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의 지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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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의 지구사

식탁 위의 글로벌 히스토리
  • 저자
    해나 벨튼
  • 번역
    강경이
  • 출판
    휴머니스트
  • 발행
    2012.09.10.
책 소개
갓 태어난 포유류의 생명을 유지해주는 '젖', 곧 '밀크'의 역사를 담은 책이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국에서는 milk를 우유(牛乳)로 번역하지만, 인류가 목축을 시작하면서 마시기 시작한 동물의 젖에는 소젖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밀크 = 우유'의 등식이 성립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기원전 7000년부터 인류가 동물의 젖을 마시기 시작한 시기부터 현재까지의 밀크의 역사를 다룬다. 저자는 '묘약'에서 '독약'이 된 밀크, 그중에서도 특히 '우유 문제'를 해결해가는 역사를 통해 '우유의 영양과 기술'이 어떻게 발달해왔는지를 들려준다. 이는 곧 현대 우리가 소비하는 '가공' 우유의 탄생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단순히 기술과 영양의 변천 과정만을 들려주지 않는다. 젖먹이를 둔 어머니들을 산업혁명의 현장으로 내몰기 위해 모유 대신 불량 우유를 먹게 함으로써 수많은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가슴 아픈 역사를 통해 '우유와 어머니의 관계사'를 살펴보고 있으며, 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생적인 우유 공급 과정에 근대 국민국가가 개입하는 과정을 짚어나가면서 국가가 '공공보건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역사', 그리고 20세기 건강 유지의 필수 음료가 된 밀크(우유)의 광고와 선전을 통해서는 우유의 '선진적' 이미지는 서양에서 출발한 영양학에 기초한 '영양의 식민화'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이야기까지 촘촘하게 놓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저온 또는 고온에서 깨끗하게 박테리아를 멸균하고 몸에 나쁜 지방을 제거해 가공한 현대의 우유는 묘약인 것일까? 이제 우유 문제는 다 해결된 것일까? 우리가 마시는 가공 우유는 진짜 우유일까? 서구 유럽에서는 우유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아시아에서는 왜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책 정보

책 정보

  • 카테고리
    교양인문
  • 쪽수/무게/크기
    244420g132*200*20mm
  • ISBN
    9788958624325

책 소개

갓 태어난 포유류의 생명을 유지해주는 '젖', 곧 '밀크'의 역사를 담은 책이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국에서는 milk를 우유(牛乳)로 번역하지만, 인류가 목축을 시작하면서 마시기 시작한 동물의 젖에는 소젖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밀크 = 우유'의 등식이 성립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기원전 7000년부터 인류가 동물의 젖을 마시기 시작한 시기부터 현재까지의 밀크의 역사를 다룬다. 저자는 '묘약'에서 '독약'이 된 밀크, 그중에서도 특히 '우유 문제'를 해결해가는 역사를 통해 '우유의 영양과 기술'이 어떻게 발달해왔는지를 들려준다. 이는 곧 현대 우리가 소비하는 '가공' 우유의 탄생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단순히 기술과 영양의 변천 과정만을 들려주지 않는다.



젖먹이를 둔 어머니들을 산업혁명의 현장으로 내몰기 위해 모유 대신 불량 우유를 먹게 함으로써 수많은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가슴 아픈 역사를 통해 '우유와 어머니의 관계사'를 살펴보고 있으며, 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생적인 우유 공급 과정에 근대 국민국가가 개입하는 과정을 짚어나가면서 국가가 '공공보건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역사', 그리고 20세기 건강 유지의 필수 음료가 된 밀크(우유)의 광고와 선전을 통해서는 우유의 '선진적' 이미지는 서양에서 출발한 영양학에 기초한 '영양의 식민화'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이야기까지 촘촘하게 놓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저온 또는 고온에서 깨끗하게 박테리아를 멸균하고 몸에 나쁜 지방을 제거해 가공한 현대의 우유는 묘약인 것일까? 이제 우유 문제는 다 해결된 것일까? 우리가 마시는 가공 우유는 진짜 우유일까? 서구 유럽에서는 우유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아시아에서는 왜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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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1. 인간의 음료가 된 동물의 젖 ‘밀크’의 글로벌한 역사 이야기

