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레이스] VR 현실인 듯, 아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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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3.27. 오후 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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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 남포동 제로레이턴시에서 게이머들이 VR 게임을 즐기고 있다. 밖에서 보면 사람들의 엉성한 동작이 생뚱맞아 보이지만, 지금 게이머들은 VR 세상 속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김 기자, 뒤에!” 헤드셋을 통해 팀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고개를 돌리니 한 무리의 좀비들이 달려오고 있다. 반사적으로 뒷걸음을 치며, 돌격형 소총으로 좀비들의 머리를 겨눈다. 아드레날린이 폭발한다. 좀비들을 겨우 해치우고, 불타오르는 벙커와 장애물을 넘어 옥상 건너편으로 넘어간다. 또다시 사방에서 좀비들이 밀려온다. 더는 버티기 힘들 쯤 고개를 들어보니, 붉은 하늘 저 멀리 헬기가 다가오고 있다. 헬기는 옥상에 착지했고, 빠른 걸음으로 올라탄다. 굉음을 내며 헬기가 이륙했고, 좀 아찔하지만 활짝 열린 헬기 문으로 한발짝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본다. 빌딩들은 반쯤 무너져 있고, 거리 곳곳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다. 지금 생지옥 위를 날고 있다. 그때 헤드셋으로 팀원의 무전이 들린다. “우와, 이거 너무 실감 난다!”

제로레이턴시

한국에 상륙한 가상현실 게임 테마파크

국내 최대 시설 ‘VR 멀미’ 없는 게임장

게임 캐릭터·신체 동기화 실감 극대화

인터파크VR 키즈앤패밀리

디지털 기술·키즈 카페 접목 이색 공간

아이들 수준 맞는 다양한 콘텐츠 유혹

암벽타기 등 증강현실 융합 놀이 갖춰

VR, 낯선 세계로의 공간이동

4차산업 바람을 타고 수년 전부터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이라는 용어가 유행처럼 퍼졌다. 그러나 일부 게임 마니아들만 집안에 앉아 고글을 끼고 게임을 즐기는 게 지금의 VR 상용화 수준이다. 물론 이렇게 즐기는 VR 게임도 꽤 실감 난다고 한다.

부산 중구 남포동 ‘제로레이턴시(롯데시네마 대영 3층/051-247-7778)’는 전혀 다른 형태의 VR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가상현실을 극대치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제로레이턴시는 VR 게임 테마파크 세계 선두기업이고, 본사는 호주에 있다. 우리나라에선 유일한 제로레이턴시 매장이 남포동에 있다. 전 세계 20개 매장 중 하나이자 일본에 이어 아시아 두 번째 지점이다.

매장은 125평 규모이다. 블랙톤으로 꾸며진 깔끔하고 세련된 매장에 들어서면, 간단히 아이디 등록을 하고, 직원으로부터 VR 게임 요령 등의 설명을 들은 뒤, 헤드기어와 탄띠 등을 착용하게 된다. 이어서 실제 게임장으로 입장한다.

60평의 게임장은 텅 빈 공간이다. 농구장같다. 게임장이 텅 빈 이유는, 게이머들이 실제로 이동하면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의 VR게임이 헤드기어만 끼고 앉아서 즐긴다면, 이곳에선 게임 캐릭터와 신체가 동기화돼 실제로 걷고 이동해야 캐릭터도 그대로 움직인다. 눈만 가린 VR이 아니라 온몸으로 느끼는 가상현실이다 보니, 이제껏 없었던 몰입감을 만끽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게임장 내 64개의 카메라센서가 돌아가고 있다.

제로레이턴시 한국총판인 와와컴파니 이문한 이사는 “국내 최대시설이다. 직접 이동이 가능한 다른 VR게임장이 있기는 하지만, 공간이 좁아 몇 걸음 움직이지 못한다”며 “일본의 제로레이턴시 지점도 중간에 기둥이 있어 이동이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VR 멀미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화면만 움직이고 몸은 제자리인 일반적인 VR 게임은, 뇌의 인지부조화에 따라 멀미를 유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몸과 화면이 일치하며 이동하면, 실제로 화면 속 세상을 걷는 것과 마찬가지 느낌이라 멀미가 날 이유가 없다.

5개의 게임이 준비돼 있는데, VR 입문용이라는 ‘엔지니어리움’을 먼저 했다. 게임은 마야 문명지 같은 환상적인 공간으로 인도했다. 잔잔한 음악에 맞춰 좁은 돌길을 따라 돌아다니며 주변을 구경했다. 마치 이색문명지에 여행을 온 기분이었다. 비스듬한 돌길을 걸으면 몸도 덩달이 기울어지고, 절벽에 서면 게임인줄 알면서도 아찔함이 전해진다.

