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편의 오디오파일] 2019 서울국제오디오쇼를 빛낸 오디오 기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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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3.25. 오전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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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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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여태경 기자 = 세계 각국에서 나온 오디오 신제품을 국내에서 그것도 한 자리에서 구경하고 들을 수 있는 곳은 하이파이클럽이 주최하는 서울국제오디오쇼(SIAS)가 거의 유일하다. 올해도 지난 8~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성황리에 치러졌다. 필자의 경우 3일 내내 각 쇼룸을 돌아다니며 주로 신제품 위주로 들어봤다. 이중 기억에 남는 기기 혹은 매칭을 꼽아봤다.

댄다고스티노 모노블럭 파워앰프 Relentless

댄다고스티노 모노블럭 파워앰프 Relentless

올해 SISA 출품작 중 가장 크고 무거우며 비싼 앰프가 바로 미국 댄 다고스티노(Dan D’Agostino)의 모노블럭 파워앰프 릴렌트리스(Relentless)였다. 대용량(5.5kW) 전원공급장치와 대규모 출력 소자(128개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통해 최대 6000W(2옴) 출력을 뿜어내는 대형기였다. 안길이는 826mm, 무게는 하나당 220kg. 가격은 무려 3억원대. 전면의 대형 파워미터와 양옆의 타원형 히트싱크, 그리고 곳곳에 황동을 아낌없이 투입한 디자인적 위용 또한 엄청났다. 매칭한 영국 B&W 800 D3가 장난감처럼 보일 정도였다. 소리는 부드럽고 예쁘며 나서지 않는 타입. 100W까지 클래스A 증폭하는 이유가 클 것이다. 게르기에프 지휘, 빈필 연주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에서는 음들을 착실히 쓸어 담은 덕분에 뒷맛이 상당히 개운했다.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 초반의 킥드럼은 마치 큰 도끼로 아름드리 나무를 찍는 것 같았다.

그란디노트 스피커 MACH 9

그란디노트 스피커 MACH 9

이탈리아 그란디노트(Grandinote)의 타워형 스피커 마크9(MACH 9)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일단 한 채널당 16개 트위터와 9개 미드우퍼가 수직으로 도열한 모습이 이채롭고, 멀티웨이 스피커에 반드시 필요한 네트워크 회로가 없다는 점이 애호가들의 관심을 부추겼다. 즉, 입력신호의 고역과 중저역을 나눠주는 전기부품(코일, 커패시터)을 투입하지 않고 오로지 유닛들로만 23Hz~20kHz라는 광대역을 커버한 것이다. 제작사에서는 그 비법에 대해 밝히고 있지 않지만, 유닛들을 25개나 투입하고 인클로저 후면 아래쪽에 큼지막한 포트가 나있는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공칭 임피던스는 8옴, 감도는 98dB. 최근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다시 제대로 들어보니 ‘음들의 맨살이 이런 것이었나’ 싶을 정도로 깨끗하고 싱싱한 재생음을 선사했다. 풀레인지 스피커처럼 색번짐이 없고 순결한 사운드에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다.

윌슨오디오 스피커 Sasha DAW

윌슨오디오 스피커 Sasha DAW

미국 윌슨오디오(Wilson Audio)의 사샤 DAW(Sasha DAW)는 그 잘 생긴 외모만으로도 시선을 잡아매는 스피커였다. 사샤 DAW는 국내 오디오파일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와트/퍼피 스피커를 대체한 사샤 시리즈의 3번째 모델. 미국에서는 지난해 10월 출시됐으며, 모델명에 들어간 DAW는 지난해 5월 타계한 윌슨오디오 설립자 데이브 앤드류 윌슨(Dave Andrew Wilson)의 이니셜이다. 윌슨오디오는 현재 고인의 셋째 아들인 대릴 윌슨이 이끌고 있다. 매칭 파워앰프는 VTL의 풀밸런스 진공관 모노블럭 지그프리드 시리즈2(Siegfried Series II)로, 출력단에 KT88 12발을 써서 4극관 모드시 650W, 3극관 모드시 330W를 낸다. 이들이 들려준 소리는 냉랭하거나 특정 오디오 쾌감만을 강조하지 않았으며 전체적으로 정교한 음상과 선도 높은 색채감이 돋보였다. 시연곡이었던 베토벤의 로망스에서는 바이올린이 마치 빙판 위의 김연아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킥을 선사했다.

YG어쿠스틱스 스피커 Hailey 2.2

YG어쿠스틱스 스피커 Hailey 2.2

올해 2월 공식 출시된 미국 YG어쿠스틱스(YG Acoustics)의 스피커 헤일리 2.2(Hailey 2.2)도 애호가들을 계속 붙잡아 맨 스피커 중 하나였다. 헤일리 2.2는 빌렛돔(BilletDome) 트위터와 뉴 바이스코일 컨덕터(New Visecoil Couductor) 등 상급 라인업인 소냐(Sonja)에 있던 부품과 기술들을 대거 투입하며 기존 1.2에서 2.2로 업그레이드됐다. 모델명에 붙은 ‘.2’는 상부(트위터, 미드)와 하부(우퍼) 2개 모듈 구성임을 뜻한다. 공칭 임피던스 4옴에 감도는 87dB, 주파수응답특성은 20Hz~40kHz(-1dB). 이를 울린 것은 오렌더의 네트워크 뮤직서버 W20, MSB테크놀로지의 레퍼런스 트랜스포트(Reference Transport)와 셀렉트 DAC(Select DAC), 비올라의 파워앰프 브라보2(Bravo II)였다. 시연에 나선 헤일리 2.2의 첫인상은 소릿결이 섬세하고 소프트하다는 것이었는데, 흑백 수묵화처럼 어둠 껌껌한 배경이 재생음의 감칠맛을 더했다. 퀸의 ‘아이 원트 투 브레이크 프리’(I Want To Break Free)는 극장 사운드 그 이상이었다.

