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판·시행착오 30년… “북핵, 정면으로 맞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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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30년의 허상과 진실 / 이용준 지음/한울

외교부와 통일부 공무원이 북한 핵 문제를 처음으로 맡게 될 때 선배 공무원이 공부하라며 소개해주는 책들이 있다. 그중에 ‘북한 핵, 새로운 게임의 법칙(2004년)’ ‘게임의 종말: 북핵 협상 20년의 허상과 진실, 그리고 그 이후(2010년)’가 있는데, 두 책 모두의 저자는 이용준 전 외교부 차관보이자 전 북핵 담당 대사. 이 전 대사는 1979년 외무고시 13기로 외교부에 들어가 1991년부터 청와대 남북 핵협상 담당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북한 경수로 협상 대표, 청와대 국가안보회의(NSC) 정책조정부장,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6자회담 차석대표·북핵 담당 대사를 역임한 대표적 북핵 전문가다. 이 전 대사는 자신이 담당했던 북핵 관련 실제 협상 경험과 축적된 자료를 역사적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두 책을 엮어낸 것이다.

두 저서에 이어 나온 ‘북핵 30년의 허상과 진실:한반도 핵 게임의 종말’은 최근 8년 동안 진행된 협상까지 포함한 저작이다. 저자는 2010년 저서에서 “북한이 핵 무장을 포기하는 게임의 종말을 기대한다”고 썼으나 신간에서는 “한국과 국제사회가 지난 30년간 온갖 오판과 시행착오, 고의적 방치를 반복하면서 결국 북핵 저지에 실패했고, 전략게임은 북한 승리로 막을 내리게 됐다”고 진단했다.

저자는 현 상황이 “2017년 북한의 핵 보유 완성 선언 이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라는 한 가닥 밧줄에 모든 희망을 건 채 벼랑 끝에 매달린 형국”이라고 봤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작은 양보를 침소봉대(針小棒大)하며 큰 반대급부를 제공하고 ‘성공적 협상’이라고 우기거나, 정반대로 다시 군사적 조치를 거론하는 식으로, 양 방향에서 긴박한 정세로 흐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전 대사의 결론은 ‘필사즉생(必死則生) 필생즉사(必生則死)’라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교훈이다. 한국이 북핵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지 못하고 방관자처럼 외면하고 남북관계 개선에만 총력을 기울이면 향후 한반도 질서 개편 과정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1990년대 초반 남북핵통제공동위원장으로서 반기문 부위원장과 함께 북한과 직접 핵 협상을 벌였던 공로명 전 외교부 장관은 추천사에서 “북핵 30년의 가장 뛰어난 정사(正史)이며 미래를 위한 통찰력 있는 지침서”라고 썼다. 책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있고 세세한 자료까지 첨부돼 있지만, 관련 법률 때문에 아직 공개할 수 없는 협상 과정의 비밀들을 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쉽다. 어려운 주제지만 쉽게 읽힌다. 저자는 1985년 희곡 ‘심판(審判)’으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문필가이기도 하다. 424쪽, 3만6000원.

이도운 논설위원 da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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