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판 할리우드 ‘놀리우드’, 아프리카 문화 중심으로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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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남동쪽 작은 마을 일라,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는 더위 속에서 영화감독 우게주 J. 우게주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카메라가 배우의 얼굴을 찍기 위해 준비하는 사이 급히 시나리오를 수정한다. 숨돌릴 새도 없이 주인공 두 사람이 만나는 중요한 신을 찍고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면서 컷을 외친다. 촬영한 지 일주일째 그렇게 영화 한 편이 뚝딱 만들어졌다. 우게주는 말한다. “놀리우드(Nollywood)에서는 시간을 낭비하면 안 돼요. 중요한 건 기술적인 완성도가 아니라 이야기죠. 놀리우드가 인기있는 건 우리가 아프리카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입니다.”

나이지리아 영화 제작 현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이것이 놀리우드다(This is nollywood)>의 한 장면. 위키피디아

놀리우드는 할리우드 영화에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나이지리아 영화산업을 일컫는 말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놀리우드가 산업을 넘어 문화적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나이지리아가 아프리카 문화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잠비크, 잠비아, 짐바브웨의 젊은이들은 영화 속 배우들의 헤어스타일과 패션을 따라한다. 나이지리아 문화에 대한 관심은 대중음악과 종교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 보고서에 따르면 놀리우드는 연간 2500여 편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화를 만들어내는 인도 발리우드 다음이다.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만 100만명이 넘는다. 농업 다음으로 종사자 수가 많다. 영화산업은 연간 6억달러(약 739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내 나이지리아 경제에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2002년 연평균 400편 제작에 4500만달러 수익을 냈던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성장이다.

놀리우드의 성장은 독특한 제작방식에서 원동력을 찾을 수 있다. 적은 돈으로 빨리 찍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영화 한 편을 찍는데 채 일주일이 걸리지 않는다. 편당 제작비는 2만5000달러(약 3100만 원)정도에 불과하다. 캠코더 같은 디지털 기기의 발달은 비용절감과 촬영의 기동성에 기여했다.

뉴욕타임스는 아프리카가 유럽자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면서 놀리우드가 아프리카 문화권만의 독특한 이야기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이지리아는 196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주된 장르는 권선징악형 멜로드라마와 가족극이 많고 나이지리아 전통 주술과 신비주의가 뒤섞여 있다. 최근에는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개인과 대가족 사이의 갈등, 기독교적 신앙생활과 전통신앙 간 갈등까지 주제를 넓혀나가는 추세다. 잠비아의 영화제작자인 모건 음블로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놀리우드의 영향력을 인정하며 “우리는 이제야 비로소 우리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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