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생활속 아이디어가 사업 밑천"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성공률이 낮은 창업시장에서 평범한 아줌마들이 소규모 창업에 도전해 성공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작은 점포를 성공시킨 데 만족하지 않고 프랜차이즈 본사 사장으로까지 성장한 경우도 적지 않다. 여성 경제활동 인구에 관한 통계를 보면 최근 몇 년 사이 20ㆍ30대보다 40ㆍ50대 경제활동 참가율이 급격히 늘어났는데 창업전문가들은 중년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창업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장은 "창업계 또순이들은 남성들과 달리 대부분 생활 속에서 아이디어를 내서 사업을 시작했다는 게 특징"이라며 "사회 경험이 적은 대신 아줌마 특유의 포용력과 붙임성으로 고객과 거래처를 관리하며 사업을 성공시켰다는 것도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 이가연 노블크린 사장, 폐식용유 재생 =

노블크린(www.wsnti.co.kr)의 이가연 사장(48)은 우연히 치킨을 사러 갔다가 튀김기 속 시꺼먼 기름을 보게 됐다. 대부분 치킨집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고객의 건강을 무시하고 여러 번 사용한 기름으로 닭을 튀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던 중 주방에서 쓰고 남은 식용유를 싱크대에 버리다가 기름이 굳어 하수구가 막히는 일이 발생하자 본격적으로 폐식용유 재활용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용한 기름에 숯을 넣거나 삼베 천에 거르는 등 온갖 방법을 시도했고 국내외 학술 논문 등을 조사하던 중 천연광물을 통해 식용유 재생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

단순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손을 댔다가 2004년 5월에는 법인까지 설립했다. 2년간 노력 끝에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아껴 놓았던 적금은 제품 개발에 고스란히 투자됐다.

하지만 힘들여 개발한 제품이 정제 효과는 탁월해도 사용상 불편 때문에 외면당하자 모든 사업 진행을 중단하고 편리성을 높인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매달렸다.

치킨점, 돈가스 전문점 등 식용유 사용 업소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성공한 이 사장은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간다면 결코 이 자리로 돌아올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고 말한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끝에 이 사장은 지난 4월 중소기업청 기술혁신개발 사업자로 선정됐다.

'버팔로 윙' 등 미국 대기업에 10만달러를 수출하는 실적도 올렸다. 국내에서는 신세계푸드 등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이 사장은 전국적인 프랜차이즈 가맹점 사업에도 도전해 가맹점을 갖춰 나가고 있다.

15개까지 문을 연 가맹점은 2000만원 정도로 창업할 수 있는 무점포 형태다. 단체식당, 대형 외식업소, 중국집, 치킨점, 돈가스점 등 식용유 사용량이 많은 업소들을 대상으로 정제기를 판매하고 주기적으로 필터 교환을 통해 수익을 얻는 모델이다.

■ 박용숙 털보치킨 사장, 색다른 닭요리 =

털보치킨 프랜차이즈(www.teolbo.co.kr)의 박용숙 사장(41)은 여느 주부들과 비슷하게 평범한 동기로 창업시장에 나섰다.

동갑내기 남편은 대우자동차에 근무했고 가정교육을 전공한 박 사장은 파트타임 학원 강사로 일했다. 남부럽지 않은 가정이었지만 막상 살림하는 주부 입장에서 보면 둘이 벌어도 저축하고 남는 돈은 월 50만원 남짓밖에 안됐다.

10년 후를 생각해 보니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해결책은 부업에 나서 돈을 버는 것뿐이었다. 어렵게 남편을 설득해 투자비를 마련한 박 사장은 90년 4월 인천에서 주차장용으로 만들어진 공간에서 닭 유통사업을 시작했다.

유통사업을 먼저 시작한 건 투자비가 적었기 때문이다. 평소 닭 요리를 좋아했던 박 사장은 닭 염지에 자신이 있었고 연구도 많이 했다. 이 과정에서 항아리에서 염지한 닭을 숙성시키는 기법을 개발했다.

맛이 소문나자 공급을 원하는 치킨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92년에는 직접 치킨점을 열었다. 창업을 도와 달라는 요청을 받으면서 자연스레 프랜차이즈 사업에도 진출했다.

박 사장은 "사업 초기 매장의 일부 공간을 막아 침실로 사용하는 바람에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성장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했던 것은 지금까지도 가슴에 못이 박혀 있다"며 "또 일을 돕는다고 배달을 나갔던 남편이 매장 앞에서 큰 사고를 당해 죽을 뻔한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줌마 특유의 억척스러움으로 어려움을 이겨냈다. 95년 순살 치킨을 개발했고 96년에는 건강마늘 치킨을 신상품으로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근에는 일반 치킨점과 달리 고급 이미지의 치킨호프 브랜드를 개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박 사장은 "사업은 주부가 살림하고 요리하며 주방을 관리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가족을 돌보 듯이 모든 것에 세심한 관심을 가지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22개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 이선미 크레빅 사장, 큰 치수 옷 전문 =

큰 옷 전문 프랜차이즈 크레빅(www.crebig.com)의 이선미 사장(35)은 아줌마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임신 때문에 창업에 나선 사례.

출산 후 몸무게가 불어나면서 예전 옷을 입을 수가 없게 된 이 사장은 큰 사이즈 옷을 찾았지만 모두 어둡고 딱딱한 디자인이라 화려하고 밝은 색을 좋아하는 취향에 맞지 않았다. 제대로 된 큰 사이즈 옷을 사기 어렵다면 직접 나서서 안방창업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

2001년부터 동대문 등지에서 물건을 구해와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했는데 댓글 달기 등 고객 관리에 신경쓴 덕에 금세 인기 쇼핑몰이 됐다.

수요가 늘자 본격적으로 사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사무실을 얻어 새우잠을 자며 일했다. 디자인 분야는 전혀 몰랐던 그녀는 직접 디자인한 도안을 들고 하도급 업체들을 찾아다니며 온갖 허드렛일을 다했다.

주문량이 적어 하도급을 맡기는 과정에서 자존심을 버려야 했던 경우도 많았다.

초기 어려움을 딛고 사업은 계속 성장해 해당 분야 온라인쇼핑몰에서 매출 1위로 올라섰다.

이 사장은 오프라인으로 눈을 돌렸다. 경쟁업체가 늘어나자 온ㆍ오프라인을 연계해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는 2005년 처음으로 인천에 직영점을 냈다. 다른 사람들이 말리는 죽어 있는 상권이었지만 매출은 계속 올랐다. 자신감을 얻은 이 사장은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했다. 현재 전국에 25개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는데 계속 가맹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점주 역시 아줌마들이 많아서 일하는 여성의 고충, 아이들 교육 문제 등을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친한 친구가 돼버린다"며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가장 어려운 게 가맹점 관리라고 하는데 가맹점 관리에 비교적 어려움을 못 느끼는 건 바로 이런 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시보 기자]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