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포항지진, ‘인재’였다 [포항지진 조사 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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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3.21. 오전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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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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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지열발전소 지열정에 유체 주입
ㆍ단층대 활성화시켜 지진 촉발”
ㆍ정부연구단, 1년 만에 공식 발표
ㆍ시민들 정부 상대 손배소 늘 듯



2017년 11월15일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정부조사연구단의 결론이 나왔다. 철저한 사전 준비 없이 추진된 정책이 국내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한 지진의 원인으로 공식 확인된 것이다. 정부는 사업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엄정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는 포항 시민들이 지열발전을 추진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을 분석하기 위해 대한지질학회 주관으로 1년여간 연구를 수행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연구단장을 맡은 서울대 이강근 교수는 “지열발전을 위해 지열정을 굴착하고 물을 주입하면서 (규모 2.0 미만의) 미소지진이 순차적으로 발생했고, 그 영향이 누적되면서 포항지진이 촉발됐다”고 말했다. 해외조사위원회에 참여한 세민 게 미국 콜로라도대 교수도 “지열발전을 위해 주입한 고압의 물이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를 활성화하면서 포항지진을 촉발했다”고 설명했다.

조사연구단에 따르면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이 이뤄진 2016년 1월 이후부터 2017년 11월 포항지진 직전까지 인근 지역에 발생한 지진이 96회에 달했으며 이들 지진은 물 주입 시기에 집중 발생했다. 지열발전소는 2016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5차례에 걸쳐 총 1만2800㎥의 물을 주입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진 원인으로 지열발전을 지목하는 학계와 주민들의 주장이 제기되자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포항지진 조사연구단’을 구성해 지난해 3월부터 정밀조사를 해왔다.

지열발전은 지하에 물을 주입한 뒤 지열로 데우고, 이때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원리다. 4㎞ 이상 지하에 물을 고압으로 주입하는 과정에서 지반이 약해지고, 단층에 응력이 쌓이게 돼 지진의 원인이 된다는 우려가 국내·외 학계에서 제기돼 왔다.

정부는 “조사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포항 지열발전소 사업을 영구 중단하고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의 진행 과정과 부지 선정의 적정성 여부 등에 대해 엄정하게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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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환경, 생태, 기후변화, 동물권, 과학 분야의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보다 정확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쓰기 위해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에서 열공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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