‘오리진스’는 좀비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는 게임인데, 몰입감이 엄청났다. 전장 한복판에 선 기분이라 심장이 절로 빨라진다. 30분 정도 게임을 했는데, 어찌나 긴장했던지 팔이 얼얼하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기록을 보니 400m 정도 걸어 다녔다. 무려 1.3km를 이동하며 좀비들을 해치운 이도 있다고 한다.

이 이사는 “여럿이 즐길 수 있어 학생 실습이나 회사 회식 또는 워크숍 프로그램으로도 많이 찾는다”며 “개장 만 1년인데 애플 한국지사, 삼성SDS 같은 데서 다녀갔다. 게임 마니아들은 전국에서 찾아온다”고 말했다.

디지털 입은 키즈카페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 내 키즈카페인 ‘키즈앤패밀리’에서 한 아동이 VR 승마를 체험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 내 옛 카지노 자리는 이제 가족형 테마파크를 표방하는 키즈카페로 바뀌어있다. ‘인터파크VR 키즈앤패밀리(070-5180-9030)’는 고급스럽고 다채로운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외에도 VR 기술 등 디지털 기술을 키즈카페에 접목했다는 면에서 이색공간이다.

키즈앤패밀리 이명호 본부장은 “어린아이들이 디지털 기술에 적응력이 빠르고 더 큰 흥미를 느낀다.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에 흥미를 느끼고 창의력을 키울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이 정도 규모론 아직 서울에서도 시도되지 않고 있는 디지털체험형 가족형 테마파크”라고 소개했다.

키즈앤패밀리에 들어서면 아늑하면서도 쾌적한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전해진다. 1, 2층을 합쳐 300평 규모에 이른다고 한다.

일단 승마VR존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승마 코스튬실에서 승마복과 모자, 장비 들을 챙겨입은 뒤 큰 말 의자에 앉으면 대형 스크린에 계곡이나 승마장이 펼쳐진다. 말의자는 화면과 연동돼 말이 뛰면 같은 세기로 흔들리며, 말머리의 줄을 당기는 것으로 방향과 세기를 조절한다. 아이들은 흔들리는 말 위에서도 양손으로 말의 줄을 쥔채, 몸의 균형을 잡고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며 화면 속 미션을 척척 해낸다.

이 본부장은 “흔들림, 방향성 등이 실제 승마 상황과 동일해 예비 승마체험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승마 전문가가 와 진행하는 승마교실도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VR 체험존은 어린이들이 해드기어를 끼고 준비된 콘텐츠를 체험해 보는 형태다. ‘춘향전’부터 누에고치의 모험을 그린 ‘참뽕이의 모험’ 등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콘텐츠가 준비돼 있다. 아이 입장에서도 TV 만화를 보는 것보다 훨씬 몰입해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이 밖에도 1층엔 패션과 네일 아트 등을 해보는 뷰티체험존, 고급 이벤트룸 등의 시설이 있다.

2층은 뛰어노는 공간이다. 암벽타기, 트램펄린, 슬라임 만들기, 슬라이딩 공간 등이 있는데 곳곳에 AR 기술 등이 융합되어 있다는 게 특징이다. 널찍한 슬라이드 존은 그 자체로도 인기가 높지만, 경사면에 꽃문양 등의 장식이 그려져 있다. 센서를 통해 아이가 미끄러지며 지나가는 자리를 따라 꽃들이 춤을 추며 흩어지니, 아이들은 더욱 신이 날 수밖에 없다.

한쪽 벽엔 물고기들이 가득한 바다 아래의 풍경이 움직이고 있다. 아이가 물고기 그림을 그리면, 이를 스캔해 벽 위에 자신이 그린 물고기가 등장한 뒤 움직이기 시작한다. 화면 속 물고기에 손을 대며 물고기는 꿈틀거리며 흥미를 자극한다.

공 던지기 프로그램의 경우 실제 공을 던져 벽에 비친 로봇들을 맞춰 부수는 형태로 진행돼, 아이들이 게임을 하듯 즐길 수 있다. 이 밖에도 공룡 종이접기를 한 뒤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화면에서 그 공룡이 살아 움직이는 등의 아기자기한 프로그램 등도 준비돼 있다.

이 본부장은 “단순히 수익을 목적으로 해서는 이런 식의 설비를 갖추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힘들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아이들의 잠재적 재능과 흥미를 끌어올려 보겠다는 취지로 운영되는 공간이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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