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여성 비하 광고’ 눈감은 호른바흐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아시아 여성이 백인 남성의 속옷 냄새를 맡고 있는 호른바흐 광고 영상. 호른바흐 광고 캡쳐


독일 DIY 기업인 호른바흐(HORNHACH)의 아시아 여성 비하와 인종차별 논란 광고에 대한 비판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호른바흐는 인종차별 의도가 없다며 여전히 광고를 내고 있다.

13일(현지 시간) 베를린 호른바흐 매장에서는 독일에서 아시아 여성 비하와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광고에 항의하기 위해 지난달 말 시작된 해시태그 운동인 ‘#Ich_wurde_geHORNBACHt(나는 호른바흐 당했다)’가 3주째 계속되고 있다.

인종차별적 내용 항의 확산

3주째 온라인 해시태그 운동

한국·일본 대사관, 항의 서한

호른바흐, ‘익살적 표현’ 강변

이는 호른바흐가 지난달 중순 제작한 광고가 대상이다.

호른바흐가 지난달 중순부터 캠페인을 시작한 영상 광고는 정원에서 땀 흘려 일한 중장년 백인 남성들의 속옷이 진공포장돼 도시의 자동판매기에서 판매되는 내용이다. 자판기에서 속옷을 구매한 아시아 젊은 여성이 속옷의 냄새를 맡으면서 신음을 내고 황홀해하는 장면으로 광고는 끝난다.

이 광고가 등장하자 독일의 한국 교포를 중심으로 명백한 인종차별이자 아시아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 독일 교민 남성은 트위터를 통해 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Ich_wurde_geHORNBACHt’라는 해시태그를 이용한 항의를 제안했다. 이 해시태그는 한국을 중심으로 시작해 중국, 베트남, 태국 등 전 세계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독일의 청원 사이트에서는 광고를 삭제해야 한다는 청원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까지 3만 7000여 명이 서명했다.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독일 베를린 호른바흐 매장 앞에서 한국 교민 여성이 1위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트위터


한국 교민들은 지난 6일에 이어 이날도 베를린의 호른바흐 매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주독 일본대사관은 호른바흐에 서한을 보내 항의했다. 주독 한국대사관도 아시아인에 대한 전체적인 차별 문제로 보고 주독 한국문화원장 명의로 호른바흐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한국대사관은 홈페이지에 “광고가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라도 내용이 특정 인종이나 여성에게 혐오와 불쾌감을 불러일으킨다면 정당화될 수 없다”고 서한을 보낸 취지를 설명했다.

지난 9일에는 주독 한국문화원도 호른바흐에 서한을 보내고 문제가 된 호른바흐의 광고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호른바흐는 공식적으로 인종차별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도시의 삶의 질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것이라며 대응했다.

호른바흐는 공개적으로 ‘열린 대화’를 제안했으나, 비판 운동을 주도한 쾰른대 매체문화학 박사과정에 있는 강성운 씨 등 한국 유학생들은 공개적으로 대화를 거부했다. 호른바흐가 사과할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대화에 나선 모습 자체가 호른바흐 측의 언론 플레이로 이용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런 탓인지 ‘열린 대화’에는 단지 3명이 참여했다. 한국 유학생들의 우려대로 일부 독일 경제지는 호른바흐에 우호적인 기사를 실었다.

최근 호른바흐는 페이스북 페이지 등에 다른 광고 영상을 올렸지만, 논란이 된 광고는 여전히 남겨뒀다.

호른바흐의 유튜브 계정에는 아직 논란이 된 광고가 버젓이 메인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일부연합뉴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세계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