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최강시사] 전범선 “英 고서점과 풀무질의 공통점? 공기밀도”

입력 2019.01.22 (10:04) 수정 2019.01.2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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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일푼으로 인수한 서점 ‘풀무질’, 2월까지 일 배우며 풀무질 정신 이어갈 계획
- 독재에 함께 저항하던 풀무질 혁명횃불, 청년 각자의 마음에 새 불씨 되길 희망
- 풀무질 정신 계승하며 젊은 세대에 적용될 패러다임 변화 꾀하려 해
- 역사성과 연속성있는 책방 꾸리고 싶은 꿈 있어
- 사회과학서점 무너지지만, 독립서점 많이 생겨나 희망적
- 영국 고서점에서 느꼈던 공기밀도, 풀무질에서도 느껴
- 부채 앉고 퇴임하는 전 운영자 위해 모금운동 준비하고 있어

■ 프로그램명 : 김경래의 최강시사
■ 코너명 : <최강 인터뷰3>
■ 방송시간 : 1월 22일(화) 7:25~8:57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경래 (뉴스타파 탐사팀장)
■ 출연 : 전범선(전범선과 양반들)



▷ 김경래 : 갑자기 음악이 나와서 놀라셨죠? 이건 ‘전범선과 양반들’이라는 굉장히 독특한 이름을 가진 밴드가 연주한 음악입니다. 이 노래를 왜 틀었느냐면 최근에 성균관대 옆에 사회과학 서점이 있습니다. ‘풀무질’이라는 책방인데요. 이게 이제 요새 책들 많이 안 보잖아요. 2월에 폐업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기에 대한 추억과 서점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이런 것들이 많았는데 20대 청년 3명이 이 책방을 인수하겠다, 이렇게 나섰습니다. 그런데 그중에 1명이 지금 음악을 들려드린 ‘전범선과 양반들’의 보컬입니다. 되게 독특한 음악을 하시는 분 같아요. 전화 연결해서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전범선 : 예, 안녕하세요? 전범선입니다.

▷ 김경래 : 혹시 돈이 많으신 건 아니시죠? 책방을 인수하신다기에.

▶ 전범선 : 그런 건 아니고요. 기사에도 났지만 원래 풀무질을 운영하시던 은종복 대표님께서 풀무질의 정신을 계승할 사람에게 한 푼도 받지 않고 넘기겠다, 이렇게 말씀하셔서 한달음에 찾아뵀습니다.

▷ 김경래 : 전혀 안면이 있으신 분이 아니라 그냥 기사를 보고 찾아간 거예요?

▶ 전범선 : 그렇죠.

▷ 김경래 : 갔더니 뭐라고 하십니까?

▶ 전범선 : 처음 갔을 때는 여러 옵션들을 두고 계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한 일주일 지나서 저희를 간택하셨다고 알려주셨습니다.

▷ 김경래 : 간택하셨어요? 그 풀무질의 정신을 계승한다는데 풀무질의 정신이 뭐예요?

▶ 전범선 : 그거는 저도 파악해가려고 있습니다만.

▷ 김경래 : 아, 운영을 하면서.

▶ 전범선 : 네, 저희가 바로 계승을 하는 건 아니고요. 2월까지 일을 배우면서 하나씩 이어갈 생각입니다.

▷ 김경래 : 원래 이런 서점이라든가 책, 출판 이런 쪽에 관심이 많으셨던 분인가요, 전범선 씨는?

▶ 전범선 : 뭐 책이야 제가 역사 석사까지 했어서.

▷ 김경래 : 아, 역사를 전공하셨군요?

▶ 전범선 : 예, 전공은 서양사를 전공했습니다. 그래서 좋아하기도 했었고요. 저희 어머니가 원래 헌책방을 하셨어요. 그래서 헌책방을 다시 열고 싶다는 계획이 있었고 최근에 군에서 제대하면서 지금 풀무질에서 같이하게 된 고한진이라는 친구와 독립출판사를 열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첫 책을 출판했었어요. 허정숙이라는 월북 여성해방운동가의 글을 모아서 ‘나의 단발과 단발 전후’라는 책을 처음 출판하고 이제 출판사를 제대로 꾸려보자고 하는 찰나에 그 기사를 접하게 된 거죠.

▷ 김경래 : 나머지 두 분도 그러면 친구분이신가요? 세 분이 인수하신다고 했는데.

▶ 전범선 : 네, 맞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고한준이라는 친구는 저랑 6년 전부터 음악하다가 만났던.

▷ 김경래 : 음악적 동지시군요?

