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안데레사 기자] 2016년 봄, 한 쌍의 부부가 자식처럼 아끼던 반려견만 남겨둔 채 부산 신혼부부 실종사건은 언제, 어떻게,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든 게 오리무중이다. 이제 막 결혼 6개월차에 접어든 신혼부부였다. 단꿈에 젖어있어야 할 이들은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은 채 자취를 감췄다. 신용카드나 휴대전화 사용 같은 생활반응도 일체 없었다. 그 뒤로 2년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이들의 행방은 묘연하다. 사건 발생부터 지금까지 온통 미스터리한 ‘부산 신혼부부 실종사건’. 가족들은 “살아만 있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부부 휴대전화는 실종된 2017년 5월 28일 6일 뒤인 6월 2일에 부산과 서울에서 꺼진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신혼부부 실종사건이 발생 2년 10개월 만에 공개수사로 전환됐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전민근(37)·최성희(36)씨 부부 실종사건의 전단을 18일 제작해 배포했다. 전씨는 키 183㎝, 몸무게 82㎏으로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아내 최씨는 키 160㎝, 몸무게 50㎏으로 아기 때 젖니가 잘못 나 윗니 2개에 아랫니 1개라는 특이한 치아 배열을 갖고 있다.

그들은 어디, 마지막 CCTV.. 연기처럼 사라진 신혼부부

실종 전, 부부의 마지막 모습은 귀가하는 CCTV에 남았다. 또 2016년 5월 27일, 연극제에서 신인상을 수상할 정도로 전도유망한 연극배우였던 최성희씨가 연기수업을 마치고 밤 11시 31분 귀가했다. 손에는 라면과 과자가 들려있었다. 그 시각 남편 전민근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로부터 4시간 뒤인 새벽 3시 45분 신혼집으로 귀가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이후 어디에서도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부부가 사라지고 나흘 뒤 남편 전씨의 아버지가 “아들 부부가 며칠째 연락이 안된다”며 실종신고를 냈다. 그만큼 양가 부모에게 매일같이 살갑게 연락을 해왔다.

집에서 없어진 물건은 부부의 여권과 노트북뿐이었다. 신고를 받은 구조대원이 집으로 출동했으나 부부는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아내 최씨가 자식만큼 아꼈다는 반려견이 홀로 남겨져 있었다. 개수대에는 설거지가 쌓여 있었다. 사전에 가출을 모의한 정황은 집안에 남아있지 않았다. 유서도, 다툼의 흔적도 없었다. 이들의 승용차도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다.

의문투성이 사건을 재구성, 경찰은 실종 수사에 착수했다. 먼저 휴대전화 발신지역을 살펴봤다. 함께 사라진 부부의 휴대전화 위치가 각각 다르게 찍혔다. 남편의 것은 실종 이후 며칠간 집 근처였다. 이것만으로는 단서를 잡을 수 없었다. 경찰은 CCTV를 뒤지기 시작했다. 이들의 이동경로가 찍혀있으리라는 희망을 걸었다. 부부가 살던 아파트 CCTV는 모두 22대다. 주차장에 9대, 아파트 외부에 13대. 미스터리하게도 어디에서도 부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아파트 CCTV 21개 어디에도 부부가 집을 나서는 모습은 없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은 것으로 보아 중앙계단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그랬다면 1층 출입구에는 모습이 찍혔어야 했다. 사각지대는 어디일까. 수사 결과 비상계단으로 내려가 아파트 오른쪽으로 돌아가니 옥외 주차장이 나왔다. 이 경로로 이동했다면 CCTV에 잡히지 않을 수 있다. 경찰은 부부가 이 동선을 통해 집 밖으로 빠져나갔을 것으로 추정했다. 대체 왜 부부는 행적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을까. 전문가들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떠났고, 나중에라도 행선지가 밝혀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봤다.

그날 밤 도착한 이동 흔적 발견…수상한 문자

아파트엔 비상계단이나 후문 등 CCTV 사각지대가 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최근까지 자취를 남긴 사람은 남편이다. 부부가 사라진 27일 이후 최씨는 문자 메시지 이외에는 완전히 종적을 감췄으나, 남편은 이후에도 며칠간 연락이 됐다.

둘이 우연히 사각지대만 골라 빠져나갔다기엔 석연찮은 부분이 많다. 이들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포착된 다음날인 28일부터 지인들에게 수상한 문자가 도착했다. 아내 최씨의 극단 조연출은 최씨로부터 “연습에 참석할 수 없다”는 문자를 받았다. 이후 최씨는 “연극에서 하차하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남편 전씨의 동업자는 전씨로부터 “하루만 가게 문을 닫자”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다 전씨는 돌연 “가게를 함께 운영하지 못할 것 같다”며 가게 운영비 전부를 이체했다.

