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바이어 프레스 톱스타 시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모였다

때아닌 폭설에도 시민들 DDP 발걸음 최대 패션축제 증명
보그 WWD 등 유력매체 프레스 및 바이어들 500여명 방문
한국 스트리트 영패션 뜨거운관심, 인플루언서들 지속 참가
서울패션위크 발전했지만 풀어야할 숙제 여전
"디자이너 사전 정보 턱없이 부족하고 1:1 매칭 없어 아쉽다" 한목소리

서울패션위크 행사 전경

 

대한민국 K-패션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서울패션위크’가 지난 24일 비욘드클로젯(Beyonc closet)의 컬렉션을 끝으로 폐막했다.

지난 19일 한복 디자이너 김혜순의 오프닝 패션쇼를 시작으로 총 6일간 메인행사인 서울컬렉션이 총 39회에 걸쳐 진행됐으며, 신진디자이너 패션쇼인 제너레이션 넥스트가 13회에 걸쳐 야외 무대에서 진행됐다.

또한 국내 신진 패션 브랜드 88개사가 참여한 제너레이션넥스트 서울 수주상담회가 DDP 주차장에서 진행됐다.
이곳에서 바이어들은 컬렉션을 본 이후 직접 옷을 구매하고 디자이너를 만날 기회를 가졌다.

특히 총 6일간 진행된 패션위크 기간동안 온 쇼에서 벗어나 각자의 브랜드 정체성을 담아낸 29명의 디자이너가 서울시 전역에서 오프쇼를 진행해 주목을 받았다.

서울패션위크는 지난 2015년부터 스폰서를 도입해 아모레퍼시픽 ‘헤라(HERA)’의 후원을 받아 타이틀을 ‘헤라서울패션위크’로 진행해 오고 있다.

행사 주관사인 서울디자인재단(대표이사 직무대행 서정협)은 이번 2018 F/W 헤라서울패션위크에서 국내외 바이어 540여명이 참가하고, 총 573만 달러의 수주 상담을 가졌다고 공식 발표했다.

 

신진 출신 영 디자이너들로 채워진 서울컬렉션

서울패션위크의 가장 주요 행사이자 온쇼(on-show)로 자리하고 있는 ‘서울컬렉션’은 총 39개의 디자이너 브랜드가 참가했다.

카루소, 미스지컬렉션, 빅팍, 송지오옴므, 키옥 등 기존 최정상급 디자이너 들이 여전히 굵직한 무대를 선보이며 중심을 잡아줬으며, 이어 2세대 디자이너인 쿠만 유혜진과 라이, 비욘드클로젯, 쟈렛, 로우클래식, 권문수 등 실력파 영 디자이너들이 무대를 빛냈다.

디자이너 장광효의 카루소와 송지오의 송지오 옴므는 이번 시즌 한층 완성도 높은 작품력을 과시하며 남성복 디자이너의 대가로 다시한번 위상을 높였으며, 박윤수 디자이너의 빅팍(BIG PARK)은 이번 시즌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는 작품력으로 국내외 바이어와 프레스들의 극찬을 받았다.

또한 지난해 이어 서울컬렉션에 등장한 신인들인 유저, 디앤티도트, 블라인드니스 등 능력을 인정받은 신인 디자이너들이 대거 스케줄에 이름을 올려 한층 신선했다는 평이다.

특히 지난 시즌 서울패션위크 베스트디자이너로 뽑혔던 블라인드니스는 ‘전쟁 속에서도 피어난 평화’를 젠더리스룩으로 표현해 바이어들의 주목을 받았으며, 이무열 디자이너의 ‘유저(YOUSER)’는 이번 시즌 협찬사인 하겐다즈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하겐다즈 로고를 팝아트적 요소로 표현한 컬렉션을 보였다.

뉴욕컬렉션에서 호평을 받은 ‘라이’는 북극의 환경에 대해 우리가 기억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기 희망하는 디자이너의 메시지를 담은 ‘It's not justICE’를 주제로 다양한 소재의 믹스매치와 시그니처인 페미닌 에슬레저 룩을 그만의 재치로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코오롱 클로텍&The BnR과 연출한 흰색잔디무대는 마치 모델들이 북극 설원 위를 걷는 듯 몽환적 분위기를 더했다.