▶ 전범선 : 그렇죠. 음악하다가 지나가다 만난 친구인데 그 친구도 알고 보니 철학가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이번에 풀무질을 인수하기로 마음을 먹고서 급하게 수소문해서 만난 사람입니다.

▷ 김경래 : 그런데 지금 온라인에서 다들 책을 사잖아요. 아무리 사회과학 서적의 명맥을 잇는다, 혹은 풀무질의 어떤 역사를 되살린다, 지킨다 이런 생각도 있겠지만 이게 현실적으로 앞으로 운영이 가능합니까? 어떻게 보세요?

▶ 전범선 : 요즘 책을 인터넷으로 많이 산다고 하지만 최근 들어서 독립책방 열풍이 불고 있잖아요. 물론 그분들도 다 굉장히 어려운 환경에서 사업을 이어가고 계시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저 같은 경우에는 더 무모한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제 스스로 헌책방을 열겠다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에 비하면 오히려 훨씬 좋은 조건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경래 : 그러면 지금까지 하던 운영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시는 건가요? 아니면 새로운 어떤 걸 도입하시는 건가요, 서점에?

▶ 전범선 : 당연히 새로운 것을 도입해야겠죠. 지금까지 하던 방식대로 하면...

▷ 김경래 : 어떤 아이디어가 있으세요?

▶ 전범선 : 저희도 그거는 이제 들어가서 사실 조심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희가 외부인이기도 하고 풀무질에서 수십 년간 인연을 가져오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일단 처음에 들어가서는 좀 일을 배우면서 그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이 풀무질을 중심으로 한 지역 공동체가 원하는 방향에 대해서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데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어쨌든 풀무질이든 사회과학 서점이라는 그 자체가 어떻게 보면 독재에 대항하던 운동권 시대의 어떤 문화일 수 있을 텐데 저희 같은 20대나 청년들에게는 좀 새로운 의미의 풀무질이 필요할 것 같아요. 풀무질이라는 게 불을 지피기 위해 바람을 피우는 거일 텐데 혁명 횃불을 다 같이 지피는 것보다도 각자의 마음 속에 불씨가 될 수 있는 인문학, 사회과학 이런 서점이 되면 좋지 않을까 그런 일종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희망합니다.

▷ 김경래 : 그런데 언뜻 제가 궁금한 게 밴드를 하시잖아요. 그리고 역사학을 전공하신다고 하고 그리고 서점을 또 운영하시고 출판사도 하신다고 그러고 정확히 직업이 뭐예요?

▶ 전범선 : 저는 음악을 하는 사람입니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고 거기에 몸을 담고서 앞으로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이고요. 기본적으로는 하지만 저는 음악을 할 때도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밴드에서 하는 역할도 악기 연주보다는 곡을 쓰고 가사를 쓰고 하는 것들이라서요. 그렇기 때문에 음악을 하면서 책을 읽거나 판매하거나 글을 읽거나 쓰거나 하는 활동이 그렇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김경래 : 그랬군요. 저도 사회과학 서점 거의 다 없어지잖아요, 지금 대학가에. 그중에 한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대학 때 했었어요.

▶ 전범선 : 지금 사라졌나요?

▷ 김경래 : 아니요, 지금 있는 서점이에요. 거기서 1,700원 시간당 받고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거의 다 없어졌어요, 그런데. 이 부분이 안타까우셨던 거 아니에요? 그런 생각이 좀 드는데.

▶ 전범선 : 저는 솔직히 한국에서 학부나 대학원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 김경래 : 유학을 하셨기 때문에.

▶ 전범선 : 네, 그 문화에 대한 개인적인 애착이 있지는 않습니다만 기본적으로 헌책방을 열고 싶었을 때도 좀 역사성이 있고 연속성이 있는 책방을 꾸려나가고 싶다는 그런 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가 인문사회 서점인 풀무질이 있었던 상황에서 그것마저 없어지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제가 새로운 곳을 만들어서 역사를 만들어가겠다, 이런 것이 참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게 된 것이고요. 그런데 뭐 사회과학 서점이 무너지지만 독립 서점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어요, 동네 책방들이. 그래서 저는 희망적입니다.

▷ 김경래 : 영국에서 유학을 하셨다고 했는데 미국에서도 참 유학하셨죠? 그쪽 동네는 한국하고 서점이나 이런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우리는 전반적으로 아까 말씀하신 동네 서점 이런 것들이 살아나고 있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침체기 아니에요, 그렇죠? 그쪽은 어때요?

