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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차람 Jan 19. 2017

그알, 카페 알바

6일 만에 그만두다.

카페 알바를 해본 적이 없어서, 이번 쉬는 동안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뭔가 재미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20대 초반에 레스토랑에서 일했던 것과 비슷하리라 생각하면서, 카페 알바를 지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요즘은 20대 대학생이나 휴학생 위주로 뽑는다고 30대를 누가 뽑아주겠다는 혹은 매우 '빡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어느 날 집 앞 카페에 상시채용이라는 걸 보고 이력서를 들고 찾아갔다. 워낙 커피를 좋아한 데다 평일 오전 8시 반부터 2시까지 근무하고, 집에서 3분 거리라서 좋은 기회였다. 매니저는 학생들이 빨리 그만둬서 30대들도 환영한다고 했다. 그렇게 바로 채용이 되어서 출근하게 되었다. (구청 가서 보건증 같은 것도 받아왔다.)


100평이나 되는 큰 매장이라 청소하는 시간도 좀 길고 주방도 커서 동선이 매우 길었다. 그리고 메뉴가 너무 많기도 하고 헷갈려서 주문을 잘못 받기도 했다. 점심시간에는 약 100잔이 팔리는 어마 무시한 규모인지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여기는 생과일 주스라고 했지만, 과일 조각 몇 개만 넣을 뿐 과일 잼과 얼음의 양으로 음료를 채우고 6천 원을 받았다. (잼을 가득 넣어 맛은 있었다.) 내가 과일 많이 넣었다고 혼이 났다. 정말 생과일 백 프로만 넣는 주스 가게들이 이 사실을 알면 매우 화가 날 것 같았다. 디저트들도 그날 만들어 그날 파는 가게들이 알면 또 화가 날 것 같은 시스템이었다. 여기는 냉동 디저트들을 해동시켜서 쇼케이스에 3~4일간 둔다.  


그냥 돈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하러 간 것인데 나의 예민한 가치관이 작동되어 동공 지진이 너무 많이 나서 그만두었다. 작은 카페에서 일했더라도, 적성에는 안 맞았을 것 같지만 이렇게 심한 '자본주의 최적화 카페'에는 내가 빛나지 않았다.  엄청 럭셔리하고 예쁜 카페인데, 그 규모를 유지하려면 이런 시스템이 필요하겠지만, 그 이후로 큰 카페는 잘 가지 않게 되었다.  


- 오늘은 그림이 없다. 

- 내가 핸드드립이나 모카커피를 열심히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 이런 것을 몰랐냐고 물으면, 그동안 소비만 하느랴 몰랐다고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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