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pick] 15번의 英 헛발질‥'EU 관세동맹 잔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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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4.02. 오후 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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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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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표차로 부결된 영구적 EU 관세동맹 잔류안 부상
"의향투표 때 2명만 바뀌면 통과 가능성"
D-10일..英 해결책 못찾으면 유럽의회 선거 참여할 듯
유럽의회 선거 불참시 노딜…“우려감 여전하다” 경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준기 뉴욕 특파원] 좀처럼 단일한 의견을 모으지 못하는 영국 의회가 유럽연합(EU)에 어떤 방식으로든 발을 담그는 쪽으로 조금씩 기울어지는 분위기다. “EU 관세동맹에 잔류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경제·사회적 파장이 큰 노딜 브렉시트만은 막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다 테리사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반감이 반영된 결과다. EU와의 최종 합의까지 불과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다만, 영국이 EU 관세동맹에 남는 결정을 할 경우 “이건 브렉시트가 아니다”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국민투표로 결정된 브렉시트를 사실상 뒤집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메이 총리도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예정보다 일찍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관측된다.

◇관세동맹 잔류 가능성↑…불과 3표차로 부결

1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에서 4가지 브렉시트 대안을 두고 진행된 ‘의향투표(indicative vote)’는 모두 과반의 표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방안은 불과 3표 차이(찬성 273표, 반대 276표)로 부결됐다. 1차 의향투표 8표차에서 더 줄어든 것이다. 브렉시트를 진행하되 EU 관세동맹에 영구적·포괄적 잔류를 추구한다는 매우 온건한 형태의 브렉시트안이다. 이 안이 통과되면 교역은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다.

3차 의향투표에선 이 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망했다. 노동당 의원들이 관세동맹 잔류안에 투표하겠다고 돌아서고 있는데다 브렉시트 취소 국민청원이 600만건을 넘어서며 보수당 일부 의원들도 찬성쪽으로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2명만 찬성으로 돌아서면 결과가 뒤집힐 수 있다.

관세동맹보다 더 큰 범주의 ‘EU 단일시장 잔류안’은 찬성 261표, 반대 282표로 21표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이른바 노르웨이식 브렉시트 모델로 이 역시 소프트 브렉시트 대안 중 하나다. 어떤 대안이든 의회에서 승인된 것이라면 국민투표를 통해 확정하자는 ‘확정 국민투표안’도 12표(찬성 280표, 반대 292표) 차이에 그쳤다. 어떤 방식으로든 조건을 달아서 EU에 잔류하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뜻이다.

◇메이 합의안, 4번째 도전 가능성…통과는 힘들듯

메이 총리 역시 자신의 네 번째 브렉시트 합의안 투표를 강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관련 논의를 위해 2일 내각회의를 개최키로 했다. 3일 의향투표 때 합의안을 함께 안건으로 올리거나, 다음 날인 4일 별도 표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은 EU 탈퇴협정과 미래관계 정치선언을 묶어 지난 1월과 3월 진행된 두 차례 투표에서 각각 230표차, 149표차로 부결됐다. EU 탈퇴협정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 번째 투표에서는 58표 차로 거부됐다.

다만, “보수당 내 강경파 의원들과 민주연합당(DUP)의 반대로 메이 합의안의 의회 통과는 힘들 것”이라고 가디언은 내다봤다.

◇英, 해결책 못찾으면 유럽의회 선거 참여할 듯

영국은 시간이 많지 않다. 긴급 EU정상회의가 열리는 오는 10일까지 무조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3차 의향투표 안건들이 모두 부결되거나 메이 총리의 합의안이 또 다시 거부될 경우, 남은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12일 노딜 상태로 EU를 떠나거나, 5월23~26일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는 방안이다.

선거에 참여해 시간을 번 뒤 소프트 브렉시트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영국 정부는 이날 유럽의회 선거를 준비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한다는 것은 EU 분담금을 계속 낸다는 의미여서, 영국의 EU 잔류 가능성이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영국과 EU가 브렉시트 시한을 1년 이상 미룰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연기 시점이 길어질수록 브렉시트가 아예 취소될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브렉시트 취소 가능성을 35%에서 40%로 상향했다.

◇브렉시트 강경파 “관세동맹 잔류는 국민뜻과 반대” 비난

EU 관세동맹 잔류나 유럽의회 선거 참여로 결정되면 브렉시트 강경파들에겐 사실상 EU에 잔류하는 것과 같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메이 총리도 그동안 “국민의 뜻”이라며 “브렉시트는 불변”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에 국민투표 결과를 뒤집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브렉시트 강경파 장관들은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것은 EU 탈퇴를 지지한 국민의 선택에 반하는 것”이라며 사퇴를 예고했다. 리암 폭스 영국 국제통상부 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에 “브렉시트의 배신”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EU 관세동맹 잔류안은 메이 총리도 반대했던 사안이다. EU 관세동맹 잔류안이 통과될 경우 메이 총리는 내각 및 보수당 내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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