- 음식의 지구사로 읽는 밀크의 모든 것



이 책은 갓 태어난 포유류의 생명을 유지해주는 ‘젖’, 곧 ‘밀크’의 역사를 담은 책이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국에서는 ‘milk’를 우유(牛乳)로 번역하지만, 인류가 목축을 시작하면서 마시기 시작한 동물의 젖에는 ‘소젖’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밀크는 양젖, 염소젖, 말젖, 야크젖, 낙타젖, 순록젖, 당나귀젖 등 인류가 가축화해서 키운 포유동물의 젖 모두를 일컫는다. 그럼에도 ‘밀크 = 우유’의 등식이 성립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이 책 《밀크의 지구사》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기원전 7000년부터 인류가 동물의 젖을 마시기 시작한 시기부터 현재까지의 밀크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밀크를 왜, 어떻게 마시기 시작했으며, 고대 사람들은 밀크를 어떻게 생각해왔는지를 비롯해 신들의 음료이자 영혼의 음식으로 불린 ‘하얀 묘약’의 신화와 전설을 들려준다. 그러나 밀크가 언제나 묘약의 지위를 누린 것이 아니었다. 중세 유럽 도시에서 밀크 소비가 늘어나면서 그 수요를 맞추기 위해 도시 근교 낙농장에서는 대부분 소를 대량으로 키우기 시작했으며, 이때부터 밀크의 대다수는 우유가 차지하게 되었다. 이 당시 우유는 냉장하지 않은 상태로 먼 거리로 운송되는 데다 양을 늘리기 위해 물을 타거나 소의 뇌와 같은 불순한 첨가제를 섞은 가짜 우유, 불량 우유가 유통되면서 ‘하얀 독약’이 되고 만다.

저자는 ‘묘약’에서 ‘독약’이 된 밀크, 그중에서도 특히 ‘우유 문제’를 해결해가는 역사를 통해 ‘우유의 영양과 기술’이 어떻게 발달해왔는지를 들려준다. 이는 곧 현대 우리가 소비하는 ‘가공’ 우유의 탄생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단순히 기술과 영양의 변천 과정만을 들려주지 않는다. 젖먹이를 둔 어머니들을 산업혁명의 현장으로 내몰기 위해 모유 대신 불량 우유를 먹게 함으로써 수많은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가슴 아픈 역사를 통해 ‘우유와 어머니의 관계사’를 살펴보고 있으며, 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생적인 우유 공급 과정에 근대 국민국가가 개입하는 과정을 짚어나가면서 국가가 ‘공공보건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역사’, 그리고 20세기 건강 유지의 필수 음료가 된 밀크(우유)의 광고와 선전을 통해서는 우유의 ‘선진적’ 이미지는 서양에서 출발한 영양학에 기초한 ‘영양의 식민화(nutritional colonization)’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이야기까지 촘촘하게 놓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저온 또는 고온에서 깨끗하게 박테리아를 ‘멸균’하고 몸에 나쁜 지방을 제거해 ‘가공’한 현대의 우유는 ‘묘약’인 것일까? 이제 ‘우유 문제’는 다 해결된 것일까? 우리가 마시는 ‘가공’ 우유는 ‘진짜’ 우유일까? 서구 유럽에서는 우유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아시아에서는 왜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저자의 답이 궁금하다면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읽어보기 바란다.

덧붙여 이 책의 감수를 맡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주영하 교수는 특집을 통해 ‘한국 우유의 20세기사’를 들려준다. 일제시대 시행된 우유 정책, 그리고 해방 이후의 우량아 선발대회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어린 시절 마시던 우유 한 잔에 얽힌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더불어 분유에서부터 학교 급식 우유를 거쳐 저지방, 무지방 우유와 무가당, 유산균, 비타민과 무기질, DHA 강화 우유 등 시중에 널려 있는 그 많은 우유들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유목이나 목축을 하는 사람들에게 ‘밀크’는 결코 우유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보다는 모든 포유동물의 젖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그러한 연유로 이 책의 제목은 ‘우유의 지구사’가 아닌‘밀크의 지구사’가 되었다. 독자들 또한 오랜 옛날부터 우유뿐 아니라 다양한 포유동물의 젖이 인간의 음료로 쓰였음을 상기해야 한다. 우유에만 한정하지 말고 모든 젖을 포괄하는 말인 밀크라는 말에 집중하기 바란다. (중략) 저자는 밀크의 전 세계화를 서양에서 출발한 영양학에 기초한 ‘영양의 식민화’라고 불렀다. 우유가 위주가 된 근대적 밀크는 영양학이란 근대 학문에 의해 강력한 지지를 받고서 인간을 위한 음료로 만들어졌다. (중략) 이 책은 ‘우유’를 중심으로 하여 모든 ‘밀크’의 지구사를 다루면서 동시에 ‘우유’의 영양과 기술의 역사를 함께 다루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우유와 어머니의 관계사’이기도 하다. 19세기 이래 불량 우유가 제공된 이유는 젖먹이의 모유권을 빼앗아 어머니들을 산업혁명의 현장인 공장으로 내몰기 위해서였다. 20세기 후반부터 아시아의 몇몇 국가에서는 우유 소비량이 빠르게 늘어났다. 우유가 지닌 ‘선진국’의 이미지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한국 사회가 지난 50년 사이에 경험한 우유로 번역된 밀크의 역사를 모두 관통하고 있다. ― 중에서



