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욱 앵커의 시선] 육군참모총장을 불러낸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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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1.08. 오후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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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문구가 구수한 토속어로 풀어낸 '관촌수필'에 군청 앞 다방 풍경이 나옵니다. 읍내 유지가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자기를 찾는 사람이나 전화가 없었느냐고 여종업원에게 묻습니다. 그러더니 부군수 들어왔는지 전화를 넣어봐서, 자리에 있으면 '나 여기 있다'고 알리라고 합니다. 냉큼 나오라는 얘깁니다.

소설은 거기까지지만, 아무리 유지가 부른다고 군청 2인자인 부군수가 달려 나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군청 앞 다방이란 워낙 민원인이 많아 남의 시선이 거북한 곳이기도 하지요.

제가 오래 된 소설 얘기를 꺼낸 건, 이미 짐작하시겠지만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이 우리 현실에서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5급 행정관이 육군참모총장을 국방부 앞 카페로 불러냈다는 바로 그 얘기입니다.

육군참모총장은 합참의장에 이어 군 서열 2위이자, 50만 육군의 대장님입니다.

반면 상대는 변호사 되자마자 청와대에 들어온 서른네 살의 행정관, 군 계급으로 치면 대령쯤 된다고 합니다.

계급을 문제 삼을 건 아니지만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아는 군인 여러 명에게 물어봤지만 이런 일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행정관이라고 참모총장을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민간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행정관을 미꾸라지 한 마리로 비하했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입니다.

군은 사기와 명예를 먹고 사는 조직입니다. 아무리 군의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고는 해도 육군참모총장이라는 자리가 그리 가볍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번 일로 군이 받았을 상처를 생각한다면 청와대의 해명 역시 부적절했습니다.

대통령이 신임 장성들에게 수여하는 '삼정검'에는 충무공의 명언 '필사즉생 필생즉사'가 새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군에 대한 권력의 시각이 이 정도로 라면 필사즉생의 국방 의지가 제대로 솟아날지 모르겠습니다.

1월 8일 앵커의 시선은 '육군참모총장과 청와대 행정관'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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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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