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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내려놓은 박삼구…회장 외부영입해 조기 정상화

전경운,임형준 기자
입력 : 
2019-03-28 17:54:34
수정 : 
2019-03-28 21: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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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회장 "새 경영진 도와달라"…양대 항공사 수장 모두 퇴진

어떤 희생 감수해서라도
시장 신뢰회복이 우선 판단

이원태 부회장 중심으로
일단 비상경영위원회 가동
신임회장 재계·관계 접촉중
장남 박세창사장 역할 커질듯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용퇴 ◆

사진설명
28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퇴진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전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에서 퇴출된 데 이어 박 회장까지 퇴진하면서 항공업계는 물론 재계 전체가 상당히 놀라는 분위기다. 박 회장의 퇴진 소식이 알려진 직후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사에서는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그룹 앞날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한 직원은 "갑작스러운 사퇴 소식에 모두 놀랐다"며 "회사 재무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 착잡해 하는 직원도 있지만 오히려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 사태에 책임을 지고 회장직은 물론 모든 계열사의 대표·사내이사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은 그만큼 그룹을 둘러싼 재무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 만기 등에 맞춰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박 회장이 용퇴라는 강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 매출 중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이 부실에 빠지면 그룹 전체에 재무 리스크가 퍼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시아나항공은 감사보고서 수정으로 지난해 무려 19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5일 "근본적으로 회사와 대주주가 시장에 신뢰할 수 있는 성의 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 회장이 느끼는 압박감과 책임감은 이날 퇴임과 함께 '그룹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글'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는 "주주와 채권자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한 퇴진이 임직원 여러분들에게는 저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는 모순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박 회장은 또 "여러분들의 노고에 충분한 보답을 하지 못한 점이 가장 마음 아프고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고객의 신뢰와 재무적 안정을 위한 여러분의 협력도 과제로 남기게 돼 안타깝다. 이 모든 것은 전적으로 제 불찰이고 책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사회에 기여하며 업계 최고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비상경영 체제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새로운 회장과 경영진을 도와 각고의 노력과 협력을 다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이 차입금을 추가 조달하거나 기존 차입금을 갚아나가기 위해서는 특히 금융시장의 신뢰 회복이 선결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본인이 사퇴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논란 등 악화된 여론에 이번 감사보고서 사태가 겹친 것도 조기 용퇴를 결정한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예정된 금호산업 주주총회에서 박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었으나 박 회장이 용퇴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해당 안건은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 상정을 철회하고 주총 당일 현장에서 주주들에게 배경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1991년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사장에 올라 회사 성장을 이끌었고, 2002년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박 회장은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잇달아 인수하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재계 순위 7위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과도한 차입에 의한 인수·합병(M&A)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유동성 위기를 맞았고, 이에 대해 책임지고 2009년 그룹 회장에서 물러났다. 이후 1년 만에 복귀한 박 회장은 2014년 아시아나항공 대표로 다시 취임하며 지금까지 경영을 책임져 왔지만, 이번 감사보고서 사태로 결국 퇴진을 선택하게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우선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위원회를 가동해 경영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부회장은 1972년 그룹에 입사해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등 핵심 계열사를 두루 거친 인물이다. 금호산업과 대한통운 사장 등을 역임했고, 금호그룹 중국 본부장을 맡아 금호고속의 중국 진출을 지휘하기도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회장을 대신할 외부 영입 후보들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현재 관료, 재계 인사 등과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정보기술(IT) 서비스 계열사인 아시아나IDT 사장을 맡고 있는 박 회장의 장남 박세창 사장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위기 관리에 뛰어난 외부 인사를 회장으로 영입해 성장보단 경영 정상화에 모든 초점을 맞춰 그룹을 안정시킨 이후 박 사장 역할이 점점 중요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경운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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