패션위크의 마지막 컬렉션 무대를 장식한 비욘드클로젯은 ‘뷰티풀 비 피플(Beautiful B People)’ 테마로 다양한 컬러와 텍스처, 불규칙한 디테일로 유니폼을 도발적이고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재탄생시켜 호응을 얻었다. 특히 그만의 키치한 컬러와 실키한 소재, 그리고 직접 개발한 유니크한 아가일 패턴이 핑크와 바이올렛, 옐로우 등의 포인트 컬러와 만나 역시 고태용 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욘드 클로젯은 지난 1월 피렌체에서 18FW 컬렉션을 선보여 언론 및 바이어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의 ‘컨셉코리아 앳 피티 워모 93(Concept Korea at Pitti Uomo 93)’ 에 참가해  한국 남성복을 세계에 알리는 데 일조한 바 있다.

(왼쪽부터)라이/ 디앤티도트/ 빅팍

 

신진답지 않은 신진들의 신선한 무대,, 제너레이션 넥스트

제너레이션 넥스트에서 처음으로 서울컬렉션에 진출한 두 디자이너인 이재우 디자이너의 ‘JWL’과 이한철 디자이너의 ‘HAN CHUL LEE’은 이번시즌 온쇼에서 주목을 끌었다.

제너레이션 넥스트 쇼 역시 새롭게 등장한 디자이너 중에는 2013년에 H&M 어워즈로 주목을 받았던 디자이너 민주킴의 쇼를 비롯해 로얄레이어, 데일리미러 등이 폭풍성장한 모습을 선보여 바이어들과 프레스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틀에 박힌 장소 벗어나 이색 공간서 개성 과시한 ‘오프-쇼’ 화제

서울 일대에서는 패션위크 기간에 다양한 패션쇼가 함께 열렸는데, 강남, 종로 등 DDP외에서도 29개 브랜드의 오프쇼가 진행됐다.

특히, 어릴 적 과학자가 꿈이었다는 홍혜진 디자이너는 지난 시즌 증강현실 (AR augmented reality) 기술이 접목된 쇼를 선보인데 이어, 이번 시즌 미디어 아티스트 빅터장(Viktor Jan)과 콜라보레이션해 현실의 런웨이가 가상의 홀로그램 속에서 보여지는 새로운 개념의 이색적인 모바일 패션쇼를 진행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23일 0시, 서울패션위크 기간에 맞추어 ‘Real Fake’를 주제로 선보인 더스튜디오케이의 홀로그램 패션쇼

23일 0시, 더스튜디오케이의 2018 f/w 컬렉션 영상이 공개됨과 동시에  스마트폰 위의 피라미드 구조 안에서 펼쳐지는 홀로그램 3D 영상이 구현됐다.

특히 원하는 시간, 원하는 공간에서 모델들의 환상적인 런웨이를 감상할 수 있었던 미니 홀로그램은 특별히 이번 패션쇼를 위해 제작된 것.

다면반사체를 이용한 3D 홀로그램 원리를 모바일폰에서 구현 가능하도록 축소 설계한 기술로 관객들은 다면반사체를 통해 모델의 정면, 좌우면, 후면 홀로그램이 정 중앙에 떠있는 형태로 구현되어 360도에 가까운 피사체를 감상하게 했다.

입체적으로 빛나는 홀로그램을 통해 2차원의 세계를 초월하여 또 다른 차원 속에 존재하는 새로운 룩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시각적인 즐거움을 배가 시키고 패션 판타지를 충족시킨 홍혜진 디자이너는 “최첨단 뉴미디어를 활용한 이번 18 FW 홀로그램 패션쇼를 통해 스마트 패션의 미래상이 보여지길 바란다.”고 전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성수연방에서 개최한 디자이너 곽현주 2018 f/w 패션쇼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도 단독 오프쇼를 진행한 디자이너 곽현주는 27일 서울 성수동의 성수연방에서 'Life is'를 주제로 18 F/W 컬렉션을 선보였다.

 삶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자아를 다양한 체크 패턴과 컬러 포인트를 가미해 표현했고, 슬로건을 활용한 프린트로 쇼의 주제를 강조했다.  지난 컬렉션에 이어서 올해도 단독 오프쇼로 진행됐다.

