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는 문화가 아니라 범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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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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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김학의·승리와 정준영, 3월 15일 우리 사회 성접대 문화 종언의 날
장자연과 그가 남긴 글 일부. KBS 캡쳐.


후일 2019년 3월 15일은 어떤 날로 기억될까. 남성 중심의 접대 문화의 종언이 선언된 날로 기억되길 바란다. 이날 고(故) 장자연 리스트 목격자가 수사 연장을 요구했고, 성(性) 접대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차관이 검찰 출두 명령을 받았고, ‘버닝썬 게이트’ 승리가 새벽까지 성접대 의혹 등으로 조사를 받았다. 성 접대 의혹을 받는 이들이 한꺼번에 세간의 주목을 받은 날이다.

장자연 리스트 작성을 목격한 배우 윤지오. 뉴시스


피해자 등은 이날 성접대 강요 등으로 피해를 입은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을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배우 장자연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작성한 문건을 직접 목격한 배우 윤지오씨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소시효 연장 등을 통한 진상 규명과 가해자 처벌을 촉구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성매매 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등 여성단체가 주최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및 고 장자연씨 사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이었다.

검찰 과거사위 김학의 사건-장자연 사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 뉴시스.


그는 이 자리에서 “(장자연 사건이) 단순 자살이 아니라고 보고 수사에 들어가면 공소시효가 최대 25년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슈가 이슈를 덮는 불상사가 되풀이되지 않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부실했던 수사가 이제라도 제대로 진행되도록 대검찰청 과거진상조사단의 조사기간이 연장되길 바란다는 취지였다.

장자연씨는 2009년 3월 유력 언론사 관계자, 기업인, 연예기획사 관계자 등에게 성 접대를 강요받았다고 폭로한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검찰은 성 상납 의혹 관련 연루자를 모두 무혐의 처분해 논란이 됐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이 회견에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 접대 의혹’ 사건 피해자 A씨도 참석했다. 김 전 차관으로 지목된 남성이 등장하는 동영상 속 여성이 자신이라고 밝힌 A씨는 “지금도 많이 힘들고 떨린다. 살려 달라. 그들의 협박과 권력이 너무 무서워 몇 번의 죽음을 택했다가 살아났다. 그들을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학의 전 차관은 지난 2013년 건설업자 윤모씨로부터 강원도 원주의 한 별장에서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다.

당시 성관계 추정 동영상이 발견됐지만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2014년 A씨가 김 전 차관을 성폭력 혐의로 고소해 재수사가 이뤄졌지만 검찰은 다시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다. 그는 이날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여성단체들은 “철저한 진상 규명이 없다면 이 같은 성폭력 사건에 대한 불의한 권력 행사는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조사 기한 연장과 진상 규명, 피해자들에 대한 2차 피해 방지 등을 촉구했다. 관련 사건을 조사 중인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활동기간 재연장 없이 이달 말 활동을 종료하기로 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장자연 사건 수사 연장을 촉구 서명이 사흘 만에 40만명을 돌파했다.

가수 정준영(횐쪽 사진)과 빅뱅 멤버 승리.


‘버닝썬 게이트’의 중심인물인 빅뱅 멤버 승리는 성 접대 혐의 등으로 전날 소환돼 이날 오전까지 경찰 조사를 받았다. 가수 정준영은 여러 여성과 성관계를 불법 촬영하고 유포한 혐의로 조사받았다.

장자연 리스트 등장인물들, 김학의 전 차관, 승리와 정준영의 공통점은 여성을 하나의 인격이 아닌 성적 노리개로 삼는 성범죄 의혹에 연루됐다는 것이다. 안서연 변호사는 “1~2년 사이 법적으로 성범죄를 엄단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성접대 등 남성 중심의 문화가 급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성 접대라는 말 때문에 접대의 좋은 의미까지 변질됐다는 게 참 안타깝다”며 “성매매와 대가성이 포함된 성 접대는 문화가 아니라 범죄이고 반드시 없어져야 할 적폐”고 말했다. 일련의 사건 전개 여성들의 목소리는 이제 시대가 여성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는 남성 중심의 접대 문화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로 받아들여져야 할 때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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