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일상은 놀이가 되고, 엄마에게 놀이터는 행복이 된다
* 생태도시 프라이부르크로 떠난 놀이터 여행 *
독일 남부 작은 생태도시 프라이부르크에서 즐긴 아주 특별한 ‘놀이터 여행’.
이 책은 아이가 신나서 뛰놀고, 부모가 마음 편히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꿈같은 놀이터 이야기다. 초등학생 융, 유치원생 교, 네 살 꼬시, 칠순의 할머니 도족여사, 그리고 두 가족의 엄마와 아빠들이 이 특별한 놀이터의 주인공이다.
프라이부르크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놀이터다. 아우구스티너 박물관 앞 놀이터, 중앙역 근처 헤르츠예수교회 앞 놀이터, 전망대 끝 놀이터, 생태주거지구 보방의 ‘다섯 개의 어금니’를 포함해 160개의 놀이터가 아이들을 기다린다.
프라이부르크의 놀이터는 밋밋하고 심심해서 더 특별하다. 알록달록한 최신식 놀이기구는 없다. 나무둥치, 깨끗한 흙, 커다란 바위, 바구니 그네, 미끄럼틀, 작은 철봉이 전부다. 그래도 아이들은 지루할 틈이 없다. 나무에 오르고 흙장난을 하고 물속을 뛰어다니며 신이 난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놀이터를 완성한다.
생태도시라는 이름답게 생활 속 모든 곳이 자연 놀이터다. 도심의 표정을 만드는 천년 된 물길, 오리와 사람이 함께 헤엄치는 호수, 동물들이 사는 평화로운 마을, 동화에 나올 것만 같은 아기자기한 숲길이 꾸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 아이들을 품어준다.
아이들의 삶은 놀이다. 아이들이 연필이고 물감이다. 놀이터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아이들뿐이다. 프라이부르크의 놀이터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아이들이 놀기 전부터 아름답고 멋진 놀이터는 이상하지 않을까요?”
프라이부르크의 놀이터에는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아빠도, 조바심 내며 “안 돼, 위험해”를 외치는 엄마도 없다. 학원 차가 올 때까지 쫓기듯 불안하게 뛰어다니는 아이들도 없다.
이 책은 프라이부르크 여행 이야기지만 우리가 사는 곳, 우리 동네와 도시를 더 많이 생각나게 한다. 앞으로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함께 살아가야 할 곳은 바로 여기니까. 바로 이곳에 엄마도 행복한 놀이터, 아빠도 가고 싶은 놀이터가 필요하니까.
◆ 녹색도시 프라이부르크의 멋진 놀이터들!
프라이부르크 사람들의 행복, 그 중심에는 놀이터가 있다
* 용도가 수상한 천년 물길 ‘베힐레(B?chle)’
: 도시의 표정을 만드는 물길. 대성당을 출발점으로 삼아 총 15킬로미터인 이 물길을 따라 걸으면 구도심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 이곳에서 융과 교, 꼬시는 발을 담그고 배를 띄우며 놀았고, 어른들은 발만 담근 채 나른한 오후의 여유를 즐겼다. 무엇보다 노는 게 일상인 아이들에게 베힐레는 훌륭한 놀이터가 되어준다.
* 낮은 둔덕, 나무와 흙, 호수와 오리가 있는 호수 공원 ‘제파크(Seepark)’
: 제파크의 중앙 호수,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 천연덕스러운 오리 옆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옹기종기 둘러앉은 청년들, 지팡이에 의지해 산책을 나온 노부부들, 풀밭을 달리는 아이들과 담소를 나누는 엄마들. 다양한 이들의 하모니는 일상에 여유를 더한다.
* 입장료가 없는 동물원 ‘문덴호프(Mundenhof)’
: 동물-자연-체험공원 문덴호프는 우리가 생각하는 동물원과는 좀 다르다. 입장료도 없고, 꼭 ‘동물들이 모여 사는 평화로운 마을’ 같다. 24시간 열려 있는 동물원 중간중간에는 놀이터가 있고,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그네도 타고 미로 탐험도 하며 동물원을 즐겼다.