▶ 전범선 : 그쪽도 뭐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요새 다 넷플렉스 같은 영상 매체가 대체하고 있는 시대다 보니까.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좋아했던 영국에서 책방들은 그냥 들어갔을 때 공기의 밀도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게 뭐 영국이라는 나라와 아니면 영문학이라는 뭐라고 할까 유산이 가지고 있는 무게의 차이일 수도 있을 거고요. 한글문학이 갖고 있는 짧은 시간이나 아니면 사상적 다양성 때문일 수 있고 책방 주인장의 역사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런 제가 아쉬워했던 향수를 갖고 있었던 공기를 풀무질에 처음 들어갔을 때 그 공간과 은종복 대표님한테 조금 느낄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너무 좋았습니다.

▷ 김경래 : 그렇군요. 지금 특히 성균관대 졸업생들은 그런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나도 좀 돕고 싶다, 이런 분들도 좀 있을 것 같아요.

▶ 전범선 : 많습니다.

▷ 김경래 : 그러면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나요? 풀무질 전화번호가?

▶ 전범선 : 예, 풀무질 전화번호랑 위치는 나오고요. 6월 11일까지는 은종복 대표님이 계속 운영하실 예정입니다.

▷ 김경래 : 그렇군요. 도움을 혹시 주실 분들 있으면 그렇게 찾아가거나 전화를 드리면 되겠네요?

▶ 전범선 : 네, 그리고 조만간 모금 운동도 준비하고 있어서요. 그래서 어쨌든 지금 책방에 이미 쌓인 부채가 상당한 상황이고.

▷ 김경래 : 아이고, 빚도 많아요?

▶ 전범선 : 그래서 폐업 위기였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다 은 대표님께서 저희한테는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당신이 다 지고 가신다고 말씀하시는데 저희 입장에서는 그것도 도리가 아닌 것 같고.

▷ 김경래 : 되게 아름다운 모습이네요.

▶ 전범선 : 아름다운 건지 슬픈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상황입니다.

▷ 김경래 : 알겠습니다. 서점 운영 잘됐으면 좋겠고요. 음악 활동도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전범선 : 고맙습니다.

▷ 김경래 : 성대 앞 사회과학 서점 풀무질 인수하는 전범선 씨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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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래의 최강시사] 전범선 “英 고서점과 풀무질의 공통점? 공기밀도”
    • 입력 2019-01-22 10:04:02
    • 수정2019-01-23 15:30:46
    최강시사
- 무일푼으로 인수한 서점 ‘풀무질’, 2월까지 일 배우며 풀무질 정신 이어갈 계획
- 독재에 함께 저항하던 풀무질 혁명횃불, 청년 각자의 마음에 새 불씨 되길 희망
- 풀무질 정신 계승하며 젊은 세대에 적용될 패러다임 변화 꾀하려 해
- 역사성과 연속성있는 책방 꾸리고 싶은 꿈 있어
- 사회과학서점 무너지지만, 독립서점 많이 생겨나 희망적
- 영국 고서점에서 느꼈던 공기밀도, 풀무질에서도 느껴
- 부채 앉고 퇴임하는 전 운영자 위해 모금운동 준비하고 있어

■ 프로그램명 : 김경래의 최강시사
■ 코너명 : <최강 인터뷰3>
■ 방송시간 : 1월 22일(화) 7:25~8:57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경래 (뉴스타파 탐사팀장)
■ 출연 : 전범선(전범선과 양반들)



▷ 김경래 : 갑자기 음악이 나와서 놀라셨죠? 이건 ‘전범선과 양반들’이라는 굉장히 독특한 이름을 가진 밴드가 연주한 음악입니다. 이 노래를 왜 틀었느냐면 최근에 성균관대 옆에 사회과학 서점이 있습니다. ‘풀무질’이라는 책방인데요. 이게 이제 요새 책들 많이 안 보잖아요. 2월에 폐업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기에 대한 추억과 서점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이런 것들이 많았는데 20대 청년 3명이 이 책방을 인수하겠다, 이렇게 나섰습니다. 그런데 그중에 1명이 지금 음악을 들려드린 ‘전범선과 양반들’의 보컬입니다. 되게 독특한 음악을 하시는 분 같아요. 전화 연결해서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전범선 : 예, 안녕하세요? 전범선입니다.

▷ 김경래 : 혹시 돈이 많으신 건 아니시죠? 책방을 인수하신다기에.

