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고작 1625원…동영상시장 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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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4.15. 오후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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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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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주 단위 요금제 등
파격 저가 공세로 시장공략
국내 유료방송 고객이탈 우려

이통·방송사, 돌파구 안간힘
KT, 디즈니와 손잡을듯


넷플릭스가 모바일 전용 반값, 주 단위 결제 등 파격 요금제를 선보이면서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아직 일부 고객에 한해 시범 적용하는 수준이지만 넷플릭스가 이 같은 '가격 파괴 요금제'를 전면 도입하면 파급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 한국 드라마 '킹덤' 출시 등을 통해 국내 진출 3년 만에 가입자 240만명을 확보하는 등 파죽지세로 한국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그러나 IPTV와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서비스를 월 1만원 미만~2만원대에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상황이어서 넷플릭스가 국내 시청자를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 체계가 넷플릭스 공세를 막는 방파제 구실을 했던 셈이다. 넷플릭스의 가장 저렴한 베이직 요금제는 9500원이고 프리미엄 요금제는 1만4500원이었던 반면 2017년 한국 유료방송 가입자당 평균 매출은 1만336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국내 방송시장과 통신시장이 융합되면서 기존 유료방송 시청자들이 모바일 전용 서비스로 빠르게 옮아가는 추세다. 특히 5G 상용 서비스가 지난 3일 세계 최초로 서비스되는 등 통신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지면서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볼 수 있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넷플릭스가 모바일 전용으로 월 6500원이라는 파격 요금제를 내놓고, 일주일 단위 결제까지 실제로 도입한다면 파괴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이번 요금제를 시범 적용한 후 전면 도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이미 본진인 미국에서는 가격을 올리면서도 인도와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모바일 전용 요금제와 주 단위 결제 방식을 도입하며 가격 차별화 전략으로 성과를 낸 경험이 있다. 넷플릭스는 2016년 인도 시장 진출 당시 현지 업체와 비교해 요금제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을 받자 이번처럼 저렴한 모바일 전용 요금제 카드를 꺼냈다. 기존 요금제 대비 절반 수준인 250루피(약 4100원)라는 파격가를 매긴 것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이날 "모바일 요금제는 일부 국가에서 시범 운용하고 있다. 전체 대상 운용이 아니고 실제로 도입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TV나 PC가 아니라 평소 모바일에 익숙한 한국 젊은 세대들이나 휴가나 방학 등 여유시간을 이용해 일주일간 보고 싶은 콘텐츠를 몰아보려는 시청자 등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괴력이 크다고 평가받는다.

전 세계에 걸쳐 가입자 1억3900만명을 확보한 넷플릭스의 반값 공세에 국내 유료방송 업계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대항마로 꼽히는 디즈니 플러스 등과 협업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려 하지만 녹록지 않다"며 "IPTV 사업자인 동시에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이기도 한 국내 통신사들은 망 사용료 딜레마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출혈 경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열악한 국내 유료방송업계가 넷플릭스와 경쟁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물론 국내 통신사와 플랫폼 기업들은 넷플릭스에 대항할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해왔다. SK텔레콤은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OTT '옥수수'와 지상파 3사 콘텐츠 연합 플랫폼 '푹' 합병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통신사와 지상파 방송사 간 연합군을 만드는 작전이다. 옥수수 가입자가 946만명이고 푹 가입자가 400만명이니 두 OTT 플랫폼 가입자 수를 합치면 약 1300만명 수준으로 단숨에 국내 최대 OTT업체가 된다.

업계 1위 KT도 고민 중이다. 미국 시장에서 '넷플릭스 대항마'로 꼽히는 디즈니 플러스와 협력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11월 미국에서 먼저 나올 디즈니 플러스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영화 시장 점유율 35%를 넘어선 공룡 그 자체고, 이미 마블과 픽사, 스타워즈 프랜차이즈 등 킬러 콘텐츠를 여럿 보유하고 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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