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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

입력 2019. 02. 25   15:22
업데이트 2019. 02. 2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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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윤 대위 육군포병학교
강승윤 대위 육군포병학교

‘기본에 충실해라!’ ‘기본이 중요하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부터 어느덧 노련한 전문가가 돼서까지 우리는 흔히 기본을 강조한다. 그만큼 기초와 근본이 중요하다는 말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쉽게 놓치고 살아가다 보니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모순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이렇듯 기본은 모든 행위의 바탕이기 때문에 누구든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특히 전쟁을 억제하고 적을 단번에 제압하는 전투전문가이자 높은 도덕성과 준법정신도 함께 지녀야 하는 군인은 기본을 지키는 일에 일반인보다 훨씬 많은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기본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기에, 신상은 없고 필벌만 있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얼마 전 나는 기본을 잘 지킨 공로로 학교장님께 표창을 받았다. 정해진 영내 교통법규대로 ‘규정 속도’ ‘일시정지선’ ‘방향지시등 사용’을 준수한 것이 계기가 된 전례 없는 표창이다. 학교장님께서는 “다들 알면서도 지나치는 것을 스스로 잘 지키니 생각과 행동이 바르다”고 말씀하시며 기본을 지키는 일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개인의 판단이 제각기 달라서 때에 따라 기본을 벗어난 편리함이나 순간의 유리함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군인이라면 기본을 지켜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기본을 지키는 것이 곧 내 생각과 행동을 바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육군은 ‘올바르고 유능하며 헌신하는 전사’의 인재상을 제시해 군인이 갖춰야 할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중 올바른 전사는 사회적 제도와 규정을 온전히 따름으로써 완성될 수 있다. 제도와 규정을 모두 지키는 것이 때로는 업무 효율을 저해하거나 불가능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애초에 반칙으로 얻은 성과는 어떤 가치도 부여할 수 없다. 제도와 규정을 지키는 일이 나를 얽어매는 것이 아니라 예상할 수 없는 시련과 어려움으로부터 보호받는 비결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비로소 우리는 그것을 기본으로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군인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은 도덕성과 준법정신에 그치지 않는다.

2015년 통신소대장으로 8·20 완전작전을 수행하며 직면했던 또 다른 적은 막연함과 공포심이었다. 그러나 미래를 알 수 없는 불안 속에서도 성공적인 작전이 가능했던 이유는 내가 할 수 있는, 익혀왔던 기본에 충실하면 승리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목숨을 걸고 기본을 지키면, 그 기본이 목숨을 지켜준다’는 학교의 슬로건 속 기본과 목숨을 직결하는 표현은 절대 비약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군인에게 기본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거는 ‘필사즉생 필생즉사’와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자율과 책임 문화가 조성돼 가고 있는 지금 기본을 지키는 일은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사소한 규정도 철저히 준수하며 일률적으로 따르는 ‘진짜 군인’이 우리 군의 강함을 받쳐주는 단단한 뼈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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