▶ 전범선 : 그런 건 아니고요. 기사에도 났지만 원래 풀무질을 운영하시던 은종복 대표님께서 풀무질의 정신을 계승할 사람에게 한 푼도 받지 않고 넘기겠다, 이렇게 말씀하셔서 한달음에 찾아뵀습니다.

▷ 김경래 : 전혀 안면이 있으신 분이 아니라 그냥 기사를 보고 찾아간 거예요?

▶ 전범선 : 그렇죠.

▷ 김경래 : 갔더니 뭐라고 하십니까?

▶ 전범선 : 처음 갔을 때는 여러 옵션들을 두고 계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한 일주일 지나서 저희를 간택하셨다고 알려주셨습니다.

▷ 김경래 : 간택하셨어요? 그 풀무질의 정신을 계승한다는데 풀무질의 정신이 뭐예요?

▶ 전범선 : 그거는 저도 파악해가려고 있습니다만.

▷ 김경래 : 아, 운영을 하면서.

▶ 전범선 : 네, 저희가 바로 계승을 하는 건 아니고요. 2월까지 일을 배우면서 하나씩 이어갈 생각입니다.

▷ 김경래 : 원래 이런 서점이라든가 책, 출판 이런 쪽에 관심이 많으셨던 분인가요, 전범선 씨는?

▶ 전범선 : 뭐 책이야 제가 역사 석사까지 했어서.

▷ 김경래 : 아, 역사를 전공하셨군요?

▶ 전범선 : 예, 전공은 서양사를 전공했습니다. 그래서 좋아하기도 했었고요. 저희 어머니가 원래 헌책방을 하셨어요. 그래서 헌책방을 다시 열고 싶다는 계획이 있었고 최근에 군에서 제대하면서 지금 풀무질에서 같이하게 된 고한진이라는 친구와 독립출판사를 열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첫 책을 출판했었어요. 허정숙이라는 월북 여성해방운동가의 글을 모아서 ‘나의 단발과 단발 전후’라는 책을 처음 출판하고 이제 출판사를 제대로 꾸려보자고 하는 찰나에 그 기사를 접하게 된 거죠.

▷ 김경래 : 나머지 두 분도 그러면 친구분이신가요? 세 분이 인수하신다고 했는데.

▶ 전범선 : 네, 맞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고한준이라는 친구는 저랑 6년 전부터 음악하다가 만났던.

▷ 김경래 : 음악적 동지시군요?

▶ 전범선 : 그렇죠. 음악하다가 지나가다 만난 친구인데 그 친구도 알고 보니 철학가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이번에 풀무질을 인수하기로 마음을 먹고서 급하게 수소문해서 만난 사람입니다.

▷ 김경래 : 그런데 지금 온라인에서 다들 책을 사잖아요. 아무리 사회과학 서적의 명맥을 잇는다, 혹은 풀무질의 어떤 역사를 되살린다, 지킨다 이런 생각도 있겠지만 이게 현실적으로 앞으로 운영이 가능합니까? 어떻게 보세요?

▶ 전범선 : 요즘 책을 인터넷으로 많이 산다고 하지만 최근 들어서 독립책방 열풍이 불고 있잖아요. 물론 그분들도 다 굉장히 어려운 환경에서 사업을 이어가고 계시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저 같은 경우에는 더 무모한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제 스스로 헌책방을 열겠다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에 비하면 오히려 훨씬 좋은 조건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경래 : 그러면 지금까지 하던 운영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시는 건가요? 아니면 새로운 어떤 걸 도입하시는 건가요, 서점에?

▶ 전범선 : 당연히 새로운 것을 도입해야겠죠. 지금까지 하던 방식대로 하면...

▷ 김경래 : 어떤 아이디어가 있으세요?

▶ 전범선 : 저희도 그거는 이제 들어가서 사실 조심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희가 외부인이기도 하고 풀무질에서 수십 년간 인연을 가져오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일단 처음에 들어가서는 좀 일을 배우면서 그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이 풀무질을 중심으로 한 지역 공동체가 원하는 방향에 대해서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데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어쨌든 풀무질이든 사회과학 서점이라는 그 자체가 어떻게 보면 독재에 대항하던 운동권 시대의 어떤 문화일 수 있을 텐데 저희 같은 20대나 청년들에게는 좀 새로운 의미의 풀무질이 필요할 것 같아요. 풀무질이라는 게 불을 지피기 위해 바람을 피우는 거일 텐데 혁명 횃불을 다 같이 지피는 것보다도 각자의 마음 속에 불씨가 될 수 있는 인문학, 사회과학 이런 서점이 되면 좋지 않을까 그런 일종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희망합니다.