화학공장에서 복합 식음료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는 핫플레이스 성수연방의 현장에서 펼쳐진 이번 곽현주 컬렉션은 지속적인 콜라보레이션을 전개해온 뉴발란스, 슈에무라와 사진작가 권영호가 함께 참여해 젊고 트렌디함을 배가시켰다.

특히 뉴발란스의 시그니처 모델인 574 클래식을 매치해 한층 세련되면서 클래식한 매력을 강조해 쇼에 참가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이외에도 디자이너 바조우의 99%is는 ‘CHAlleNGE’라는 주제로 동대문 두타 벙커에서 아이코닉 스타일에 컬렉션을 진행하여 바조우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담아냈다.
정혁서, 배승연 디자이너의 ‘SJYP’도 한남동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 데님 재킷과 스포츠 의류가 결합된 패션쇼를 가졌다.

 

유력 바이어 프레스 서울로 총출동.. 해외 홍보는 ‘굿’ 수주 실적은 ‘글쎄?’

서울디자인재단은 유럽, 미주, 중동지역 바이어 초청을 꾸준히 이어가 디자이너들의 해외 수주 성과를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번 시즌에도 바니스 뉴욕(Barneys Newyork), 셀프리지 백화점(Selfridges), 르 봉 마르셰(LE BON MARCHE), 해외 명품 브랜드 편집샵 네타포르테(NET A PORTER), 영국 멀티 브랜드샵 아소스(ASOS)를 비롯한 해외 유명 백화점 및 온라인 편집숍 바이어 50명이 패션위크를 위해 방한했다.

아시아권 백화점과 편집샵 바이어 130명을 포함하면 총 539명에 달한다.

이들  바이어와의 수주상담을 위해  DDP 주차장에서 마련된 전문 수주상담회 트레이드쇼는 컬렉션에 참가한 바이어들이 직접 옷을 구매하고 디자이너를 만날 기회를 제공해 바이어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특히, 유저, 푸시버튼, 디앤티도트, 앤앤더크라우드, 제이쿠 , 헬레나앤크리스, 로켓런치 등이 독특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주목을 받았다.


패션세미나, 멘토단 ‘뉴 럭셔리’ ‘지속가능 패션’ 논의

DDP 살림터 3층 나눔관에서는 ‘패션세미나’가 진행됐다.

올해는 하겐다즈와 협업으로 디자이너 이무열, 포토그래퍼 남현범, 디저트 파티쉐 유민주가 강연자로 참석해 강연을 펼쳤다.

또한 패션 크리에이트 디렉터인 서은영의 ‘해외 패션 멘토링 세미나’와 보그 이탈리아 부편집장인 사라 마이노와 보그 영국 패션 크리틱 앤더스 마센, 데이즈드 편집장 이자벨라 벌리, 바니스 뉴욕 여성복 구매본부장 레아킴, 템플레이트 패션디렉터 룬팍 등 7명이 패션 멘토로 참석해 ‘뉴럭셔리’ 와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패션체험, 패션 필름 페스티벌 등 다양한 시민 참여행사

유난히 추웠던 이번 서울패션위크 행사에는 때아닌 폭설이 내리는 등 기상조건이 좋지 않았음에도 많은 시민들이 방문해 행사장을 즐겼다.

어울림 광장에는 헤라 체험존과 18 F/W 헤라서울패션위크 포토부스가 설치됐으며, DDP 살림터 2층 크레아에서는 제너레이션 넥스트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준 오브제 전시가 진행돼 패션체험뿐만 아니라 다양한 참여기회를 제공했다.

살림터 나눔관에서는 패션필름페스티벌이 개최돼 ‘아메리칸 허니’, ‘퍼스널 쇼퍼’, ‘블링 링’이 상영되고, 행사 마지막날인 24일에는 제너레이션 넥스트 디자이너들의 샘플을 판매하는 디자이너 샘플마켓이 열리면서 어울림광장에는 수백명의 시민들이 몰리기도 했다.


디자이너와 만남 기회 적고 컨택 포인트 없어 ‘막막’

이번 행사는 한층 차분해졌다는 전반적인 호평이었다.

지난 시즌까지 너무 많은 시민들이 몰리면서 해외 바이어와 프레스들은 다소 산만하다는 평가를 한 것에 비하면 날씨가 한몫했다.

