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불발로 끝나면서 북·미 간 긴장 국면이 조성되는 가운데 중국과 유엔에 주재하는 북한대사가 급거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나 대북 제재 문제 대응책 등과 관련해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고 관련 지침을 하달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와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이날 오후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고려항공을 이용해 평양으로 떠났다. 주중 북한대사와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북·미 비핵화 협상과 유엔 대북 제재 문제 등에 있어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위치다.
베이징 소식통은 이들의 긴급 소환 배경에 대해 “북·미 정상회담이 아무 소득 없이 끝난 뒤 오히려 미국이 대북 제재 강화 움직임을 보이는 등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어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고 관련 지침을 내려보내려는 차원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미 협상과 관련해 새 지침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현지 분위를 듣고 방향을 설정하는 데 참고하기 위한 측면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최고인민회의 개최를 위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성 대사는 최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편지를 보내 유엔의 대북 제재 때문에 오는 9월 북한에서 열기로 했던 유엔 산하기구 국제회의가 무산됐다고 반발했다.
미국과 북한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군축회의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책임 공방을 이어갔다. 일림 포블레티 미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보는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만이 북한이 안전, 번영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북한과의 무기 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명백하게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영철 제네바주재 북한대표부 참사관은 “15개월간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했는데도 전면적 제재가 유지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비핵화 이전에 제재 완화는 불가능하다는 건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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