크로노스오디오 턴테이블 Kronos Pro + 드보어 피델리티 스피커 Orangutan O/96

크로노스오디오 턴테이블 Kronos Pro + 드보어 피델리티 스피커 Orangutan O/96

지금부터는 단품 기기보다는 시스템 위주로 꼽아봤다. 우선 수입사 씨웍스가 마련한 323호 아날로그 라운지는 말 그대로 제대로 된 아날로그 사운드를 접할 수 있었던 쇼룸이었다. 주인공은 캐나다 크로노스 오디오(Kronos Audio)의 턴테이블 크로노스(Kronos Pro). 무게가 각각 14kg이나 나가는 2개의 플래터를 서로 반대방향으로 회전시켜 플래터 진동을 상쇄시키는 아이디어가 빛나는 서스펜디드 턴테이블이다. 스피커는 미국 스테레오파일에서 2016~2019년 연속해서 추천기기 A클래스에 선정된 드보어 피델리티(DeVore Fidelity)의 오랑우탄 O/96((Orangutan O/96). 감도가 모델명에서 알 수 있듯이 96dB로 매우 높고, 10인치 페이퍼 콘 미드우퍼를 채택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무게중심이 아주 낮으면서도 해상도가 갑인 사운드를 들려줬다.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의 경우, 음들이 탱글탱글하고 쫀득쫀득하게 들린 것은 물론 이슬처럼 맑고 깨끗해 과연 ‘플래터 진동을 없애면 이런 소리가 나오는구나’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올닉 빈티지 스피커 네트워크 튜

올닉 빈티지 스피커 네트워크 튜닝

318A호 오디오 멘토스 부스는 빈티지 스피커 애호가들이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이다. 알텍의 A5와 탄노이의 오토그래프(Autograph), JBL의 하츠필드(Hartsfield)라는 빈티지 명품 스피커 3대장이 모두 집결한데다 기존과는 전혀 다른 하이엔드 사운드를 들려줬기 때문이다. 그 비결은 대한민국 제작사 올닉(Allnic)이 지난해 개발한 61단 정임피던스 어테뉴에이터를 이들 빈티지 스피커의 네트워크 회로에 투입한 것. 중고역 드라이버에 혼을 단 빈티지 스피커가 중고역 음압을 줄이기 위해 써오던 트랜스포머 대신 일종의 저항 조합인 어테뉴에이터를 써서 임피던스를 유지하면서도 중고역의 음압을 효과적으로 떨어뜨린 것이다. 올닉의 진공관 프리, 파워앰프와 매칭된 이들은 선명하고 투명하며 단단한 저역을 들려줬다. 오토그래프 소리를 들은 나이가 지긋한 관람객들은 저마다 “이게 정말 탄노이 소리냐?”며 놀라워했다. 이에 비해 하츠필드는 보다 여성적이고 보드라운 사운드를 선사했다.

네임 올인원 네트워크 앰프 Uniti Nova + 파일론오디오 스피커 Diamond 28

네임 올인원 네트워크 앰프 Uniti Nova + 파일론오디오 스피커 Diamond 28

올해 SIAS에서 비교적 심플하고 저렴하게 하이파이 사운드를 들려준 부스 중 한 곳이 바로 수입사 오디오갤러리가 마련한 315호 부스였다. 이 곳에서는 영국 네임(Naim)의 올인원 네트워크 앰프인 유니티 노바(Uniti Nova)와 폴란드 파일론 오디오(Pylon Audio)의 스피커 다이아몬드 28(Diamonod 29)을 집중 시연했는데, 참으로 가성비가 높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해상력과 선명함이 돋보였는데, 음이 나오는 과정에서 일체의 막힘이나 스트레스가 없었다. 특히 다이아몬드 28 스피커는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고 순간적인 파워감이나 저역의 양감, 음들이 예각으로 파고드는 감촉이 좋았다. 잡내나 노이즈, 건조함이 없는 점, 입자가 곱고 섬세한 점도 눈에 띄었다. 19mm 스캔스픽 텍스타일 돔 트위터와 18cm 시어스 셀룰로오스 콘 우퍼 2발을 2.5웨이로 구성, 36Hz~20kHz 대역을 커버한다. 공칭 임피던스는 4옴, 감도는 90dB.

브리카스티 DAC, 앰프 + 타이달오디오 스피커 Contriva G2

브리카스티 DAC, 앰프 + 타이달오디오 스피커 Contriva G2

미국 브리카스티 디자인(Bricasti Design)과 독일 타이달 오디오(Tidal Audio)의 조합은 그야말로 현시점 하이엔드 사운드의 전형이라 할 만했다. 시연에 나선 곡을 듣자마자 “원더풀”이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올 정도였다. 현장감, 스케일, 디테일, 포커싱, 이미지, 사운드스테이지는 물론 촉촉하고 섬세한 소릿결까지 거의 모든 것이 일품이었다. 그 주인공은 브리카스티의 소스 컨트롤러 M12와 모노블럭 파워앰프 M28, 타이달 오디오의 3웨이, 4유닛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컨트리바 G2(Contriva G2) 스피커였다. M12는 디지털 입력과 밸런스/아날로그 입출력, 아날로그 게인 컨트롤, DAC을 갖춘 소스기기 및 프리앰프이고, 풀밸런스 설계의 M28은 8옴에서 200W, 4옴에서 400W를 낸다. 컨트리바 G2 스피커는 무엇보다 다이아몬드 진동판을 트위터 재질로 쓴 점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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