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연기하자고?‥ EU, 英에 '엄격한 조건'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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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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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신사협정 체결 등 英활동 제약 방안 준비중
일부는 유럽의회 선거 참여 독려…장기연장 先제안 검토
英메이 "5월22일까지 합의문 통과시키고 브렉시트 추진"
FT "메이 계획, 英의회 문턱 넘었을 때 가능한 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럽연합(EU)이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 시한 연장 요청에 대해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 차례 양보를 해줬는데도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는 영국 정치권의 무능함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일(현지시간) “EU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 엄격한 조건을 전제한 장기 연기 방안을 준비 중”이라며 “검토 중인 대안에는 유럽의회 선거 참여 및 이에 따른 장기 연장, 회원국 지위는 유지하되 신사협정(Gentleman‘s Agreement) 체결 등의 방안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신사협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자간 비공식적 구두 협정이다.

브렉시트를 오랜 기간 늦춰주는 방안에 대해선 EU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장기 연기 방안에 긍정적이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경고했다.

미셸 바르니에 유럽연합(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도 장기 연기에 대해서는 “EU의 미래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브렉시트 연기를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정당성(보증)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프랑스는 영국으로부터 EU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식의 신사협정을 모색하고 있다. 예를 들어 EU집행위원장 선출 등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EU 내부에서도 영국과 마찬가지로 ‘노딜 브렉시트만은 막자’는 기류가 형성된데다, 일부 회원국들은 영국을 유럽의회 선거에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어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EU는 내년 1월 또는 4월까지 브렉시트를 늦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최악의 시나리오,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 상황이 도래하면 메이 총리가 EU 측에 브렉시트 연기를 요구하지 않더라도 EU가 먼저 영국에게 이같은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고 전했다.

EU의 한 고위 관료는 “만약 우리가 노딜 브렉시트를 향하고 있는 것이라면 영국에 최장 1년까지도 시한 연장을 제안할 수 있다”면서 “그것(노딜 브렉시트)은 그들(영국)의 선택이며, 또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회원국 정상들은 장기 연장을 굳이 막을 필요가 없다면서 영국의 유럽의회 선거 참여를 촉구했다.

브렉시트 담당 한 고위 관료는 영국 정치권 내 혼돈이 정당성 요구에 대한 허들을 낮췄다면서 “영국이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겠다고 결정하면 EU가 영국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EU는 앞서 메이 총리에게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5월23~26일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 참가 및 장기 연장 △노딜 브렉시트 중 하나를 택일하라고 통보했다. 영국은 유럽의회 선거 참여시 분담금을 계속 내야 하며 사실상 EU 회원국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또다른 일부 정상들은 EU가 먼저 영국에 대안을 제시하는 것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최근 영국 정치권이 보여준 무능함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정상들은 오는 10일 긴급 소집된 EU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한편 메이 총리는 EU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시기를 조금 더 늦춰달라고 요청키로 방향을 정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 내각회의를 마친 뒤 EU가 요구한대로 ‘합의안 의회 통과를 전제로 5월22일까지 연기’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레미 코빈 대표와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하원에서 합의안 승인을 받은 뒤 EU 정상회의에서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BBC방송은 “노동당이 주장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수용하겠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메이 총리가 ‘합의안 통과시 사퇴’ 카드를 내밀면서 보수당 내 강경파 일부를 돌려세우는 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상황이 여의치 않자 노동당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메이 총리는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가능한 짧게 브렉시트를 실행하겠다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의회에서 승인을 받았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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