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은 김정은 대변인"…나경원 발언에 몸싸움 벌인 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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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나경원, 국회 윤리위 회부"…한국당 "당부 표현"
평화·정의 "있어서는 안 될 막말" 바른 "與, 과민"


12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 도중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날 선 발언을 하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의장석으로 나가 항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으로 비유하면서 국회가 아수라장이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죄라며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키로 한 반면 한국당은 당부의 표현이라며 충돌했다.

나 원내대표는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은 이제 부끄럽다"며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게 해 달라"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에 즉각 "사과하라", "(발언을) 철회하라"며 일제히 항의했다. 일부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퇴장했고, 홍영표 원내대표는 단상으로 뛰어가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항의했다.

정양석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연설을 방해하는 경우가 어디에 있느냐"며 홍 원내대표를 제지하자, 이철희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권한대행이 "그만하라"며 고성을 지르고, 이에 권성동 한국당 의원과 몸싸움을 벌이는 진풍경이 벌여졌다.

여당의 사과 요구와 한국당의 박수 소리로 뒤섞여 한때 파행을 겪던 대표연설은 56분 만에 종료됐다. 나 원내대표는 "하고 싶은 말도 못 하는 게 의회냐. 연설을 마칠 때까지 (단상에서) 내려갈 수 없다"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12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 도중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김정은 수석 대변인”, “헌정농단”, “좌파 포로 정권”등의 발언을 하자 의장석으로 나가 항의하던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정양석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 권성동 의원 등 한국당 의원과 언쟁하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나경원에 박수 보낸 한국당, 사퇴하라는 민주당

본회의 직후 여야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한국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나 원내대표에게 "잘했다"며 박수와 연호를 보내자 나 원내대표는 두 팔을 들어 올리며 미소로 화답했다.

나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수석대변인' 발언에 대해 "원고를 잘 읽어보면 그런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는 말이었다"고 했다. 민주당이 윤리위 제소를 추진하는 데 대해선 "민주당이 독선과 오만, 상대방 의견에 안 듣는 자세로 간다면 앞으로 한국의 미래가 더 어려워질 것이고 문재인 정권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희경 대변인도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수석대변인' 표현은) 이미 외신에서 보도된 것"이라며 "그런 소리를 듣지 않게 해달라는 게 국민의 목소리"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이) 표현 하나만을 떼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행태를 보인 것은 청와대만 어필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에 대한 사과는 외신의 표현을 빌려가면서까지 실정을 지적하고 국민적 걱정을 전달한 야당 대표가 아니다"라며 "이런 현실을 초래한 청와대와 권력의 눈치를 보며 이를 방치한 민주당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반면 본회의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나 원내대표를 윤리위에 회부하기로 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 자리에서 나 원내대표의 '수석대변인' 발언에 대해 "대한민국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죄"라며 "정치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격분했다.

민주당은 아울러 나 원내대표의 사과가 없을 시 원내대표직 사퇴를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나 원내대표가) 이런 부분에 대해 명백한 사과를 하지 않으면 즉각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야3당도 의견이 엇갈렸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과한 면이 있지만 국회는 그런 얘기를 들어야 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특히 '수석대변인' 언급에 대해선 "과거 미국 언론에서 나왔던 얘기"라며 "저는 개인적으로 (민주당에서) 과민한 반응을 (보이지 않나) 싶다"라고 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박주현 평화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나 원내대표의 '수석대변인' 발언은) 일부러 싸움을 일으키는 구태 중의 구태 정치행태"라고 비판했다. 김종대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있어서는 안 될 막말이 제1야당 원내대표 입에서 나와서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라고 밝혔다.

데일리안 조현의 기자 (honeyc@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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