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밥 우드워드 지음·장경덕 옮김
ㆍ인사이드 | 568쪽 | 2만2000원
이 책은 한국과 매우 밀접한 내용으로 막을 연다. 트럼프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지 8개월째인 2017년 9월 초, “190센티미터의 키에 머리가 벗어지고 거만하며 자신감으로 가득 찬” 백악관의 경제 자문역 게리 콘은 트럼프의 책상 위에서 한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한 쪽짜리 서한을 발견한다. 이미 알려져 있듯이 “한미무역협정을 종료시키려는 서한”이었다. “한국과의 무역에서 한 해 180억달러의 적자를 보고 주한미군 유지 비용으로 연 35억달러를 지출”하는 것에 트럼프가 격분해 빚어진 일이었다. 그걸 보는 순간 “콘은 질겁했”고, “(미국) 국가 안보의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서한”을 슬쩍 치워버린다. “ ‘보관’이라고 쓰인 폴더에 그것을 집어넣은” 그는 나중에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훔쳐냈지. (중략) 난 이 나라를 지켜야 했어.”
화제의 책
책은 트럼프를 비롯한 그의 참모들이 주요 현안을 결정하는 과정을, 해프닝적인 사건까지 포함해 낱낱이 기록한다.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과 상황실, 대통령 전용기와 관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마치 ‘미국 드라마’처럼 묘사된다. 트럼프의 즉흥적이고 화급한 성격, 그 일가에 대한 저자의 시니컬한 시선도 감지된다. 백악관 선임고문인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귀족적으로 구는 사람”이다. 딸 이방카는 한때 트럼프의 오른팔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이 “당신은 그냥 직원 나부랭이야!”라고 힐난하자 “나는 일개 직원이 아니에요! 나는 퍼스트 도터(first daughter)예요!”라고 응수한다.
한반도의 안보 및 경제에 대한 트럼프의 속내와 백악관 내부의 논쟁은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이다. 트럼프가 전화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180일 안에 한미자유무역협정을 폐기하는 서한을 보내고 무역 관계를 파기하고 싶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그를 달래려 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에 대해 언급했을 때 트럼프는 “나는 그를 협박할 거고 꾀로 이길 거야!”라고 선임비서관 롭 포터에게 말했다.
저자는 ‘딥 백그라운드’(Deep Background) 방식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해 책을 썼노라고 밝힌다. 인터뷰를 통해 얻은 정보를 쓸 수는 있지만 누가 정보를 제공했는지는 밝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저자는 “거의 모든 사람이 녹음을 허락”했다고 밝혀, 기술된 내용의 신빙성을 끌어올린다. 책의 제목 ‘공포’는 트럼프가 후보 시절이던 2016년 3월 이 책의 저자와 인터뷰하면서 “진정한 힘은 공포에서 나온다”고 발언했던 것에서 따왔다. 하지만 저자가 이 책을 쓰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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