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세 할배도 '제2의 인생' 시작할 수 있잖아"(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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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3.23. 오전 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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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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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상봉 기자, 하세린 기자] [편집자주] #할배모델 #패션 #시니어모델 #서울패션위크 해시태그(#) 키워드로 풀어내는 신개념 영상 인터뷰입니다.

[[#터뷰]64세에 시니어 모델로 데뷔한 김칠두씨 "자신만의 특별함 찾아서 끝까지 가라"]

워킹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시니어모델 김칠두씨. 날카로운 눈빛이 인상적이다. /사진=이상봉 기자
"막노동, 순댓국집, 도매업을 하다가 모델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네요."(웃음)

무심한 듯 돌돌 말아 롤업한 통 넓은 바지에 갈색 워커. 한 할아버지가 요즘 20대 사이에 유행하는 '워크 웨어'(work wear) 패션으로 멋을 낸 후 거리를 활보한다. 자신감에 가득 찬 눈빛과 자연스러운 은색의 장발이 인상적이다. 뉴욕, 밀라노 등 외국에서 볼 법한 '옷 잘 입는 할아버지'. 한국에도 있었다. 갓 데뷔한 1년차 시니어모델 김칠두씨(64)다.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 압구정에 위치한 한 모델 아카데미에서 김씨를 만났다. 그는 10·20대 모델들과 런웨이 연습에 집중하고 있었다.

손자·손녀나 될 법한 모델들과 워킹을 하는 모습에서 어색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바른 자세로 신중하게 내딛는 두 발걸음이 살아온 60년 인생을 대변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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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모델들의 수업이 끝나자 이번엔 50·60대 시니어 모델들이 등장했다. 김씨는 다시 자세를 바로잡았다. "신인 모델이라 더 열심히 하는 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씨는 "40년간 생각만 해온 꿈이 어렵게 이뤄졌다"며 "60세가 넘어 찾아온 소중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연습이 중요하다며 자신의 대열로 돌아갔다.

보통 사람은 은퇴할 나이에 김씨가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젊은 시절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접었던 꿈을 다시 펼쳐보라는 딸의 권유가 컸다고 그는 말했다.

"20대에 모델의 꿈을 안고 '한양 모델 경연대회'에 나가서 입선도 하고, 본격적으로 모델로 진출하려고 했죠. 그런데 경제적인 뒷받침이 안되니까 어렵더라고요.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서 꿈을 접고 식당을 운영했어요. 수십 년이 흘러 식당을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와서 직업을 알아보던 중 딸에게 '예전에 아빠가 모델 경연대회도 나가고 남대문에서 여성의류 도매도 했다'고 하니 딸이 시니어 모델을 권유했습니다. 수면에 가라앉았던 20대의 꿈이 다시 떠오른 거죠."

시니어 모델 김칠두씨의 20대 시절. 옷, 색깔 매치 등으로 자신을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사진=김칠두 인스타그램(@cildugim)
환갑을 훌쩍 넘겨 시작한 새로운 일. 사실 김씨도 마냥 자신만만했던 건 아니다. 나이가 많아 젊은 모델들과 같이 활동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나이가 많아서' 20대 모델들과 견줄 수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변한 은색의 장발과 수염이 자신만의 특색이 된 것이다.

"글쎄요. 이제 나이가 있으니까 강점이라는 건 없겠죠. 제가 남들과 다르게 수염, 머리를 기르고 다니니까 특이하게 보는 시선은 있었어요. 세월의 흔적이 담긴 주름과 흰머리가 인상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젊은 친구들과 같은 무대에 설 수 있는 이유도 이런 자연스러운 모습을 좋게 봐주신 덕분인 것 같아요."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국내 최대 패션쇼인 '서울패션위크' 오프닝에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국내 패션쇼에서 시니어 모델이 메인을 장식한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쇼를 마친 후, 쇄도하는 사진 요청에 기분이 얼떨떨하면서 소름이 돋았다고 김씨는 회상했다. 그는 "그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며 "런웨이를 하면서도 온 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떨림과 환희가 밀려왔다"고 말했다.

1020세대가 입을 법한 과감한 단색의 컬러와 아이템을 소화해내는 시니어 모델 김칠두씨. /사진=김칠두 인스타그램(@cildugim)
김씨가 평소 입고 다니는 트렌디한 옷과 과감한 색감도 60대 할아버지가 10대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다. 그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온 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혹여나 '꼰대'로 보이지는 않을까 조심스럽지만 조언을 구하는 젊은 친구들에게는 자신만의 특별함을 찾으라고 말한다.

"저를 롤모델로 삼겠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왜 나를 택할까?' 사실 제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거든요.(웃음) 저의 20대 시절처럼 무언가를 하다가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아요. 어떠한 분야든 자신만의 특별함으로 끝까지 가면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요?"

'제2의 인생'을 사는 김씨의 다음 목표는 대한민국의 시니어 모델로 세계 4대 패션위크(뉴욕·런던·밀라노·파리)에 서는 것이다. 세계 무대에 진출하는 것이 결국 한국 시니어 모델 산업을 발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다.

김씨는 "대한민국의 시니어 모델로서 발을 넓히는 게 다른 시니어 모델 분들을 위해서도 좋을 것 같다"며 "지금 받는 관심과 거품이 빠지지 않도록 꾸준히 연습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봉 기자 assio28@mt.co.kr, 하세린 기자 iwrit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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