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장욱진의 삶의 궤적, 예술 공간의 변천을 따라 전개되는데, 그 목차를 일별해 보면, ‘사랑의 사연’ ‘수업시절’ ‘황천항해시절―박물관 직원에서 대학교수까지’ ‘덕소시절’ ‘명륜동시절’ ‘수안보시절’ ‘마북리시절’ 그리고 ‘자유, 진실, 완벽을 향하여’ 등으로 되어 있다. 특히 전업작가로 활동하면서, 또 화실 위주로 집을 마련해, 본격적인 화가시절을 장식한 것은 덕소시절부터라고 규정하는데, 그 시절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저자는 덕소시절을 서구 모더니즘의 물결 속에서 화가가 그것을 탐색하고 실험하면서 자신의 화풍을 세운 시기라고 파악한다. 특히 석 점의 벽화를 그린 것, 그리고 화가가 주변 풍경과 사람 들을 화폭에 담아낸 점을 특징으로 들고 있다.
명륜동시절에는 화가가 불교 관련 주제의 그림을 많이 그렸으며, 또 유화 외에도 다양한 조형작업이 시도되어 결실을 맺은 시기라고 보고 있다. 특히 매직 그림, 먹그림, 도화(陶畵) 작업 등이 활발히 이루어졌으며, 매직 그림은 그 독자적인 가치와 더불어 유화 등의 밑그림으로 기능했다고 보는데, 뒤에는 변색의 가능성 때문에 공판화(실크스크린), 동판화 등으로 제작되어, 도화 작업과 함께 새로운 예술 수요층의 기대에 부응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수안보시절은 화가 스스로가 득의의 시절이라고 말할 만큼 왕성한 활동을 펼쳤는데, 수묵화 같은 먹그림, 유화 들이 주로 제작되었고, 처음으로 목판화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고 있다.
마북리시절은 화가가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화력(畵歷)에 생기를 불어 넣은 때로 보면서, 후반에는 죽음을 예감한 듯한 그림이 여러 점 제작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가 본 장욱진은 삶과 작품 모두에서 진실을 추구했으며,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은 보는 이에게 시각적 신선감을 담뿍 안겨 주며, 현실과 꿈의 세계를 자재롭게 묘사하는 화가의 솜씨는 자유와 위안을 준다고 보았다. 저자는 칠십여 점의 도판들을 통해 생명력 넘치고 심플한 장욱진의 작품 특성을 한눈에 파악하게 하며, 또 삼십여 점에 달하는 참고자료들을 적절하게 배치해, 가까이에서 저자가 바라보고 기록한 화가의 전모가 좀더 잘 드러나, 우리 역시 화가를 좋아하고 그 매력에 감염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