2. 인류는 왜, 어떻게 밀크를 마시기 시작했을까?

- 이 책의 주요 내용 1



인류는 기원전 7000년부터 ‘가축의 젖’을 먹기 시작했다. 자연의 완전식품이자 포유동물의 생명의 바탕을 이루는 밀크는 아프리카와 서아시아에서 식량과 물이 귀한 시기에 인류의 생존에 큰 도움을 주었으며, 칼슘과 라이신, 그리고 비타민 D 등 다양한 영양소를 제공해주었다. 염소와 말, 낙타의 젖을 짜는 자세는 모두 달랐는데, 예를 들어 낙타젖을 짤 때는 한쪽 다리를 들어 그 위에 그릇을 올려놓고 젖을 짜야 한다. 어미의 젖을 얻을 더 많이 얻기 위해서는 예나 지금이나 새끼를 이용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또는 어미의 질이나 직장에 바람을 불어넣는 방법이 있다. 고대 스키타이인은 암말의 항문에 공기를 불어넣은 후 젖을 짜냈다는 기록이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실려 있다.

그러나 모든 인류가 동물의 젖을 좋아한 것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류는 6세가 지나면 유당분해효소를 만들지 못하며, 지금도 세계 인구의 75~80퍼센트는 생유(生乳)를 소화시키지 못한다. 또한 포유동물 대부분은 풀이 풍부한 계절에 새끼를 낳기 때문에 봄과 여름에 젖 분비기가 몰려 있어 계절별로 생산량의 변동이 심하고, 쉽게 부패하기 쉬웠다. 따라서 동물의 젖을 주로 마셨던 유목민들은 생유를 발효시켜 치즈 또는 알코올성 요구르트 음료로 마시거나 끓여 먹었다. 이 책 1부 에서는 이 밖에도 사막의 베두인족, 동아프리카의 마사이족, 몽골과 인도 사람들, 고대 로마인과 북유럽 사람들이 밀크를 어떻게 먹고 향유했는지 세밀하게 들려준다.



몽골에서는 해마다 처음 말젖을 짜는 날을 축하하기 위해 축제를 연다. 바로 ‘하얀 음식’이라는 계절의 첫날로 말젖, 치즈, 커드, 술의 계절을 이른다. 말젖은 설사를 일으키기 때문에 대개 그냥 마시지 않는다. 기원전 1세기에 마르쿠스 바로가 쓴《농업론》에도 이러한 부작용이 쓰여 있다. 몽골 사람들이 아이락이라 부르는 마유주(馬乳酒, 쿠미스kumis)는 톡 쏘는 약한 술이다. 이것을 만들려면 신선한 말젖을 가죽이나 양가죽 주머니에 넣고 큰 막대기로 젓는다. 이때 막대기는 남자 머리만 한 크기로 끝부분을 파낸 것이다. 3일 후면 말젖이 시큼해지면서 아이락으로 발효된다. 몽골 사람들은 기념일과 경축일마다 아이락을 마신다. ― 1부 44쪽 중에서



고대 그리스와 로마는 생유를 즐기지 않았던 문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고대 지중해 지역은 예나 지금이나 주로 염소젖과 양젖을 생산했다. 고대 로마의 마을과 도시에 살던 사람들이 생유를 즐겨 마시지 않은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먼저 대부분의 밀크가 마을과 도시 밖 목장에서 생산되어 밀크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둘째 밀크를 야만인과 교양 없고 촌스러운 유목민이나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 1부 46쪽 중에서



3. 밀크는 하얀 묘약인가, 독약인가?

