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임신14주前엔 무조건·22주까진 조건부 허용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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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헌법불합치 환호 : 낙태한 여성과 이를 도운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관계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헌재, 낙태죄 위헌 결정… 국회 곧 입법절차 논의

헌재 ‘22주 내외’ 기준제시

구체적 시한 法조문화해야

낙태 가능한 사례는 모호해

입법과정서 ‘조건’ 논란일듯

여야 법안정비 속도엔 온도차

종교계 반대 목소리도 변수로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정치권은 12일 형법과 모자보건법 등 관련 법 개정을 위한 후속 논의에 돌입했다. 헌재가 태아의 생명권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되는 낙태 가능 상한선을 임신 후 ‘22주 내외’로 제시한 만큼 법률 개정안에는 상한선 안에서 ‘조건 없는 낙태 가능 기간’과 ‘조건부 낙태 가능 기간’ 등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낙태죄에 따라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안도 기소유예나 무죄 판결 등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처벌돼 온 여성의 낙태는 범죄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됐다.

◇14주까지는 전면 허용, 14∼22주까지는 조건부 허용 가능성= 국회는 헌재의 결정 취지에 맞춰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해야 한다. 특히 법조계 안팎에서는 국회가 임신 후 14주까지는 낙태를 전면 허용하고 14∼22주까지는 조건부 허용하는 쪽으로 법 개정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방향이 9명의 헌법재판관 중 헌법불합치 등 위헌 결정을 내린 다수 재판관(7명)의 취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유남석 소장 등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4인의 재판관은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기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절차적 요건을 추가해 낙태를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순 위헌 결정을 내린 이석태 등 3인의 재판관은 “임신 14주까지는 조건 없는 낙태가 가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현재 낙태 가능 시기와 조건을 담고 있는 모자보건법은 사회·경제적 이유가 아닌 유전 질환 등 사유의 경우에만 24주 내 낙태를 허용한다.

다만 입법 과정에서 ‘조건’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 전망이다. 헌재는 △임신으로 학업·직장 생활에 지장이 있는 경우 △소득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부부가 양육을 위해 휴직하기 어려운 경우 △상대 남성이 출산을 반대하고 육아 책임을 거부하는 경우 △임신한 후 상대 남성과 헤어진 경우 등을 낙태 가능 조건으로 예시했지만 모두 기준이 모호하다.

◇2020년 12월 31일, 막판까지 진통 예상= 따라서 헌재가 명시한 시한이 임박해서야 법 개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여야 정치권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해 조만간 낙태죄 관련 법안을 정비하겠다면서도 뚜렷한 온도 차를 나타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국회는 법적 공백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속히 형법, 모자보건법 등 관련 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낙태죄 처벌 규정을 없앤 형법 개정안을 조만간 내놓을 방침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신중한 법 개정을 강조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각계 의견을 경청하고 심사숙고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교계의 반발도 변수다. 민주당 관계자는 “종교계의 목소리도 듣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입장문을 통해 “태아의 생명권을 부정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소수(합헌) 의견을 낸 조용호·이종석 재판관이 밝힌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에 비해 크다고 할 수 없다”는 의견과 같은 취지다.

◇낙태죄 수사·재판은 유보 가능성=현재 진행 중인 낙태죄 수사와 재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이날 기준 낙태죄로 입건돼 수사를 받는 피의자는 8명이다. 원칙적으로는 낙태죄 개정 전까지 현행법이 살아 있게 돼 낙태죄로 기소할 수 있지만 헌재의 헌법불합치 판단에 따라 실제 기소 가능성은 낮다. 검찰 관계자는 “헌재가 밝힌 불합치 결정의 취지를 고려해 사건에 따라 시한부 기소중지, 기소유예, 혐의없음 중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내주 중 일선에 내려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소유예는 죄는 인정되지만 제반 사정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는 처분이다.

낙태죄로 기소돼 재판 중인 16명의 피고인에 대해서도 공소기각에 따른 무죄 판결이 나올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임정환·민병기·정유진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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