과 한 배를 타면 유럽 시장에서 발행부수 25만부의 파이낸셜타임스(FT)를 제칠 수 있는 든든한 아군을 얻게 된다는 것. 월지의 유럽시장 발행부수는 10만부에 달한다. 또 중국, 인도, 유럽 등 광대한 범위의 웹 기반이 월지의 온라인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강점이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


한 때 신문산업의 미래에 대해 회의를 품다가 다시 신문의 가능성을 확인한 머독 회장은 월지의 막강한 콘텐트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뉴스 코퍼레이션은 올해 후반에 CNBC에 대항하는 경제뉴스 전문 채널 `폭스 비즈니스 뉴스 채널` 방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 미국의 텔레비전 방송국 35곳과 수많은 소속 매체에서 얼마든지 월지의 콘텐트를 소비할 수 있다. 올해 다우존스 수익 전망치의 17배나 되는 값(50억달러)을 부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의 인수시도는 과감하고 공격적이었지만 이같은 행보는 후발주자들의 성장을 거듭해온 역사이기도 했다.

◇새로운 강자가 걸어온 길..`첫째도 M&A, 둘째도 M&A`

최근 메가딜의 주체들은 작은 신문사에서 출발, M&A를 통해 글로벌 미디어로 성장한 입지전적인 기업들이다. 세계 3대 통신사 로이터를 집어삼킨 톰슨은 1950년대만 해도 캐나다 신문 `티민스 프레스`에 불과했다.

▲ 톰슨 코퍼레이션의 최근 순매출 추이(단위: 백만달러)
톰슨의 창업자 로이 허버트 톰슨은 영국의 타임스, 선데이 타임스, 스코츠맨, 스코티시 텔레비전 등 주요 ㅐ체들을 인수하고 잡지와 도서 출판 사업에서 막대한 부를 창출하면서 정보 제공 사업에 눈을 떴다.

그의 아들 케네스 톰슨은 지난 1976년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아 정보를 전자 발송하는 기술 시스템을 정비하면서, 톰슨 코퍼레이션은 북미 지역에서 정보 제공업체로 도약했다. 그는 불과 30년 만에 기업가치를 60배로 불렸다.

루퍼트 머독 회장의 삶은 치열한 M&A 역사다. 1953년 아버지 키이스 머독으로부터 오스트레일리아 석간 신문 `뉴스`를 물려받아 신문, 방송, 인터넷 등 아우르는 미디어그룹을 일궈냈다. 그는 출판사 2곳, 신문사 37개사, 잡지 34개, 라디오 방송국 3곳, 음반사 1곳 등과 함께 수많은 방송사, 케이블 채널, 위성TV, 인터넷 웹사이트 등을 쇼핑하듯 사들였다.

호주 토박이 머독 회장이 영국(1968년)과 미국(1973년)을 진출할 초기에만 해도 현지 언론으로부터 `더러운 도굴꾼(호주 군인)`이란 비난을 들으며 큰 반발을 불렀다. 하지만 영국과 미국의 언론사들을 인수하기 위해 미국 국적까지 취득하며 철저히 현지화 전략을 구사, 현지 경쟁사들의 반발과 제도 규제도 넘어섰다.

◇`잘나가는 인터넷..M&A 경쟁 더 치열`

미디어 업계의 지각변동은 기존 신문·방송 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의 확산으로 등장한 뉴미디어의 M&A 열기는 더욱 뜨겁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부를 축적한 대형 포털과 검색엔진들은 뉴스는 물론 동양상과 광고업체까지 거둬들여 새로운 미디어 제국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세계 1위 인터넷 검색엔진 구글은 16억5000만달러에 유튜브를 사들인 데 이어 지난 4월 인터넷 광고업체 더블클릭을 31억달러에 인수했다. 지난해 인터넷 광고 시장은 전년대비 36% 성장하는 `황금알 시장`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광고에서 구글에 밀려 고전중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야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금융시장이 예상 인수가격을 500억달러까지 부르며 인수 여부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한편에서 머독 회장이 미국판 `싸이월드` 마이스페이스를 인수하는 등 후발 주자들은 인터넷의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국내도 마찬가지. 포탈과 새로운 형태의 매체들이 속속 등장, 기존 미디어 시장을 흔들면서 꾸준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기존 미디어 업계의 구조조정과 재편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강력한 후발주자들과 인터넷 업체들이 M&A 시장에 뛰어들면서 글로벌 미디어 산업의 지각변동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끝나게 될 지 누구도 가늠하기 힘든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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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헌 (paper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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