* 헨젤과 그레텔이 있을 것만 같은 검은 숲 ‘난쟁이길(Wichtelpfad)’
: 검은 숲에 있는 30개의 어린이용 트래킹 코스 중 하나인 난쟁이길은 숲길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집라인’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길의 시작과 끝뿐만 아니라 곳곳에 있는 ‘인형의 집’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이들의 놀이본능을 자극한다. 어른의 동심까지 자극하는 숲속 동화 마을은 환상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 사람의 힘으로만 놀 수 있는 놀이기구가 가득한 놀이공원 ‘플레이모빌 펀파크(Playmobil FunPark)’
: 프라이부르크 근처 치른도르프에 있는 놀이동산이다. 전기를 동력으로 쓰는 시설이 하나도 없는 이곳에서 아이들은 팔로 젓고, 발을 구르고, 힘으로 밀고 당기면서 논다. 놀이동산이 아니라 거대한 놀이터 같은 곳! 아무리 재미난 놀이기구라도 내 힘으로 뭔가를 작동했을 때 느끼는 쾌감이 더 짜릿한 법이다.
*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도심 속 놀이터
: 교회 벽을 따라 하나둘 이어져 있는 헤르츠예수교회 앞 놀이터. 그 끝엔 맘껏 뛸 수 있는 잔디 공원이 있다. 구도심 끝 공원 슈타트가르텐의 놀이터도 산책로를 사이에 두고 여러 개가 마주보고 있다. 아이들은 이 놀이터 저 놀이터로 옮겨 다니면서 그때그때 가장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장소를 고른다.
* 좌충우돌 우당탕탕, 모험을 선사하는 모험 놀이터 ‘룸펠하우젠(Rumpelhausen)’
: 완성된 놀이기구는 없다. 대신 텃밭이 있고 흙장난을 할 수 있는 모래밭과 구멍 뚫은 호수를 연결해 만든 간이 분수가 있는 남부럽지 않은 놀이터다. 나무집을 만들고 그네를 연결하는 등 아이들은 놀이터를 스스로 만들어간다. 그리고 스스로 위험을 예방하고 극복하는 경험을 쌓는다. 어른은 옆에서 거들 뿐!
* 엄마 아빠의 손끝에서 완성된 보방의 놀이터 ‘다섯 개의 어금니’
: 프라이부르크 남쪽 끝에 있는 생태주거지구 보방. 보방 중심의 큰길이 입이라면, 위아래로 5개의 놀이터가 어금니처럼 들어서 있다. 보방 지도를 펼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다섯 개의 어금니. 그냥 지나치기 쉬울 정도로 눈길을 끄는 데가 없는 놀이터지만, 이곳은 아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다.
* 일하는 기쁨과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는 ‘어린이 모험농장’
: 250여 명의 어린이 회원이 염소, 돼지, 닭, 토끼 등을 직접 키운다. 말과 양도 있다. 아이들은 우리를 직접 만들고 청소하며 관리한다. 또한 동물들을 먹이고 씻기며 일하는 즐거움도 맛본다. 나무집에 오르내리며 신나게 노는 아이들과 그 옆을 돌아다니는 유유자적한 돼지의 어우러짐이 제법 자연스럽다.
◆ “이 도시의 심장은 어린이를 위해 뛴다”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낸 행복
프라이부르크에는 남다른 놀이터 원칙이 있다. 바로 주민과 아이들이 직접 참여해서 만드는 것, 그리고 자연물로 만드는 것.
아이들은 스스로 만든 놀이터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위험을 배운다. 안전을 위해 두른 인공 울타리가 없는 놀이터는 어떻게 놀아야 다치지 않을 수 있는지 아이 스스로 궁리하게 만들고, 때로는 직접 위험을 겪으면서 ‘다음부터 이렇게 하지 말아야지’라는 교훈을 얻게 한다.
