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프로듀서` 30년 축하에 공연계 거물들 다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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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3.27. 오후 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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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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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년 맞은 신시컴퍼니 박명성 예술감독

연극·뮤지컬 넘나든 1세대 프로듀서
37년간 지나온 길 책으로 출간
후배들이 마련한 북콘서트 인산인해
배우 손숙 축사·남경주 등 축하공연
"미래 30년 새로운 각오 다지는 자리"


"나이 서른이면 모든 일의 기초를 세운다는 이립(而立)인데, 신시 역시 내일의 토대를 튼튼히 쌓아온 것 같습니다."

30여 년이라는 세월 동안 누구보다 꾸준하게 한길을 걸어온 이가 있다. 척박했던 1980년대 활동을 시작한 1세대 연출가로서 국내 공연계를 탄탄하게 일궈온 박명성 예술감독(56)이다. 1982년 극단 동인극장의 단역배우로 연극을 시작한 그는 스승이었던 김상열 당시 극단 신시 대표의 권유로 기획자의 길을 걷게 된다. 창단 멤버로 합류해 30년 넘게 몸담아온 신시컴퍼니는 세월이 흘러 국내 최고의 연극·뮤지컬 제작사가 됐다. 그런 그가 연극인으로 살아온 37년간의 기록을 한 권으로 모아 펴낸 책이 '드림 프로듀서'다. '뮤지컬 드림(2009)' '세상에 없는 무대를 만들다(2012)' '이럴 줄 알았다(2016)' 등 기존에 출간됐던 내용에 살을 붙였다. 연출이란 개념조차 희미했던 연극·뮤지컬계에서 프로듀서로 겪었던 성공과 실패, 교훈과 조언을 담아 후대에 전하는 제작노트다.

'드림 프로듀서'의 북콘서트가 열리기 전인 지난 21일 오후 양재동 신시컴퍼니 사옥에서 박명성 감독을 미리 만났다. "현란한 문장 실력이나 글솜씨를 갖고 있진 않아요. 그냥 말하듯 편하게 썼습니다."

그는 이번 행사가 "자랑보다는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자리"라며 손사래를 쳤다. "행사 타이틀이 '신시 30년, 미래 30년'이에요. 후배 프로듀서들이 조촐하게 마련하겠다고 제안을 해왔는데 이왕 하는 거 많은 분들 모시고 하면 좋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왔어요. 앞으로 좋은 작품 하겠다는 책임감을 보여드리는 자리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27일 열린 북콘서트에서 배우 최정원(왼쪽)과 남경주가 뮤지컬 `렌트`의 한 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 신시컴퍼니]
실제로 27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꿈꾸는 제작자 박명성의 북콘서트'에는 신시컴퍼니의 30주년을 축하하는 참석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후배 연극인들이 이대로 넘어갈 순 없다며 뜻을 모아 마련한 의미 있는 자리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엄홍현 EMK컴퍼니 대표, 최은경 신시컴퍼니 대표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뮤지컬 제작사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박원순 서울시장, 임권택 영화감독 등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날 행사에는 박명성 대표가 평소 어머니로 모시는 원로배우 손숙이 축사를 맡았다. 신시컴퍼니와 수십 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배우 남경주, 최정원, 이건명, 배해선 등이 축하공연을 준비했다.

손숙은 "박명성이는 제 아들"이라며 "돈을 내고 극장에 가도 볼 수 없는 최고의 공연을 보고 계신 거다. 무슨 북콘서트를 이렇게 요란스럽게 하느냐며 웃었지만 이것이 바로 신시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애정을 표했다.

박명성 감독은 인복(人福)이 넘친다. 긴 세월 연극을 할 수 있도록 곁에서 자리를 지켜준 가족이 있고 동료가 있다. 그는 "큰 혜택을 받았다"고 표현했다. 이직이 잦은 공연계에서도 신시컴퍼니의 근속연수는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박 감독은 "제가 잘해줘서 그런 건 아닌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무엇보다 자율성을 많이 줬어요. 잘못을 하더라도 질책보다는 오히려 해결사 역할을 해주기도 했고요. 믿음을 심어준 거라고 생각해요."

서로를 향한 끈끈한 믿음과 연극에 대한 애정으로 만들어졌다. 다른 제작사와 달리 대행사를 통하지 않고 공연 홍보를 팀원들이 직접 챙길 정도다. "여기서 20년 이상 일한 사람도 3명이나 되니까요. 남들한테는 못 맡기는 사람들인 거죠. 이런게 바로 신시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감독이 손꼽는 신시컴퍼니의 자부심은 또 있다. 작품의 모든 배역을 오디션을 통해 뽑는다는 것이다. 그는 "신시가 미래에도 30년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은 그것뿐"이라고 했다. "뮤지컬 맘마미아나 아이다 같은 작품의 오디션에는 15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려요. 서류심사에서 떨어뜨리는 사람 없이 노래는 다 들어보는 것이 우리 원칙이죠. 그게 뮤지컬 배우에 대한 존중이에요. 업계 전체를 위한 일이자 프로듀서의 숙제이기도 하니까요."

연극계에서 신시와 박명성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알려져 있다. 저작권 개념이 희미하던 1990년대 브로드웨이에서 '더 라이프'의 판권을 직접 사와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고(故) 차범석 연출가의 '산불', 조정래 소설가의 대하소설 '아리랑'을 뮤지컬로 제작하는 등 그의 실험정신을 보여주는 일화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런 그도 아직 어려운 점이 있을까. "작품은 만들 때마다 항상 어려워요. 두 명이 출연하는 연극 '레드'든 50~60명이 나오는 뮤지컬 마틸다든 똑같이 힘들죠." 그는 "작품을 만들다보면 자신이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며 "항상 작품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돈키호테' '작은 거인' '공연계의 미다스' 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는 그에게 제일 마음에 드는 호칭이 뭔지 물었다. "손숙 선생이 지어주신 작은 거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저를 보고 정신 나간 놈이라고 하실 때도 있어요. 주위 사람들 간을 오싹오싹하게 만든다고요. 그런데 (벌여놓은 일을) 끝내고 나면 '박명성이가 작은 거인답다'고 말해주시는 게 좋더라고요."

[고보현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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