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법불합치' 나오자 "대박"…엇갈린 환호와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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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4.12. 오전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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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김지성 인턴기자, 이영민 기자] [11일 오후 헌재 낙태죄 결정, 양측 시민단체 반응 엇갈려…일부 신경전도]

 낙태죄폐지공동행동 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자 환호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어머나 대박, 진짜 나왔나봐. 역사를 이 자리에서 우리가 보고 있습니다!"

66년 동안 유지됐던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는 순간 헌법재판소를 에워싼 시민들 사이에서는 환호와 탄식이 엇갈렸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던 시민단체들은 '만세' 등의 구호와 환호를 내질렀고, 낙태죄 유지를 촉구하던 쪽은 일제히 표정이 굳어졌다.

양측 시민단체는 11일 헌재 결정이 나오기 전부터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열띤 장외전을 펼쳤다. 이들은 헌재 결정이 나오고 나서도 한참 동안 현장에 머물며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낙태죄 폐지 측은 헌재의 이번 결정을 격렬하게 반겼다. 이들은 들뜬 목소리로 "역사를 바꿀 결정이 될 것", "역사는 진보한다", "우리는 승리했다" 등 구호를 외쳤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사회적 차별, 불평등, 위험 등 악조건 속에서 자신의 경험을 드러내 싸운 여성들과 모든 이가 함께 이뤄온 역사적 승리"라며 "모든 사회 구성원의 성적권리와 재생산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정 공동행동 대리인단 변호사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되지 않는 한 태아의 생명권도 보장되지 않는다"라며 "국회 입법 과정이 남아있지만 임신·출산을 강제하지 말라는 헌재 결정과 여성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낙태 형사처벌은 헌법 불합치' 선고를 내린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유지를 촉구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불합치 결정을 규탄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낙태죄 유지를 주장하는 측은 폐지 측의 2배 가까운 규모 인원이 모였다. 이들은 헌재 결정이 나오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헌재가 생명권에 대한 입장을 번복했다"며 "스스로 권위를 내팽겨쳤다"고 지적했다.

'낙태법유지를바라는시민연대'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의학기술의 발달로 임신 6주부터 태아의 심장 박동을 들을 수 있는 지금 2012년 결정을 뒤집는 결정은 시대착오적, 비과학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은 "허울 좋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미명 아래 태아 살인을 만방에 공표한 것"이라며 "모든 권리의 전제조건인 생명권을 저버리며 헌재 스스로 평등 원칙을 위반한 기관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헌재 결정과 무관하게 앞으로도 생명 존중 노력을 해나간다는 입장이다. 임신과 출산에서 남성의 책임을 명확히 법제화하고 낙태 예방을 위한 가치관 교육 등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한편 양측 단체는 헌재 결정 이후에도 헌재 앞을 떠나지 않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낙태죄 찬성 쪽에서는 폐지 측을 향해 "살인자들아" 등의 구호를 외쳤고, 폐지 측에서는 "헌재 결정 부럽지?" 등으로 서로를 자극했으나 몸싸움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양측의 충돌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인력 150여명을 배치했다.

헌재는 이날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 A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 위헌 판단으로 1953년 낙태죄 조항 도입 이후 66년만이다.

이동우 기자 canelo@mt.co.kr, 김지성 인턴기자 jskim@mt.co.kr, 이영민 기자 lets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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