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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울산=김명석 기자] “한국이 축구강국이라는 점을 확인한 경기였습니다.”

에두아르도 비예가스 볼리비아 축구대표팀 감독은 한국과의 평가전이 끝난 뒤 한국을 ‘축구강국’이라고 표현했다. 볼리비아전에서 벤투호가 보여준 내용과 결과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려운 배경이기도 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볼리비아를 1-0으로 제압했다. 후반 41분에 터진 이청용의 결승골이 한국축구에 승리를 안겼다.

결과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한국은 시종일관 상대를 몰아쳤다.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의 헤더를 비롯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등의 결정적인 기회들이 거듭 무산되지만 않았어도 시원한 승리를 기대해볼 만한 경기였다.

그러나 냉정하게 내용과 결과에 큰 의미를 둘 만한 경기는 아니었다. 적장이 한국을 ‘축구강국’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리고 피파랭킹도 22계단(한국38위·볼리비아60위)이나 차이 날 정도로 두 팀 간 전력 차가 뚜렷했던 까닭이다.

더구나 경기장엔 4만 명이 넘는 만원관중의 일방적인 응원까지도 더해졌다. 경기를 지배하고, 승전보를 울리는 결과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경기였던 셈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유의미한’ 실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 물론 손흥민이 최전방에 배치되는 등 4-1-3-2라는 새로운 전형이 시험대에 올랐지만, “포메이션이나 포지션 등 전술은 중요하지 않다”는 손흥민의 말처럼 그 자체에 큰 비중을 두긴 어려웠다.

전체적인 틀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 구성의 변화였다. 이유가 있었다. 볼리비아전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8강에서 탈락한 이후 치르는 첫 경기였다.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 등이 은퇴한 뒤 치르는 첫 경기이기도 했다. 과거에 집착하기보다는 현재와 미래에 더 포커스를 맞춰야 할 시기였다.

파격적인 실험이든 과감한 변화든 벤투 감독 스스로 세대교체에 대한 의지를 내비쳐야 했던 무대였다는 의미다. 상대가 축구강국이라고 치켜세울 정도의 전력 차라면, 이러한 실험을 감행해볼 만한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대부분 기존 선발진을 유지하는데 무게를 뒀다. 이날 선발로 나선 11명 중 9명은 아시안컵 멤버였다. 황의조 김영권(이상 감바 오사카) 등이 선발에서 빠지긴 했으나 손흥민이나 황인범(밴쿠버 화이트캡스) 김승규(빗셀 고베) 등은 변함없이 선발 자리를 꿰찼다.

덕분에 백승호(지로나)나 이강인(발렌시아) 등 세대교체의 중심에 섰던 선수들에겐 끝내 기회가 돌아가지 않았다. 백승호는 아예 출전명단에서 빠졌고, 이강인은 몸만 풀다가 A매치 데뷔 기회가 무산됐다.

그간 출전시간에 목말랐을 이승우나 이진현(포항스틸러스) 등도 교체로만 그라운드를 밟는데 그쳤다. 권창훈(디종FCO)이 그나마 이날 벤투호 체제에서 첫 선을 보였지만, 그는 이미 전임 감독들에 의해 경쟁력을 인정받은 선수였다.

더 큰 아쉬움은 오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나게 될 상대가 피파랭킹 12위의 콜롬비아라는 점. 아무래도 파격적인 실험을 감행하기엔 부담스러운 상대다. 설령 실험이 이루어지더라도 그 폭은 매우 좁을 수밖에 없는 셈. 여러 정황상 또 다시 기존과 비슷한 선발라인업이 가동될 전망인데, 자연스레 실험이나 세대교체 역시 한 템포 늦춰질 가능성만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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