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따뜻하게 ‘코리아 스타일 원조’]<2>볼리비아 '한국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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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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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사망 슬픔 없게… ‘母子보건 仁術’ 펼쳐

카를로스 피델 우르키에타 갈반 ‘한국병원’ 원장(오른쪽)은 “엘알토 지역 아이들은 영양 부족과 위생 불량으로 감기만 걸려도 폐렴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엘알토=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카를로스 피델 우르키에타 갈반 ‘한국병원’ 원장(오른쪽)은 “엘알토 지역 아이들은 영양 부족과 위생 불량으로 감기만 걸려도 폐렴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엘알토=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지난해 10월 말 찾아간 볼리비아 행정수도 라파스 인근 엘알토 시의 ‘오스피탈 코레아’(한국병원). 18개월 된 안데르손 토니 곤살레스가 얼굴을 엄마 쪽으로 향한 채 침대에 힘없이 누워 있었다. 입원 5일째였다. 아이는 고열에다 기침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 진단은 폐렴. 이곳에서는 빈혈과 영양부족이 겹쳐 작은 병도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병을 키우는 어린이들이 많아 의료 수준이 얼마나 낙후한지 잘 보여줬다.

곤살레스의 엄마 블랑카 실비아 조케바레라 씨(22)는 “엘알토처럼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오스피탈 코레아 같은 훌륭한 시설을 갖춘 병원이 있어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해발 약 4100m의 엘알토에 위치한 한국병원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무상원조로 50만 달러를 들여 1998년에 지은 것으로 처음에는 병상 18개로 시작했다. 이런 이유로 병원 이름에 ‘한국’을 넣고 로고에는 태극무늬를 바탕에 깔았다.

KOICA가 모자보건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병원을 지어 준 것은 한국이 아직 가난했던 시절을 기억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정종혁 KOICA 볼리비아사무소장은 “병원을 찾는 아이들과 산모들을 보고 있으면 영양부족 실태 등이 1960, 70년대 한국의 아이들을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한국은 가난할 때 그다지 심각하지도 않은 병에 걸린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던 경험이 있다”며 “한국병원은 볼리비아에서 그런 아이들을 줄이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OICA는 2006∼2008년 125만 달러의 2차 지원을 통해 한국병원이 필요로 하는 의료 기자재를 확충하고 건물 증축을 도왔을 뿐만 아니라 볼리비아 의료진을 한국으로 불러 연수도 시켰다.

이런 지원 덕분에 한국병원은 현재 105개 병상에 내과 부인과 소아과 등 총 55명의 의사가 진료하는 병원으로 성장했다. 볼리비아 전체에서 10위에 해당한다. KOICA는 곧 840만 달러 규모의 3차 지원을 시작해 병원 시설을 개선하고 인력도 확충할 계획이다.

볼리비아는 약 1020만 명의 인구 중 77%가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 엘알토 같은 서부 고원지대를 비롯해 북부 아마존 지역은 기초의료시설이 극히 취약하다. 3세 이하 유아 10명 중 6, 7명이 빈혈 증세를 보일 정도로 영양부족에 시달린다. 한국병원 크리스토발 코시오 부원장은 “정부에서 지급하는 유아용 영양제가 있지만 당장 먹을 것이 부족해 영양제를 암시장에 내다파는 가정이 많다”고 말했다. 2011년 기준 하루 2달러 이하 빈곤층이 전체 인구의 51.3%에 이른다.

한국의 꾸준한 지원과 현지 의료진의 노력에 힘입어 한국병원은 볼리비아에서도 ‘산모와 아이들을 위한 병원’으로 유명해졌다. 한국병원을 안내하는 교통표지판이 도로 곳곳에 들어서고, 한국병원 전용 버스정류장도 생겼다.

카를로스 피델 우르키에타 갈반 원장은 “자궁암을 조기 검진부터 수술까지 한곳에서 할 수 있는 곳은 한국병원이 볼리비아에서 유일하다”며 “한국의 지원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지만 아직도 엘알토 주민의 4분의 1인 27만 명가량만 우리 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며 “병상이나 시설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라파스에서 만난 개발기획부 할리 로드리게스 테이에스 공공투자·외자 담당 차관은 “지금 볼리비아의 상황이 1960년대 한국과 비슷해 교육과 기술개발, 농촌개발 정책 등에서 한국의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엘알토=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주볼리비아 스웨덴대사관의 안 스퇴드베리 개발협력담당관은 “스웨덴은 원조의 일관성과 효율을 높이기 위해 범정부적인 정책을 세워 집행한다”고 강조했다. 라파스=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주볼리비아 스웨덴대사관의 안 스퇴드베리 개발협력담당관은 “스웨덴은 원조의 일관성과 효율을 높이기 위해 범정부적인 정책을 세워 집행한다”고 강조했다. 라파스=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 “볼리비아 스스로 설 수 있게 현지 인력양성 역점” ▼

‘개발원조 효율 1위’ 스웨덴… 스퇴드베리 개발협력담당관

스웨덴은 201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의 개발공헌도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필요한 것을 직접 제공하기보다 볼리비아 스스로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960년대 초반부터 원조를 받는 국가의 인권을 개선하는 분야에 지원하는 것도 스웨덴 원조의 특징이다.”

스웨덴의 볼리비아 원조를 총괄하고 있는 주(駐)볼리비아 스웨덴대사관의 안 스퇴드베리 개발협력담당관은 라파스 시의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원조 평가 1위’의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스웨덴은 2003년 해외 원조 사업을 더욱더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국제개발정책(Policy for Global Development)’을 처음으로 개발해 실시했다.

스웨덴 원조의 ‘자립 강조’는 볼리비아의 장애인 아동 교육 지원에서도 알 수 있었다.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를 직접 건립해 주지 않고 더디고 힘들더라도 특수아동들이 일반학교에서 일반학생과 같이 교육받을 수 있는 여건을 찾는 데 우선 집중한다고 한다. 특수아동이 학교를 오가는 것을 돕는 것도 스웨덴이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볼리비아의 민간단체(NGO)가 하도록 한다. 볼리비아의 식수와 위생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학의 연구 역량을 높여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돕는다.

스퇴드베리 담당관은 “원조 초기에는 눈에 잘 띄는 건축물과 기자재 지원을 많이 했다”며 “현지의 자체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는 깨달음에 따라 인력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국제협력청(SIDA)이란 기관에서 수혜국 지원을 총괄하되 외교부는 다른 국제기구와 협력해 돕는 다자원조만 담당한다.


라파스=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볼리비아#한국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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