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학살지' 日다이지 '고래공원' 추진…"또다른 수족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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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3.30. 오후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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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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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다이지에서 돌고래를 포획하는 모습. 바다가 핏빛으로 물들었다.(사진 다큐멘터리 '더 코브' 캡처)© News1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돌고래 학살지'로 악명높은 일본 다이지가 잡힌 고래들을 가둬 공원을 만드는 사업을 추진한다. 환경단체들은 "또다른 수족관을 만드는 꼴"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0일 재팬타임스에 따르면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는 돌고래와 고래 등을 가두고 살게 하는 시설 설립을 추진 중이다. 다이지 마을에 있는 400m정도의 만 입구를 그물로 막아 공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가즈타카 산겐 다이지시장은 "다이지를 돌고래와 고래의 세계적인 연구센터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이 지역의 고래류들은 우리의 천연자원으로, 미래에도 지속해서 의존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산겐 시장과 시 공무원들은 이같은 계획을 위해 지난해 또 다른 고래 학살지로 유명한 덴마크 자치령 페로제도의 클라스빅를 찾아 교류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또한 다이지는 중국과 1500만달러(약 160억원) 계약을 맺고 사육사 교육 및 매년 60마리 이상 돌고래를 수족관에 수출하기로 했다.

일본은 과학적 조사를 이유로 포경(고래잡이)을 지속하고 있는 나라로, 다이지에서는 매년 9월부터 4월까지 돌고래를 만으로 몰아 가둔 뒤 쇠꼬챙이 등 작살로 잡는 방식으로 고래를 잡고 있다. 매년 도살되는 돌고래는 1000마리 정도.

동물환경단체들은 이같은 포경행위를 반대했고, '더코브' 등 각종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잔인한 실태를 공개해왔다.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비난이 나오자 일본동물원수족관협회(JAZA)는 지난 2015년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의 경고에 다이지에서 잔인하게 포획된 돌고래들의 반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오히려 다이지는 JAZA를 탈퇴한 뒤 사냥을 멈추지 않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그동안 다이지의 고래 포획도 문제지만 현재 추진 중인 고래공원 계획도 문제라며 비판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수족관이 사라지는 추세인데 다이지의 계획은 마치 자연에 풀어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족관의 일종으로 편법운영한다는 것이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의 조약골 대표는 "다이지 앞바다에서 잡은 고래들을 일종의 대형 수족관에 다시 가둬 1년 내내 관광사업에 활용하겠다는 뜻"이라며 "세계적으로 돌고래 포획에 대한 비난을 받고 있으니 살짝 시선을 돌려 관광사업을 키우는 편법"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중국과의 계약 등으로 봐도 돌고래 사냥 포기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지에서 반대운동을 하는 것에 대해 日 경찰들이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있어 쉽지 않지만, 현지 시민단체들과 교류를 강화하면서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도 지난 27일부터 개정된 야생생물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시행되고 있다. 시행령에는 다이지에서 잔인하게 잡힌 돌고래들이 수입 금지되는 내용들이 포함돼있다.

국내 수족관에 사는 돌고래들이 대부분 다이지에서 온 걸로 미뤄볼 때 이번 시행령으로 국내 돌고래 수족관도 세계적 추세처럼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국내 수족관에 사는 돌고래 39마리 중 70%가 다이지에서 왔을 만큼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lgi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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