- 이 책의 주요 내용 2



밀크는 예부터 음식과 음료일 뿐 아니라 신비롭고 귀중한 존재였다. 순수한 이미지로 인해 신의 음료로 여겨졌으며, 병든 이를 고치는 약으로도 숭배되는 등 예부터 많은 문화권에서 ‘하얀 묘약’으로 칭송받았다. 소를 숭상하는 인도의 힌두교에서는 물소젖을 종교 정화의식에 썼으며, 신들에게 헌주(獻酒)로 바쳤다. 로마의 건국 시조인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늑대젖을, 그리스 신화의 아기 제우스는 염소젖과 꿀을 먹고 자랐으며, 이집트에서는 암소 모습을 한 여신 이시스에게 밀크를 바쳤다는 신화가 전한다. 밀크는 치료제 역할도 했다. 대 플리니우스는 해독제부터 피부 가려움증 억제제, 눈연고 등 밀크의 치료법을 54가지 소개하면서 당나귀젖, 소젖, 염소젖이 가장 효험이 높다고 했다. 켈트 문화에서는 소젖이 결핵 치료에 이용되었으며, 17세기 영국에서는 간질과 결핵에 좋다고 여겼다. 또한 클레오파트라와 네로 황제의 부인 포파에아는 피부 노화 방지를 위해 당나귀젖으로 목욕을 했다고 전한다.

17세기 중반 이후 서양의 도시에서는 밀크 수요가 빠르게 늘어났다. 그러나 밀크는 그 특성상 빠르게 부패하고 먼 거리 유통이 어려웠기 때문에 비싼 가격에 팔렸으며, 신선한 밀크를 제공하기 위해 런던에서는 암소를 끌고 다니며 집 앞에서 바로 젖을 짜주는 우유 판매상이 있었다. 19세기에는 도시에도 낙농장과 외양간이 생기고 배달망이 구축되었지만, 지저분한 환경에서 키운 소는 질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았고, 이런 소에게서 짠 젖은 비위생적인 운송과정을 거쳐 냉장도 하지 않은 채 저장되었기 때문에 질병과 사망의 주원인이 되었다. 양조장 지게미를 먹여 키운 소의 ‘쓰레기 우유’, 물이나 밀가루, 녹말, 분필, 심지어 젖소의 골을 섞은 가짜 우유, 표백 우유와 같은 불량 우유로 인해 밀크, 특히 우유는 더럽고 해로운 ‘하얀 독약’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우유는 인도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영적 각성을 돕는 데 쓰였다. 불교에는 고타마 싯다르타의 단식이 끝나자 동네 소녀 하나가 우유와 꿀을 섞어 만든 쌀푸딩을 바쳤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유로 만든 이 쌀푸딩은 싯다르타에게 명상을 계속할 힘을 주었다. 결국 싯다르타는 영적 각성에 이르렀고 부처, 곧 깨달은 자가 되었다. ― 2부 68쪽 중에서



1780년 이래 런던 사교 시즌이 되면 상인들은 암탕나귀를 거리로 끌고 나와 손님들에게 즉석에서 젖을 짜주었다. (중략) 당나귀젖이 한창 인기 있던 시절에는 의사들이 허약한 결핵 환자에게 당나귀젖이 최고로 좋다고 선언할 정도였다. 아기들에게도 당나귀젖을 먹였다. 1880년대 파리의 보육원에서는 대대적으로 아기들에게 당나귀젖을 먹였다. ― 2부 74~75쪽 중에서



유제품 유통업자들, 특히 작은 가게 주인과 시장 상인들은 우유를 12시간 정도 보관했다가 크림을 걷어내고 물을 첨가해 양을 늘리는 꼼수를 써서 많은 이득을 보았다. (중략) 대체로 상인들이 ‘쇠붙이 꼬리 소’(수도 펌프)에서 나오는 물을 썼기 때문에 우유가 더러운 물에 오염될 가능성이 많았다. 흔히 사람들은 우유로 팔리는 액체의 4분의 1이 물이라고 생각했다. ― 3부 92~93쪽 중에서



1876년에 《뉴욕타임스》는 “대도시 시민들의 건강은 널리 소비되는 우유의 질과 청결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특히 오염된 우유가 영유아에게 위험하다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고 전했다. (중략) 하지만 왜 특히 영유아들이 오염된 우유를 마셨을까? 1840년대에서 1920년대 사이 서양에서는 모유 수유를 멀리하고 젖병 수유를 했다. (중략) 1840년대부터 모유 수유가 줄어든 이유는 노동계급 여성들이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해 모유가 잘 나오지 않거나 일하느라 집에 없을 때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중산층과 상류층 여성들이 젖병 수유를 더 좋아했으며, 여성들이 도시로 이주하면서 모유 수유를 당연하게 여기던 전통적인 여성 공동체에서 멀어진 것도 한몫했다. ― 3부 103~105쪽 중에서



4. 밀크의 대부분을 차지한 우유의 화려한 변신

- 이 책의 주요 내용 3



밀크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장 많은 젖을 생산하는 소가 밀크 생산의 대다수를 차지하게 되었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밀크로 마시는 대부분은 우유인 것이다.

