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사이즈 우리 매장은 안 팔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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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준 일러스트

173㎝의 큰 신장을 자랑하는 이유미(25·가명)씨는 백화점에 갈 때마다 속상하다. 표준 사이즈인 66을 입으려면 팔이 짧고 좀 더 여유 있게 입고 싶어 77사이즈를 찾으면 여성 영캐주얼 매장에서는 도통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국내 브랜드에서는 77사이즈를 찾기가 너무 어려워 다양한 사이즈가 나오는 ZARA(자라)나 H&M 등 해외 브랜드를 이용하고 있다”며 “국내 여성 브랜드 업계가 표준 사이즈에만 집착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백화점 여성 영캐주얼 매장에서 빅 사이즈는 여전히 소외 영역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빅 사이즈 시장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여성 영캐주얼 브랜드 업계는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비만이 아니더라도 식습관과 생활패턴의 변화로 체형이 서구화되면서 평균적인 신장과 체중이 증가했지만 업계는 이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온앤온, 비지트인뉴욕, 플라스틱아일랜드, 올리브데올리브, 쥬크, 에고이스트, 쿠아 등 대부분 여성 영캐주얼 매장에서는 원피스, 셔츠, 치마, 바지를 비롯한 품목에서 대부분 플러스 사이즈는 찾기 힘들다. 44~66 표준 사이즈만 즐비할 뿐이다. 동광인터내셔널의 브랜드 ‘숲(SOUP)’과 ‘비지트인 뉴욕’ 등은 3년 전부터 판매를 중단했다.

업계 측은 77사이즈 이상의 제품을 내놓는 여성 영캐주얼 브랜드 비율을 5% 미만으로 보고 있다. 백화점 내 빅 사이즈 매장은 신세계백화점이 지난 2006년 77~99사이즈 편집매장인 ‘디자이즈’와 지난 7일 문을 연 ‘빅사이즈 언더웨어 매장’ 외에는 전무하다.

빅 사이즈를 입는 사람들의 모임인 ‘빅사모’ 인터넷 카페 자유게시판에는 ‘백화점’이라는 검색 하나로 울분을 토하는 글이 가득하다. 한 여성은 “백화점에서 옷을 구경하면 점원이 사이즈가 처음부터 없다고 말한다”며 “오프라인에서 옷을 사는 것은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의류업체에서 관심이 없다 보니 체형이 큰 여성에 대한 기초조사도 돼 있지 않다. 국내 굴지 패션연구소는 물론 의상학과, 기업도 마찬가지다. 큰 사이즈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나 통계도 없다.

빅 사이즈 의류 브랜드 ‘크레빅’ 박소진 MD는 “빅 사이즈 고객들은 아무래도 인터넷 쇼핑을 더 많이 한다. 수익성이 나쁜 데다 리스크도 있어 의류업계가 오프라인 매장을 많이 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대 패션디자인학과 김미현 교수는 “마네킹 피팅을 할 때도 신장이 170㎝ 이상이 되는 경우에도 사이즈를 측정할 때 55사이즈를 넘은 적이 없다”며 “아무래도 브랜드들은 이미지가 중요하고 빅 사이즈는 날씬한 몸을 선망하는 여성들의 개념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매장에 표준 사이즈 제품만 갖다 놓는다”고 말했다.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고원애 교수는 “매장마다 같은 55사이즈라도 작을 때가 있고 클 때가 있고 각각 다르다”며 “의류업계에서도 55반, 66반, 77, 77반 등 다양한 사이즈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소비자들도 자신의 몸 사이즈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치수를 재서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소영 / 여성신문 기자 (greensso@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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