때아닌 폭설과 한파로 야외에 몰린 시민들이 마지막 24일 토요일에 몰리면서 전날 출국한 해외 바이어와 프레스들 눈에는 한층 안정된 모습을 비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한국형 패션위크’라는 성격상 국내 시민들이 대거 방문해 오히려 한국 고유의 색깔을 찾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중국에서 4년간 지속적으로 방문하고 있다는 중국의 한 패션 블로거는 “서울패션위크에 오면 DDP에서 볼 수 있는 한국의 영 스트리트 패션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매우 즐겁다”고 말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2018 F/W 헤라서울패션위크의 멘토인 마리오 델 올리오가 “다른 패션위크에 비해 더 강한 에너지를 느끼며, 최근 몇 년간 쇼의 평균 질은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메시지도 명확해졌다”고 알렸다.

서울패션위크는 서울시 뿐 아니라 대한민국 패션행사를 대표하는 심볼이 됐다는 국내외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시민의 축제이자 대한민국 패션 트랜드 행사가 된 ‘서울패션위크’가 이제는 글로벌 축제 행사로 거듭나는 마지노선에 서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여전히 넘어야할 산이 크다.

정구호 헤라서울패션위크 총 감독은 “해를 거듭할수록 헤라서울패션위크에 대한 기대와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없어 아쉽다”고 전했다.
얼핏 들으면 헤라서울패션위크를 발판으로 디자이너들이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활로인 인프라는 충분히 갖췄지만 정작 제대로 된 디자이너가 나오지 않는 것을 지적한 내용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감독의 이러한 언급은 주최측 조차 서울패션위크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수년간 서울패션위크가 ‘시민축제형 행사’에 집중하면서 내수 시장 활성화에 정조준했기 때문이다.
신진 디자이너들의 인지도를 확산시키고 스타 디자이너로 등극시켜주는 발판인 제너레이션넥스트와 스타 디자이너들의 마케팅 창구인 서울컬렉션의 활성화가 디자이너들의 내수 시장에서의 매출 성장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이에 반해 수출 활성화를 위해 가장 주력해야할 수주상담회인 제너레이션 넥스트 서울은 정작 어두운 지하 주차장에서 빛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게다가 정 감독은 해외 바이어 초청에 앞서 기본적인 메뉴얼 조차 잊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독일에서 대형 온라인 쇼핑몰을 전개하며 전 세계 럭셔리 브랜드를 바잉한다는 한 바이어는 “서울패션위크는 이번에 처음으로 주최측 초청으로 참가하게 됐는데, 초청 당시 디자이너 사전정보를 요청했지만 온라인으로 알아서 찾아보고 오라는 메시지만 들었다”면서 “4대 컬렉션을 돌고 한국으로 오는 바쁜 일정에 일일이 디자이너를 모두 검색하는 것이 불가능했고, 사전 정보 없이 디자이너 패션쇼를 관람하는 것부터 패션쇼 이후  디자이너와 수주 상담을 할 수 있는 컨택 시스템 부재가 매우 아쉬웠다”고 밝혔다.

또한 해외 프레스 자격으로 미국에서 방문한 WWD 기자는 “남성복인지 여성복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컬렉션 스케줄이 정리되어 있지 않아 취재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브랜드 이름만 나열돼있고 디렉토리나 설명서 하나 없는 행사가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바이어들 대다수가 서울컬렉션을 관람하는 시간과 한국에 머무는 기간이 한정돼 있는데다 사전 디자이너 정보가 전혀 없어 수주상담과 연계가 힘들다는 지적은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4대 컬렉션이 끝나는 이후에 서울컬렉션이 개최되는 시점에서 해외 바이어들의 얇아진 지갑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국내 디자이너들이 가격 경쟁력과 독보적인 상품력을 동시에 갖춰야 함은 물론 주최측이 앞장서서 수주상담에 더욱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내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그간 패션위크가 국내외 홍보와 마케팅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내실을 기해야할 시점”이라며 “특히 1인 총감독 체제는 한사람의 고집대로 행사의 방향과 성격이 전개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수출 노하우와 시스템을 보유한 전문가들의 고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보완해야 수출 기반형 행사로 발전하고 탄탄해진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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