19세기, 늘어난 영유아 사망률과 그 원인으로 꼽힌 도시의 불결한 우유 공급체계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졌다. 낙농장 감독을 통해 ‘인증’받은 우유를 공급하게 하고, 고온 또는 저온에서 살균 처리를 거쳐 우유의 박테리아를 멸균하는 방식이 도입되었으며, 유통시 가짜 우유 위조와 우유의 오염을 방지하는 우유병이 등장했다. 이렇듯 ‘우유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함으로써 20세기 현재 우유는 영양학적으로 손쉽게 영양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싼 음식이 되었으며, 젖먹이와 어린아이, 어른들의 우유 소비를 늘려 건강한 새 세대 국민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인 정부는 학교 우유 급식제도를 도입해 우유 소비를 권장했다.

이제 우유는 깨끗하고 안전하며 대량 생산되는 사계절 식품이 되었다. 무지방, 저지방, 무가당, DHA 함유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리가 마시는 ‘가공’ 우유는 진짜 우유가 아니라 치명적 ‘독약’이라 주장한다. 서양에서는 우유 소비가 줄어들고 있지만 우유의 전 세계 소비량은 매해 증가하고 있다. 영양학적으로 값싸고 완전하다는 우유의 ‘선진국’ 이미지를 받아들인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꾸준히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유는 다시 ‘묘약’의 자리를 차지한 것일까? 19세기 구정물 우유, 위조 우유를 떠올리게 한 2008년 9월 중국의 멜라민 함유 우유 사건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유는 다시 살아났다. 정부의 공공보건 캠페인 덕택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의 우유 광고는 1950년대부터 건강한 아기와 어린이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공중보건 관료들은 낙농 제품을 기본 4식품군 가운데 하나로 찬양하며, 건강하고 균현 잡힌 식단이라는 우유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홍보했다. 그리고 어린이들에게 하루에 우유 4잔씩 마실 것을 권장했다. ― 4부 146쪽 중에서



아시아의 우유 붐이 처음 시작되었던 일본에서는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매일 아침 우유를 주었다. 중국도 이러한 사례를 따라 2007년 원자바오 청리가 이렇게 선언했다. “모든 중국 사람, 특히 아이들에게 매일 충분한 우유를 공급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심지어 세계 학교 우유 급식의 날도 있다. 9월 마지막 수요일에 30개국 이상에서 세계 학교 우유 급식의 날을 기념한다. (중략) 아시아 국가의 ‘영양 식민화’를 잘 보여주는 텔레비전 광고가 하나 있다. 이 광고는 (유럽의 우유에서 나온) 하얀 분유 현탁액을 물과 섞어 시리얼에 부어 먹으라고 권한다. 이것은 서양식 식사를 떠오르게 하는 광고로 다국적기업들의 마케팅 방식을 잘 보여준다. ― 5부 171쪽 중에서



5. 20세기 한국 우유의 역사를 읽는다

- 이 책의 주요 내용 4



한국에서는 밀크를 ‘우유’로 번역한다. 산업화된 유럽과 미국의 우유 기술이 일본에 도입된 후 한반도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일본과 식민지 시기 한국에서는 우유보다는 분유가 인기를 끌었다. 유통상의 문제가 없다는 장점 때문이기도 했는데, 1920년대 광고를 보면 분유는 유아들의 영양식이며 겨울에 마시는 따뜻한 음료로 이해되었다. “무엇보다 영양 무렁무렁 살지게 하는 힘이 충실한”과 같은 광고 문안은 ‘영양 식민화’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조선총독부는 우유 공급에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 이는 우유를 국민의 육체를 서양인처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자양분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 유니세프를 통해 연유 등이 원조물자로 한국에 들어오면서 분유가 아이들의 영양을 책임지는 시대를 맞이한다. 그러나 1960년대 한국에서는 생유(생우유) 소비가 많지 않아 우유 생산량이 남아돌았다. 한국인의 체질에 우유가 맞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우유는 베이비붐 세대에게는 중요한 건강 식품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분유 회사 주최의 우량아 선발대회가 매년 열리던 시기는 정부의 낙농업 육성정책이 활발하던 시기와 겹친다. 지난 100년간 한국 사회가 경험해온 우유의 생산과 소비 과정은 ‘우유의 식민화’ 과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 우유의 미래는 이 식민화의 틀을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에 달려 있다.



