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등반ㅣ이탈리아 돌로미테] 독기 품어야 오를 수 있는, 이탈리아의 붉은 코요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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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에글러 형제가 개척한 돌로미테의 100m 자연산 크랙
마틴 리에글러가 자신이 개척한 코요테를 오르고 있다. 코요테는 백운암이 대부분인 돌로미테에서 독보적인 화강암 크랙으로 평가 받고 있다.

코요테Coyote는 개과의 육식 동물로 애니메이션과 동화에서 악역으로 많이 등장한다. 때문에 사람들은 코요테를 무서운 동물로 알고 있다. 주식은 토끼·쥐 등 작은 동물이다. 몰래 다가가서 덮치는데, 몇 마리가 협력해 사슴처럼 큰 초식동물을 잡기도 한다. 농장의 가축을 습격하기도 하며 살기 위해 곤충이나 갑각류와 썩은 고기도 가리지 않고 먹는다. 먹이가 귀해지는 가을과 겨울에는 과일과 채소를 주로 먹는다.


새끼를 보통 6마리 정도 낳는데 몸집은 여우보다 크고 늑대보다 작다. 비슷한 습성을 가지고 있는 자칼보다 조금 크다. 북아메리카의 평원에 많이 서식하며, 북쪽으로는 알래스카와 캐나다, 남쪽으로는 파나마까지 퍼져 있다.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 생존력이 강하다. 늑대는 사라지고 있지만 코요테는 늘어나고 있고, 심지어 미국 워싱턴의 록크릭공원Rock Creek Park에서는 코요테가 굴을 파고 새끼를 기르고 있어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




코요테의 마지막 피치를 오르고 있는 리에글러 형제 뒤로 볼자노 시내와 사과밭, A22 고속도로가 보인다. 코요테는 볼자노에서 15㎞ 떨어진 곳에 있으며 고속도로는 오스트리아와 독일, 북유럽으로 이어진다.

필자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볼자노에서 가까운 호수 몬티콜로Monticolo에도 코요테가 있다. 월간<산> 2월호에 소개한 마틴Martin과 플로리안 리에글러Florian Riegler 형제가 호수 인근에 개척한 암벽등반 루트의 이름도 코요테(100m, 7a)이다. 돌로미티는 백운암이 대부분이라 화강암처럼 크랙이 시원하게 벽을 갈라놓은 형태는 무척 드물다. 


그러나 몬티콜로호수 주변은 적색의 화산이 솟은 독특한 바위군락이며, 여러 개의 크랙이 있다. 베로나와 오스트리아 국경으로 가는 고속도로 상에서도 병풍 같은 적벽이 보인다. 100m 길이의 4피치 코스, 짧은 루트이지만 현지 클라이머들이 크랙 등반을 하기 어려운 환경임을 감안하면, 매우 인기 있다. 특히 미국 요세미티 원정을 가기 전 훈련 차원으로 많이 찾는다.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클라이머들도 찾고 있다. 


필자도 산악자전거로 수 백 번을 올랐던 몬티콜로호수 근처에 있는 대형 안테나가 있는 벽 앞에 왔다. 자연주의 등반을 원칙으로 하는 리에글러 형제가 루트를 개척하면, 동행하여 사진 촬영을 여러 번 해주었다. 그들과 함께 등반한 개척 루트 중 아르코의 멀티 피치 등반은 필자도 등반 불가능한 180° 천장을 5m나 자유 등반하는 5.13대 난이도였다. 중간에 하켄 몇 개만 있을 뿐이었다. 




왼쪽이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형 마틴 리에글러. 동생 플로리안은 과수원을 경영한다. 형제의 성격은 음과 양으로 완전히 다르다.


크럭스 구간을 등반하며 여유 있게 프렌드를 설치 하는 플로리안.



볼트 없는 깨끗한 등반루트
로젠가르텐의 적벽에도 확보 지점을 제외하고는 단 한 개의 볼트도 설치하지 않고, 하켄 몇 개만 고정해 놓았다. 450m의 벽을 따라 올라가며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모른다. 쌍볼트가 확보 지점에 있지만 주마(등강기)로 오르기에는 오버행 경사가 너무 심하고, 거벽이라 무서워 차라리 따라가며 등반을 한 적이 있었다.


