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 유족 모욕하고 국민 분노케 한 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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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5주기에 자유한국당 전현직 의원들이 쏟아낸 막말은 자식을 잃은 슬픔마저 정치 영역으로 들어가면 갈등과 음모의 소재로 전락하는 것을 보여준다. 차명진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해 “징하게 해 처먹는다”고 썼고, 정진석 의원은 누군가로부터 메시지로 받은 글이라며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는 내용을 올렸다. 취중에 한 말실수가 아니다. 차분히 생각을 정리해서 또박또박 적은 글들이다. 차 전 의원은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쳐 먹고, 찜쪄 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쳐먹는다”고 유가족들을 비난했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을 이런 식으로 비난한 것은 반인륜적이다. 이들에게는 5년이 지나든, 10년이 지나든 슬픔은 진행형이고 먼저 떠난 자식이 여전히 그리울 수밖에 없다. 차 전 의원이 혹시라도 세월호나 유가족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을 비난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세월호 사고 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상 규명 등을 구실로 유족들의 슬픔과 분노를 계속 자극하거나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결코 좌시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권이라면 몰라도 유가족들이 뭘 해먹는다는 말인가. 차 전 의원은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오랜 정치생활로 누구보다 국민 여론을 잘 알고 있다. 그런 그가 어떤 파장이 있을 것인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면서도 이런 글을 올린 것은 뭔가 노리는 게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혹시 경기도 부천 소사 당협위원장으로서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수표를 모으려 했는지 궁금하다. 세월호가 이제 징글징글하다는 글을 올린 정 의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오산이다. 세월호는 정파나 보수·진보를 떠나 국민 모두의 공통적인 슬픔이다. 차 전 의원은 비난이 쏟아지자 글을 삭제하고 사과했지만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다. 그는 사과하기 한 시간 전까지 이 글을 쓴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도 유감을 표했지만 이 정도로 끝낼 일이 아니다. 당 차원에서 합당한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선 안 된다. 중징계는 물론이고 내년 총선 공천에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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