1962년 2월 2일자《동아일보》에 실린 비락 우량아 선발대회 광고에 “비락 먹는 아가는 살이 포동포동 쪄서 우량아가 됩니다”라는 문구를 써서 우량아에 대한 생각을 우유와 연결시켰다.

심지어 광고에 실린 사진에는 1961년 제6회 대회에서 최우량아 일등으로 선발된 아이의 나체 사진을 이름, 주소와 함께 실었다. 1971년에는 신설 우유 회사 남양유업이 문화방송과 손을 잡고 제1회 전국 우량아 선발대회를 열었다. 방송사와 손을 잡으면 공신력을 높일 수 있으며 방송으로 보도가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 대회는 1971년 3월 22일자 《동아일보》1면 하단에 실릴 정도로 대단한 관심거리였다.

1960년대 이후에 태어난 한국의 아이들은 ‘우유 키드’리고 불러도 지난친 말이 아닐 정도가 되었다. 정부의 낙농업 육성정책도 이와 같은 맥락에 놓여 있었다. 그래서 식민지 시기부터 시

작된 한국 낙농업의 역사이지만 재조일본인이 주체였기 때문에 오늘날 낙농업 연구자들은 한국 낙농업의 진짜 시작 시기를 1960년대 중반으로 잡는다. 하지만 1970년대 낙농업과 우유 판매업은 그다지 순탄하지 않았다. 대장균 파동이나 우유의 과잉 생산, 그리고 화학물인 카세인나트륨으로 만든 모조 분유의 판매 등으로 우유는 여전히 설사를 일으킨다는 생각과 함께 가까

이 하기에는 먼 식품이었다. 하지만‘우유 키드’가 주된 소비자가 된 1990년대에 우유는 다양한 변신을 거듭했고 한국인의 가정 냉장고에서 빠지면 안 되는 식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 199~201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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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초대의 글 : 추억이 담긴 밀크의 지구사 5

0. 서문 13

1. 최초의 밀크 19

2. 하얀 묘약 55

3. 하얀 독약 83

4. ‘우유 문제’를 해결하다 115

5. 20세기 후반 우유의 또 다른 역사 147

특집 : 한국 우유의 20세기사 179

다양한 밀크 요리법 203

용어 210



부록

·감사의 말 217

·본문의 주 218

·참고문헌 234

·이미지 출처 235

·웹사이트와 관련 단체 237

·찾아보기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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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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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 벨튼
글작가
프리랜서 작가이자 언론인으로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의 젖소 사육에 관련한 글을 다양하게 썼다. 지은 책으로 《젖소Cow》와 《런던 동물의 역사Beastly London: A History of Animals in London》가 있다. 《밀크의 지구사》에서는 밀크를 둘러싼 신화와 오해를 소개하고 있으며, 특히 소젖인 ‘우유’의 산업화와 영양학, 유제품 광고 내용을 탐색하며 대중의 인식 속에서 우유의 개념이 어떻게, 그리고 왜 달라졌는지를 세밀하게 들려준다.
강경이
번역자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했다. 좋은 책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번역 공동체 모임인 펍헙번역그룹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나는 히틀러의 아이였습니다』, 『예술가로서의 비평가』, 『철학이 필요한 순간』, 『절제의 기술』, 『프랑스식 사랑의 역사』, 『걸 스쿼드』, 『길고 긴 나무의 삶』, 『과식의 심리학』, 『천천히, 스미는』, 『그들이 사는 마을』, 『오래된 빛』, 『아테네의 변명』 등이 있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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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 벨튼
글작가

프리랜서 작가이자 언론인으로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의 젖소 사육에 관련한 글을 다양하게 썼다. 지은 책으로 《젖소Cow》와 《런던 동물의 역사Beastly London: A History of Animals in London》가 있다. 《밀크의 지구사》에서는 밀크를 둘러싼 신화와 오해를 소개하고 있으며, 특히 소젖인 ‘우유’의 산업화와 영양학, 유제품 광고 내용을 탐색하며 대중의 인식 속에서 우유의 개념이 어떻게, 그리고 왜 달라졌는지를 세밀하게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