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운 국제 무역질서 붕괴될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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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언론도 “최대 정책 실수” 비난
美 항공-車등 제조업체 원가 상승… 경쟁력 약화땐 일자리 감소 ‘부메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일률적으로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자 자동차와 항공 등 미국 내 제조업체도 직격탄을 맞았다. 철강과 알루미늄 원가 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와 수출시장에서의 무역 보복 등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1일(현지 시간) 미 뉴욕증시에서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의 주가는 전날보다 각각 4%, 3% 하락했다. 항공기회사 보잉과 중장비회사 캐터필러 주가도 각각 3.5%, 2.8% 떨어졌다. 반면 철강회사 US스틸 주가는 5.7%, 알루미늄회사 뉴코어는 3.3% 상승해 대조를 보였다.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이 오르면 자동차, 중장비, 항공기 회사의 원가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항공기 시장의 ‘큰손’인 중국이 무역 보복에 나설 경우 미국 회사인 보잉사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철강 및 알루미늄 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난 자리에서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밝히며 “과거에 철강회사들은 지금보다 더 컸다”며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관세’가 미국 제조회사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일자리를 없애는 ‘잡 킬링(job killing)’ 규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리디아 콕스 하버드대 교수 등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철강을 이용하는 산업은 철강회사의 80배에 이르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을 그동안 높게 평가해온 보수 성향 월스트리트저널(WSJ)마저도 관세 부과 정책을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가장 큰 정책적 실수’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WSJ는 사설에서 관세 부과를 사실상의 ‘세금 인상’이라고 지적하고 “(해당 정책은) 미국의 노동자들을 더 아프게 하고 (다른 나라의) 보복을 불러 미국의 수출길을 막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펼치는 데 필요한 한국은 미국의 전체 철강 수입량 중 10%를 차지한다”며 “관세 부과는 세계 평화를 위협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에 “중국도 같은 논리를 사용할 수 있다”며 “미국이 세운 국제 무역질서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 (관세 부과에 따른) 진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한기재 기자
#미국#트럼프#무역#철강#알루미늄#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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