필자의 집에서 차로 10분 이동하고, 호수 근처의 숲 속 길을 산림욕하며 오르길 30분, 집에서 출발해서 40분 만이었다. 커다란 나무에 걸린 슬링에 60m 로프 두 동을 걸고 오버행을 세 번에 걸쳐 하강했다. 정말 하강용과 마디가 끝나는 곳에 설치한 확보용 쌍볼트에는 체인도 아닌 로프를 잘라서 두 겹으로 연결해 놓은 것을 제외하고는, 100m의 오버행을 겸한 크랙에 아무런 확보물이 없었다. 입이 절로 벌어졌다. 완전 자연산이다.


루트를 멀리서 보고 감탄하고, 직접 하강하며 보면서 또 감탄했다. 두 손이 저릴 정도로 센 난이도의 핑거 크랙을 등반하며 오르가슴 같은 감동이 온 몸에 전해 왔다. 리에글러 형제의 친구이며 스포츠클라이밍 공인 교수인 크리스토프가 침을 튀기며 루트 설명을 해주었다. 


“100번 넘게 등반했었는데 할 때마다 새롭게 느껴져요. 어느 날은 아침 일찍 와서 세 번을 연속 등반한 적도 있어요. 유럽에서는 정말 찾아보기 힘든 크랙이에요. 미국의 인디언 크랙과 같아요. 색깔이나 크랙의 갈라진 틈이나…. 소문이 나면서 이탈리아 전국의 크랙 등반 마니아들이 찾아오고 있고, 오스트리아, 독일 등에서도 찾아와 등반을 하고 SNS에 멋진 글을 남기고 가지요. 정말 값지고 맛있는, 사랑스러운 코요테입니다.” 




등반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오버행 하강을 해야 한다. 등반을 해야만 올라 올 수 있는 멋진 레드 홀이다.


등강기로 벽을 오르는 필자. 과감한 촬영을 위해 오버행을 등강기로 오르고 있다.



하강하면 나타나는 붉은 코요테
마틴 리에글러에게 어떻게 이곳을 찾았는지 물었다. 


“여기를 수 만 번 MTB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처럼 나도 수 십 번 MTB를 타고 지나가며 보다가 등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어. 근데 문제는 접근이었어. 자전거를 숨겨두고 나무에 로프를 걸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충분히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우선 등산로를 정비하고, 하강해서 내려가서 등반하는 방식을 택하고 동생 플로리안을 불렀지. 한번 내려가면 꼭 등반해서 올라와야만 하는 비밀 문이지.”




마틴이 첫 마디 상단부에 프렌드를 설치하고 있다.

플로리안 리에글러에게 개척 등반을 할 때 어땠는지 물었다. 


“우선 클린 클라이밍을 전제로 루트를 만들기로 형과 결정했고, 루트가 개척된 후 등반을 한 클라이머들 역시 볼트를 박지 않았지. 모두가 클린 클라이밍에 동의해 즐길 수 있는 벽으로 만들었지. 정말 아름다운 루트야. 프렌드는 두 조를 모두 사용해야 할 정도로 바위에 설치한 인공시설물이 없어.”


크랙의 칼날 암각은, 예전에 비해 둔해진 필자의 손을 자르듯 파고들었다. 마치 늑대보다 작고 여우보다 더 큰 코요테를 만난 기분이었다. 코요테의 이빨은 매우 날카로웠다. 아시아인처럼 찢어진 코요테의 눈은 독기를 품어야만 저려오는 손가락의 아픔을 이겨내며 7a의 난이도를 오를 수 있었다. 


붉고 강렬한 오렌지색 털을 자랑하는 코요테를 집에서 불과 40분 거리에서 만나는 행운을 만끽한, 짜릿한 등반이었다. 




코요테의 크럭스인 7a 난이도의 핑거 크랙(손가락의 반만 들어간다)을 오르고 있는 플로리안.


[글 사진 임덕용 꿈 속의 알프스 등산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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