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강진 여고생 사건…장기미제사건 불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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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6.30. 오전 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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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전남 강진군 도암면 한 야산에서 경찰이 8일 전 실종된 여고생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수습해 운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경찰이 전남 강진에서 발생한 실종 여고생 사건 용의자에 대해 다른 실종사건과 연관성을 두고 수사하고 있다. 앞서 발생한 여고생 사건이 공소시효가 끝나거나 장기미제로 빠진 사건들을 수면위로 올리고 있는 셈이다.

전남경찰청 장기실종전담팀은 강진 여고생 실종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A 씨에 대해 또 다른 실종 사건과 연관성을 두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이 사건은 2000년 2001년 각각 발생한 강진 초등학생 여아 실종사건이다.

사건 발생 당시 각각 8세 6세에 불과했던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6월 하교 후에 사라졌다. 경찰은 당시 용의자 B 씨를 붙잡아 조사했지만 별다른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후 이 사건은 2018년 지금까지 장기실종사건으로 남아있다.

장기실종전담팀 관계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용의자 A 씨는 과거 실종초등생 사건 당시 두 아이가 실종된 곳에서 불과 10여㎞ 떨어진 강진 도암면에 거주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 뿐만 아니라 강진 여고생 실종 사건 이후 여러 장기미제사건은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비록 실종 8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지만, 여고생이 살아있기를 바랐던 국민적 관심이 컸던 사건만큼 또 다른 사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2000년 8월1일 이후 발생한 살인사건은 공소시효가 폐지된 만큼 이를 기준으로 2003년 경기도 포천에서 발생한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과 2006년 발생한 ‘영등포 노들길 살인사건’을 살펴봤다.

2004년 실종된 지 90여일 만에 피살된 채로 발견된 여중생 B양의 노제가 열린 경기 포천시 소흘읍 ㄷ중학교에서 같은반 친구들이 B양의 영정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포천 매니큐어 살인사건, 15년 전 그날 무슨 일 있었나

“응, 곧 들어 갈 거야”

지난 2003년 11월 경기 포천시 소흘읍 한 배수로에서 여중생 C(당시 15세)양이 실종되기 직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남긴 마지막 말이다. 이후 C양은 실종된 지 3개월이 되는 시점인 2004년 2월8일 오전 10시15분께 포천시 소흘읍 이동교5리의 한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발견 당시 C양의 얼굴은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고, 손발톱에는 붉은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어 이 사건은 일명 ‘포천 매니큐어 살인사건’으로도 불렸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경찰에 따르면 C양은 평소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경찰은 1년간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으나 범인을 특정하지 못했다.

당시 포천 청소년선도위원회와 방범연합회 등 300여 명으로 구성된 주민들은 C양 실종 직후부터 전단지 16만 장과 현수막 47개를 만들어 의정부·동두천 등 포천 인근 지역에 직접 배포했다. 하지만 수사는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수사본부를 설치, 6개월 넘게 수사력을 집중했으나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당시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C양 사인에 대해 질식사로 추정되나 목 부위가 심하게 훼손돼 목졸린 흔적이 있는지 감정이 안되는 등 직접적인 사인을 알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이 사건의 단서는 C양 손발톱에 칠해진 매니큐어가 유일했다. 경찰은 매니큐어 제조회사에 각 매니큐어의 성분을 넘겨받아 빨간 매니큐어를 사간 30대 남성을 추적하기도 했지만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데 실패했다.



◆ 서울 영등포 노들길 사건…“성도착증 범죄자가 보이는 전형적인 행태”

2006년 7월4일 새벽 2시10분께 서울 영등포 노들길 옆 배수로에서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피해자는 하루전인 3일 당산역에서 실종된 20대 여성 D 씨(당시 23세)로 밝혀졌다. 당시 시신은 나체상태로 발견, 경찰은 범인이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한 뒤 자신의 흔적을 없애려고 시신을 일부러 씻긴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에 따르면 D 씨는 같은 해 7월2일 생일을 맞아 서울 마포구 인근에서 고등학교 동창 E씨를 만나 시간을 보냈다. 이후 다음날인 3일 오전 1시께 D 씨는 택시를 이용, 당산역 4번 출구 앞에서 하차했다. 이어 D씨는 한강둔치로 이어진 이른바 ‘토끼굴 방향’으로 뛰어간 뒤 자취를 감췄다.

당시 D 씨의 시신을 부검한 국과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사인은 ‘경부 압박 질식사(목졸림)’로 조사됐다. 또 D 씨 손목과 팔에는 테이프로 감긴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당시 전문가는 “손에 의한 목졸림이 사인이다. 팔에 결박 흔적이 보인 것이 공통점이다”라며 “시신이 깨끗하다. 정성스레 닦아낸 모양이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성도착증 범죄자가 보이는 전형적인 행태”라며 “남의 눈에 띄었을 때 굉장한 어떤 굴욕감, 당혹감을 자아낼 수 있는 그러한 상태로 피해자의 시신을 일부러 그런 자세로 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당시 사건 발생 주변은 오래된 주택가로 폐쇄회로(CC)TV가 없었다. 또 유력한 목격자 세 명이 등장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듯 보였지만, 목격자 진술이 모두 엇갈리면서 이 사건은 사건 발생 12년이 넘도록 장기미제사건으로 놓여있다.



◆ 장기미제전담팀, 어떻게 수사하나

현재 전국의 미제사건은 4만 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장기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을 정식으로 편성하고 운영하고 있다. 미제전담팀에는 강력범죄 수사 경험이 이른바 베테랑 형사들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미제전담팀의 새로운 수사내용은 일반에 절대 비밀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사건에 대해 수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범인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수사내용을 공개,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제보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부산지방경찰청 장기미제전담팀의 경우 2016년 2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2002년 발생한 살인사건 해결을 위해 시민들의 도움을 구했다. 수사팀은 이 사건 용의자를 공개 수배하면서 피해자의 적금을 해지하고 현금을 인출하는 모습이 담긴 CCTV영상을 공개했다.

이후 수사팀은 결정적 제보를 확보하고 2017년 8월 다방 여종업원을 흉기로 살해해 시신을 유기하고 피해자의 은행 계좌에서 돈을 인출한 F(46·당시 31)씨를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검거, 부산지검에 송치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5년 만이다.

당시 미제사건수사팀 관계자는 “세월의 벽과 기억의 한계에 막혀 절망한 적도 있었다”면서도 “끈질기게 수사를 벌여 피의자를 검거했다”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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