▷ 김경래 : 그런데 언뜻 제가 궁금한 게 밴드를 하시잖아요. 그리고 역사학을 전공하신다고 하고 그리고 서점을 또 운영하시고 출판사도 하신다고 그러고 정확히 직업이 뭐예요?

▶ 전범선 : 저는 음악을 하는 사람입니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고 거기에 몸을 담고서 앞으로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이고요. 기본적으로는 하지만 저는 음악을 할 때도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밴드에서 하는 역할도 악기 연주보다는 곡을 쓰고 가사를 쓰고 하는 것들이라서요. 그렇기 때문에 음악을 하면서 책을 읽거나 판매하거나 글을 읽거나 쓰거나 하는 활동이 그렇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김경래 : 그랬군요. 저도 사회과학 서점 거의 다 없어지잖아요, 지금 대학가에. 그중에 한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대학 때 했었어요.

▶ 전범선 : 지금 사라졌나요?

▷ 김경래 : 아니요, 지금 있는 서점이에요. 거기서 1,700원 시간당 받고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거의 다 없어졌어요, 그런데. 이 부분이 안타까우셨던 거 아니에요? 그런 생각이 좀 드는데.

▶ 전범선 : 저는 솔직히 한국에서 학부나 대학원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 김경래 : 유학을 하셨기 때문에.

▶ 전범선 : 네, 그 문화에 대한 개인적인 애착이 있지는 않습니다만 기본적으로 헌책방을 열고 싶었을 때도 좀 역사성이 있고 연속성이 있는 책방을 꾸려나가고 싶다는 그런 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가 인문사회 서점인 풀무질이 있었던 상황에서 그것마저 없어지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제가 새로운 곳을 만들어서 역사를 만들어가겠다, 이런 것이 참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게 된 것이고요. 그런데 뭐 사회과학 서점이 무너지지만 독립 서점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어요, 동네 책방들이. 그래서 저는 희망적입니다.

▷ 김경래 : 영국에서 유학을 하셨다고 했는데 미국에서도 참 유학하셨죠? 그쪽 동네는 한국하고 서점이나 이런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우리는 전반적으로 아까 말씀하신 동네 서점 이런 것들이 살아나고 있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침체기 아니에요, 그렇죠? 그쪽은 어때요?

▶ 전범선 : 그쪽도 뭐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요새 다 넷플렉스 같은 영상 매체가 대체하고 있는 시대다 보니까.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좋아했던 영국에서 책방들은 그냥 들어갔을 때 공기의 밀도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게 뭐 영국이라는 나라와 아니면 영문학이라는 뭐라고 할까 유산이 가지고 있는 무게의 차이일 수도 있을 거고요. 한글문학이 갖고 있는 짧은 시간이나 아니면 사상적 다양성 때문일 수 있고 책방 주인장의 역사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런 제가 아쉬워했던 향수를 갖고 있었던 공기를 풀무질에 처음 들어갔을 때 그 공간과 은종복 대표님한테 조금 느낄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너무 좋았습니다.

▷ 김경래 : 그렇군요. 지금 특히 성균관대 졸업생들은 그런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나도 좀 돕고 싶다, 이런 분들도 좀 있을 것 같아요.

▶ 전범선 : 많습니다.

▷ 김경래 : 그러면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나요? 풀무질 전화번호가?

▶ 전범선 : 예, 풀무질 전화번호랑 위치는 나오고요. 6월 11일까지는 은종복 대표님이 계속 운영하실 예정입니다.

▷ 김경래 : 그렇군요. 도움을 혹시 주실 분들 있으면 그렇게 찾아가거나 전화를 드리면 되겠네요?

▶ 전범선 : 네, 그리고 조만간 모금 운동도 준비하고 있어서요. 그래서 어쨌든 지금 책방에 이미 쌓인 부채가 상당한 상황이고.

▷ 김경래 : 아이고, 빚도 많아요?

▶ 전범선 : 그래서 폐업 위기였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다 은 대표님께서 저희한테는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당신이 다 지고 가신다고 말씀하시는데 저희 입장에서는 그것도 도리가 아닌 것 같고.

▷ 김경래 : 되게 아름다운 모습이네요.

▶ 전범선 : 아름다운 건지 슬픈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상황입니다.

▷ 김경래 : 알겠습니다. 서점 운영 잘됐으면 좋겠고요. 음악 활동도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전범선 : 고맙습니다.

▷ 김경래 : 성대 앞 사회과학 서점 풀무질 인수하는 전범선 씨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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