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협상 중단 고려’ 북 메시지, 미국의 진지한 대응 필요하다
최 부상의 회견은 북·미 실무협상 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11일 “우리는 토털 솔루션(일괄해결)을 원한다”며 북한에 ‘일괄타결식 빅딜’을 요구한 것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어 보인다. 하노이 회담 이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연일 대북강경론을 설파하더니 협상파인 비건 특별대표마저 같은 목소리를 냄으로써 협상 구도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전으로 후퇴한 것에 대한 허탈감과 회의감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이번 발언이 북한 정부기관의 공식 발표가 아니라 외신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을 빌렸다는 점,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관계는 여전히 좋다고 한 점을 보면 미국의 반응을 지켜본 뒤 행동을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판을 깨겠다는 경고라기보다는 협상이 진지하게 이뤄지도록 여건을 조성하라는 요구에 가까워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메시지를 다각도로 읽고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간의 협상 태도에서 문제점이 없었는지를 돌아볼 필요도 있다. 최 부상이 “미국은 정치적 이해를 추구하느라 바빴지 결과를 내기 위한 진실한 의도를 갖고 있지 않았다”고 한 것은 협상을 국내 정치의 종속변수로 여기는 태도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기이한 협상태도에 곤혹스러워했다”거나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보좌관이 적대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협상을 방해했다”고 한 점도 새겨봐야 한다. ‘대화 상대로 진지하게 대우해달라’는 북한의 요구는 부당한 것이 아니다.
최 부상의 입장발표가 미국의 강경대응으로 이어져 북·미관계가 경색되고, 한반도 정세가 긴장으로 치닫는 상황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 북·미 양측 모두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조속한 대화 재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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