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자유한국당이 몰랐던 건 규정 아닌 스포츠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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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4.03. 오전 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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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로부터 자유''라는 스포츠 독립성 훼손
- 팬 질타, 정치권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저항
- “축구경기장은 오직 축구팬 위해 존재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명이 적힌 붉은 점퍼를 입고 지난 30일 오후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와 대구FC의 경기때 경기장 내 정치적 행위를 금지한 경기장 안으로까지 들어가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선거운동 금지 규정이 있는지 몰랐다.” 자유한국당이 황교안 대표와 강기윤 경남 창원성산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후보자가 경남FC 경기장 내에서 선거운동을 한 데 대해 논란이 일자 내놓은 입장이다.

이런 해명을 보면 한국당은 여전히 경기장 내에서 선거운동을 금지한 배경은 전혀 알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핵심을 선거법 위반 여부나 경남FC가 받아야 하는 불이익의 경중 수준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듯한 행태다.

대한축구연맹 및 프로축구협회가 경기장 내에서 정당명·후보명·기호·번호 등이 노출된 의상 착용을 금지하는 이유는 단순히 선거법 때문이 아니다. 축구가 정치적 성향에 의해 차별받거나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스포츠정신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올림픽헌장에서 ‘정치’를 언급한 부분만 살펴봐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올림픽헌장은 “올림픽 장소·현장 및 기타 구역에서 어떠한 형태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혹은 인종적 선전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올림픽 이념의 기본원칙으로 “정치적 및 기타 의견 (중략) 등 어떠한 종류의 차별 없이 올림픽을 향유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올림픽위원회에 대해서는 “올림픽헌장의 준수를 저해할 수 있는 정치적·법적·종교적·경제적 압력을 비롯해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율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즉 황교안 대표와 강기윤 후보의 행위는 실정법 위반 여부를 넘어서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고 자율성을 생명으로 하는 스포츠 정신과 독립을 훼손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당에서는 “경남FC 측이 관련규정 안내도 하지 않고 입장시킨 후 선거운동 금지 규정 위반이라며 제지한 침소봉대(針小棒大) 사건”이라며 “구단주인 민주당 소속 김경수 경남지사의 함정 의혹이 확증으로 바뀌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는 지난 정권에서 정치권력이 문화와 스포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나타났는지 똑똑히 목격했다. 따라서 현재 스포츠계와 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한국당에 대한 질타는 단순히 경남FC 피해에 대한 우려가 핵심이 아니다.

정치권력이 스포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는 행태에 대한 지극히 당연한 저항이다. 경남FC 서포터즈 연합회도 2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정치적 싸움에 휘말리고자 하는 의도가 절대 없음을 천명한다”며 “축구경기장은 오직 축구팬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물러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사과 없는 사퇴문에 대해 “김의겸의 사퇴문은 이 정권이 국민을 어떻게 보는지 알려주는 고백서”라고 했다. 지금 한국당이 경기장 내 선거운동 논란에 대해 보이는 입장이야말로 “제1야당이 스포츠를 어떻게 보는지 알려주는 고백서”다.

유태환 (pok203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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