아내의 극단 관계자는 아내 B씨 지인이 "갑자기 저녁에 문자가 와서는 공연 못 하겠다고. (의아했겠네요?) "수신문자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평소 최씨의 말투가 아니었다.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 전화를 해보니 꺼져있었다. 남편 전화번호를 수소문해 연락을 취했고,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당시 남편은 “아내가 약 먹고 있는 것을 알지 않느냐“며 “약 때문에 도저히 공연을 할 수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과거 우울증을 알았던 병력이 있긴 하지만 실종 무렵 약을 처방받은 기록은 없었다. 최씨의 휴대전화에서 발신된 문자를 살펴본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제3자가 벌어진 일을 기술하는 스타일”이라며 “남편이 아내의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남편 A씨의 휴대전화 마지막 신호는 6월 2일 아침 8시쯤 집에서 차로 30여분 떨어진 기장군에서 잡혔다. 아내의 전화는 같은 날 저녁 서울에서 끊겼다. 아내가 마지막으로 전송한 문자는 지인에게 보낸 "죄송하다" 문자였다. 아내 지인은 문자의 말투가 평소와는 매우 달랐다고 한다. 동업자도 당시 남편 전씨와의 통화를 기억하고 있었다 “목소리가 안 좋았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사람 같았다”며 “전씨가 ‘내가 어떤 사건에 휘말려 있는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수상한 남편의 첫사랑, 협박 피의자가 열쇠

피의자 윤미진씨는 남편 전민근씨의 첫사랑으로 알려졌다. 실종 이후 남편이 평소 휴대전화 두 개를 보유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비밀리에 마련한 제2의 휴대폰으로 연락하는 인물은 딱 한 명이었다. 그의 전 연인 윤미진(가명)씨다. 윤씨는 남편의 첫사랑으로 알려졌다. 오랜 기간 연애했으나 집안의 반대로 헤어졌다. 윤씨는 다른 남성과 결혼을 했으나 한 달여 만에 이혼했다. 전씨와의 밀회가 이혼사유가 됐다. 이후 윤씨는 재혼했다. 그 무렵 전씨는 최씨와 결혼했다.

결혼 후에도 전 씨와 연락을 하고 지낸 것으로 드러났다. 지인들은 이들 부부가 윤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윤씨가 “헤어질 수 없다. 넌 결혼을 하면 안 된다. 내 인생이 망가진 것은 네 탓”이라는 식의 협박성 문자를 지속적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윤씨의 협박과 집착은 부부 모두를 향해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 아내 최씨의 지인에 따르면, 윤씨는 최씨에게 ‘너희가 결혼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결혼을 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윤 씨는 실종사건 직전 외국에서 살다가 오랜만에 한국에 왔다. 가족들도 윤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부부의 실종신고를 냈던 남편 전씨의 아버지는 사건 이후 가장 먼저 윤씨를 의심했다고 했다. 앞서 전씨가 한 차례 잠적을 했을 때도 윤씨가 관련이 있었다. 하지만 윤씨는 재혼 후 노르웨이에 체류 중이었다. 용의선상에서 제외됐던 이유다.

윤 씨는 신용카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모텔을 돌며 숙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종사건과 연루됐다는 증거는 없다. 부부가 실종되기 보름 전부터였다. 이 때는 아내 최씨가 자신의 임신사실을 주변에 알리던 무렵이었다. 윤씨는 부부 실종 일주일 뒤 출국했다. 가족들도 윤씨가 한국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는 주로 찜질방과 모텔을 전전하며 생활했고, 오로지 현금만 썼다. 교통수단 역시 버스만 이용했다. 그러나 윤씨는 “사망한 딸을 기리기 위해 들어왔다”고 반박했다.

윤 씨는 현재 협박 혐의만 수사상황은?…

2017년 8월 윤 씨는 현재 협박 혐의만 받고 있다. 실종사건 직후 출국한 윤 씨는 행적을 감췄다가 인터폴 적색수배 6개월 만에 붙잡혔다. 윤씨가 노르웨이에서 체포됐으나 언제 수사를 받을지는 기약없다. 노르웨이 법원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인도 청구에 대해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윤씨는 한국 송환을 거부하며 변호인을 선임해 재판을 신청한 뒤 종적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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