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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 '생일'로 돌아온 전도연 "제 감정을 검열했죠"


두 손을 있는 힘껏 꽉 잡고 있었다. 한 마디 한 마디 조심스럽지만, 진심을 담아 답변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쉽지가 않다"고 고백한 배우 전도연이다. 그가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로 '남과 여'(2016)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다. 오는 4월 3일 개봉하는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다. 세월호 참사를 극에 녹였다.

극 중 전도연은 떠나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엄마 순남을 연기했다. 아들을 잃은 상처를 묵묵히 견뎌내며 딸 예솔과 살아가야 하지만 떠난 아들 수호에 대한 그리움은 나날이 커져만 간다. 전도연은 늘 그랬듯 진정성 넘치는 열연으로 스크린을 물들였다. 화장기 없는 얼굴, 건조한 표정은 아들을 잃은 순남 그 자체였다.

"제일 걱정했던 것은 세월호를 소재로 하기 때문에 다가가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시사회 때 영화를 보고 '이건 다 같이 봐야 할 영화다' '누구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들의 이야기다'라고 말해주는 분들이 있었죠. 영화를 보기 주저하는 사람들이 생각을 전환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해서 좋았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전도연은 모든 국민이 그랬던 것처럼 당연히 구조될 것이라는 마음으로 뉴스를 봤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기력함은 모두의 트라우마가 됐고 전도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외면하고 피하게 된 것 같다"면서도 "'생일' 시나리오를 봤을 때 미안함이 컸다. 모른 척한다고 해서 그게 정말 모르는 일이 되지는 않더라"라고 털어놨다.

"시나리오가 아무리 좋아도 만약 그 이야기가 아픔을 들춰내서 문제를 야기하거나 정치적으로 문제제기를 한다면 안 했을 거예요.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용기나 났죠. 사실 '생일'을 촬영하고 나서 달라진 건 없어요. 아직 진행형인 이야기잖아요. 많은 사람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를 통해 '뭔가를 바꾸자'가 아니라 집에 가면 가족이 있다는, 작은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낄 수만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생일' 시나리오를 받고 한 차례 거절했던 이유는 전도연이 연기했던 '밀양'(2007)의 이신애가 떠올라서였기도 했다. 전도연은 '밀양'에서도 아이를 잃은 슬픔을 간직한 엄마를 연기했다. 전도연은 '밀양'을 통해 한국 배우 최초로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칸의 여왕'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때와 달라진 점은 전도연이 어엿한 이젠 부모가 됐다는 점이다.

"세월호 소재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지만 '밀양'의 신애도 생각이 났어요. '생일'의 순남을 연기하는데 신애를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컸죠. 물론 이 작품을 하지 않더라도 작품이 잘 되길 진심으로 바랐어요. 그렇게 생각해보면 '내가 이 작품을 놨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러 부담이 있었지만,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앞으로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힘이 컸기 때문이에요. 그것이 부담을 이겨냈습니다."


물론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 걱정이 됐다. 다만 촬영이 시작되자 전도연은 "신애가 생각나지 않았다"면서 "이 슬픔이 순남이 오롯이 느끼는 슬픔인지, 순남의 슬픔을 넘어서는 제 슬픔인지. 감정의 검열에 집중했다"고 고백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이미 제 감정이 앞서 나가서 슬퍼하고 오열하고 있더라고요.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니까 더 아파했던 거 같아요. '밀양' 때는 제가 알 수 없는 감정을 만들어서 연기해야 했어요. 제가 느끼고 있어도 거짓말 같아서 늘 날이 서 있었죠. 지금은 엄마의 마음이 어떤 건지를 아니까 조금 더 감정에서 물러나 있으려고 했고요."

연출을 맡은 이종언 감독은 이창동 감독 연출부 출신으로 '밀양' 때 스크립터였다. 전도연은 당시를 떠올리며 "(이종언 감독은)제 눈도 못 쳐다봤다"고 웃었다. 그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 '생일' 시나리오를 들고 왔는데 기특했다"며 "시나리오를 읽고 바로 감독님이라고 불렀다. 존중이 생길 만큼 좋은 글이었다. 촬영 내내 감독님으로 깍듯하게 대했다"고 미소 지었다.


설경구와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1) 이후 무려 18년 만에 연기 호흡을 맞췄다. 전도연은 "어릴 때 만나서 연기해서 그런지 친오빠 같은 느낌이 있다"면서 "다시 만났을 때 둘 다 웃었다. 달라지지 않아서 이상할 정도였다. 그렇게 익숙하고 편한 사람이 옆에 있어서 의지가 됐다"고 웃었다.

관람을 망설일 예비 관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영화를 본 한 친구의 이야기로 대신했다.

"애 셋을 키우면서 하루가 고되고 힘들다고 말하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가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 저한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지옥 같고 어떻게 벗어나나 했는데 이 영화를 보고 이렇게 사는 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 보게 해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를 남겼더라고요. 우리 영화가 말하고 싶고 느끼게 해주고 싶은 게 딱 그겁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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