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혁진의 기자수첩] 이재용과 삼성에 고개 숙인 증권사
[오혁진의 기자수첩] 이재용과 삼성에 고개 숙인 증권사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8.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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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경영승계 뇌관 삼성바이오로직스...중징계 땐 상폐까지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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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권신문 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해 대한민국은 수조원의 손실을 입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적 손실은 수조원대에 이른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부회장의 승계에 대한민국 정치권은 물론 관계, 금융계가 이 부회장의 승계를 향한 길을 닦아 줬다. 금융계 내에서도 특히 증권사들은 앞 다투어 이 부회장 승계에 유리한 보고서들을 작성했다. 대한민국 전체가 삼성을 향해 고개를 조아린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은 증권가의 초미의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이 부회장의 승계가 불법적이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스모킹 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과 관련해 보고서들은 증선위 결과에 따라 국민을 속이는 나쁜 증권사로 낙인이 찍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 승계의 또 다른 뇌관이 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과 증권사들의 문제에 대해 다뤄본다. 

국민보단 이재용 택한 증권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일은 2015년 5월 26일이다. 합병 이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제일모직의 대주주였고,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로직스)의 대주주였다. 2015년 4월 10일부터 2015년 5월 25일 가치합산 방법으로 제일모직의 가치를 평가한 증권사는 총 9곳이다. 이들 증권사 중 ‘바이오젠 콜옵션’을 언급한 곳은 2곳이다. 키움증권은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에 대한 지분율이 50.1%로 희석된다‘고 명시적으로 반영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현대증권은 콜옵션의 존재로 로직스 지분율 하락 가능성을 언급했다. 나머지 7곳은 콜옵션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

앞서 바이오젠은 2012년 로직스와 체결한 ‘주주간 약정’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의 지분을 ‘50%-1주’까지 취득할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었다. 로직스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에피스 주식 90.3%를 보유했다. 이는 2015년 8월 증자에 의해 91.2%가 되기 이전의 지분 수준이다. 바이오젠은 지난 6월 에피스 총 발행주식의 40.3%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했다. 당초 바이오젠은 9.7%를 보유했고 콜옵션을 통해 40.3%의 주식을 얻게 됐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기업가치 평가 의뢰를 받은 안진·삼정회계법인이 ‘콜옵션 행사’를 언급하지 않은 증권사 7곳의 보고서를 보고 로직스의 가치를 평가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안진과 삼정회계법인 로직스의 가치를 엉터리 보고서로 평가했다는 주장이다.  

이들 회계법인은 증권사 보고서를 근거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을 1대 0.35로 정했다. 제일모직의 가치가 삼성물산의 3배로 평가됐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그 동안 참여연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등은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로직스의 가치가 회계상 지나치게 부풀려지면서 제일모직의 가치가 높아졌다고 주장해왔다. 이재용 부회장은 금전적 이익을 얻었고, 삼성물산 주식을 더 많이 가지고 있던 국민연금은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실제 정치권에서 안진과 삼정회계법인이 객관적이지 못한 자료를 활용해 로직스의 가치를 계산한 것이 드러난 바 있다. 지난 8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금융위원회에 2015년 5월 안진·삼정회계법인이 국민연금공단에 제출한 '제일모직에 대한 가치평가 보고서'에 담긴 로직스 가치추정 방식을 물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증권선물위원장)은 해당 회계법인들이 증권사 보고서에 적혀있는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종합해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삼성바이오 가치를 계산해냈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당시 "(회계법인 보고서가) 시장에서 유통되는 증권사 보고서에 근거해 작성됐다는 충격적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키움증권과 현대증권 외 증권사들의 보고서에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콜옵션 부채의 가치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증권사 보고서들은 이런 치명적인 하자를 가져서 (제일모직 등의) 가치 평가에 그대로 사용할 수 없는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콜옵션 행사’를 언급하지 않은 증권사 7곳이 삼성에 고개를 숙이고 국민을 속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로직스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보게 한 것이다. 무슨 생각으로 증권사 7곳이 ‘콜옵션 행사’를 언급하지 않았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삼성, 증권사 압박 있었나

본지는 지난 3월 <삼성, 증권사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보고서 조작설 전모>에 대해 보도했다. 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한국투자증권 등 대부분의 증권사가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 긍정적인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대형증권사들 중 한화투자증권이 제일모직의 합병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냈다. 당시 김철범 전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시 보고서를 통해 합병산정비율을 이유로 국민연금도 ‘반대’ 의견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이 증권사에 압력을 행사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긍정적인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화투자증권이 삼성의 압력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시 20곳이 넘는 증권사들이 합병에 긍정적인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삼성이 압력을 증권사들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얘기도 돌은 바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시 사장이었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2016년 12월 ‘최순실 청문회’에서  한화와 삼성으로부터 압력을 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주 전 사장은 “우리나라 재벌들은 기본적으로 일종의 조직폭력배와 운영하는 방식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번에도 본지는 ‘바이오젠 콜옵션’을 언급조차 하지 않은 7개의 증권사가 제일모직의 가치를 평가한 안진·삼정회계법인으로 압박을 받았는지, 삼성으로부터 압박이 들어왔는지 취재했다. 

7곳 증권사는 대부분 같은 답변을 내놨다. “삼성으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았다”였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콜옵션을 언급하면 로직스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와 연관이 되어있다’, ‘콜옵션 행사를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할 것 같다’ 등의 증권업에서 일하는 직원들 사이에서 얘기가 돌았다”고 주장했다. 
 
본지는 ‘바이오젠 콜옵션’을 언급하는 보고서를 작성한 키움증권과 현대증권 관계자를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수차례 요청했으나 닿지 않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젠 콜옵션’이 쟁점이다. 증권사 보고서에 당연히 언급하는 게 맞다. 로직스의 최대주주가 제일모직이고 제일모직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이었다”라며 “로직스가 곧 이 부회장의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로직스, ‘상장폐지’되나

로직스가 상장폐지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증권업계를 감싸고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사후적으로 합리화할 목적으로 회계처리 변경을 계획한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이 나왔기 때문. 

지난 2일 한겨레는 로직스는 회계처리 변경 계획을 사전에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 상세히 보고하고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의 삼성바이오 내부 문건을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에 제출했다. 증선위가 31일 정례회의를 열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재심의를 시작한 가운데, 금감원이 내놓은 새 증거가 고의적 분식을 입증할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감원이 새롭게 확보한 증거는 로직스와 삼성그룹 미전실 사이에 오간 전자우편이다. 로직스는 ▲바이오젠과 합작계약서를 소급해 수정하는 방안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만드는 방안 ▲연결 자회사로 유지하되 콜옵션 평가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 등 3가지 안을 그룹 미전실에 보고했다. 로직스는 이 방안들을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의 감사를 맡은 삼일·삼정 회계법인과도 함께 논의했다. 

앞서 삼정회계법인은 ‘바이오젠 콜옵션’을 언급하지 않은 증권사 7곳의 보고서를 분석한 곳이다. 

금감원은 이런 일련의 과정이 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회계를 입증할 중요한 증거가 된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금감원은 계약서를 소급 수정하겠다는 등 적극적인 의도를 보인 점과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그룹 미전실의 개입이 확인된 것에 주목했다. 

한편 증선위는 지난 7월 삼성바이오가 콜옵션 조항을 공시하지 않은 게 고의성이 있다며 검찰에 고발 조처하면서도 고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선 판단을 보류한 채 금감원에 재감리를 요청했다. 재심의에서 중징계 처분이 나면 상장 폐지까지도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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