프라이부르크는 아이들을 어엿한 시민으로 대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프라이부르크 시 홈페이지를 따로 만들어 시에서 하는 일과 정책을 아이의 눈높이로 소개한다. 어린이 역시 당당한 시민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시의 행정을 알려주고 참여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핀 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도시 안내서, 어린이를 위한 시설 이용 안내서, 어린이를 위한 트램 이용 안내 사이트 등 프라이부르크에서는 어린이와 가족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다양한 책과 정보를 아주 쉽게 만날 수 있다.
프라이부르크 안내서에는 “이 도시의 심장은 어린이를 위해 뛴다”는 말이 있다. 이는 단순한 소개말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어른들의 가장 현명한 노력을 담고 있기도 하다. 프라이부르크의 아이들은 말간 동심으로 자신이 속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우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엄마도 행복한 놀이터》는 어린이의 일상과 삶을 통해 어른의 생각과 행동을 돌아보게 만든다.
◆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 프라이부르크
지속가능하고 행복한 삶의 비결
놀이터 여행을 이야기하는 이 책에는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의 생생한 모습도 가득 담겨 있다. 이 도시에는 자동차가 적고 자전거가 많다. 프라이부르크는 사람들의 자전거 사용을 권하며, 실제 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시스템을 갖춘다. 자동차 도로를 트램(노면전차)과 자전거 도로로 전환하고, 자동차의 제한속도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놀이터에는 쓰임새에 따라 용도가 달라질 나무둥치가 턱 하니 있고, 나무껍질이 놀이터 바닥의 완충재로 널려 있다. 나무는 나무인 채, 흙은 흙인 채, 자연의 모습으로 아이들의 놀이를 즐겁게 한다. 이 아이들은 자라면서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고, 자전거는 트램과 함께 그들의 삶에서 가장 활용도 높은 이동수단으로 자리매김한다. 집에는 태양광 발전설비와 빗물을 모을 수 있는 옥상정원이 있다.
핵발전소 건립에 반대하고 자동차 사용을 줄이는 등 함께 사는 삶을 위해 노력해온 프라이부르크는 오늘날 ‘독일의 환경수도’라는 이름을 얻었다. 프라이부르크 사람들에게 친환경이란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지속가능한 삶의 비결도 그 속에 숨어 있지 않을까.
《엄마도 행복한 놀이터》는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삶, 아이의 놀이문화와 놀이환경을 고민하는 데 도움을 주고, 나아가 새로운 영감을 선사할 것이다.
[추천사]
어른은 직선에 가깝고, 아이들은 곡선에 가깝다. 곡선은 자연이고 놀이며 즐거움이다. 아이들의 삶은 곧 놀이다. 여기, 새로운 희망을 찾은 삶의 이야기와 놀이터 이야기가 있다.
어른도 아이처럼 놀이에 빠져든 경험, 아이들이 참여하고 기획한 놀이터, 흙과 물과 숲과 도심의 광장과 시장과 길 위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삶 놀이터가 책 속에 가득하다. 인공적으로 만든 효율적인 놀이터가 아니다. 아이들의 눈으로, 자연의 눈으로, 삶의 눈으로 터를 마련하고, 놀이와 자연과 생명과 탐험 속으로 빠져든 이야기다. 우리 어른과 우리 현실에 주는 희망의 씨앗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도 이런 삶과 놀이의 터가 마련되어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길 바란다.
― 김영주 (동화작가, 서종초등학교 교장)
이 책은 아주 사소하게 취급되던 놀이터 이야기다. 놀이터가 행복한 삶의 지렛대가 될 수 있고, 도시의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조곤조곤 들려준다.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특별한 놀이터’가 보여주는 단순함이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한다. 부러움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우리의 놀이터에도 아이들의 생각을 담아내야 한다. 《엄마도 행복한 놀이터》는 아이들이 학원 가는 것도 잊고 놀이에 푹 빠져드는 놀이터, 부모들이 걱정 없이 함께 어울리는 놀이터를 만드는 데 영감을 준다.
― 염태영 (수원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