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아도 무섭고 눈떠도 무서워…‘공포영화 흥행법칙’ 4가지
‘프로디지’ ‘공포의 묘지’ ‘요로나의 저주’ 등
‘어스’ 성공 속에 올봄 공포물 잇따라 개봉
성공하는 공포영화엔 반드시 이유 있어
①참신한 소재·형식의 차별화로 눈길
②해석논쟁 불붙어 N차 관람 유발
③제임스 완, 조던 필…이름값으로 승부
④찰떡같이 입에 붙는 홍보 문구도 필수
영화 <어스>의 한 장면. UPI제공 ‘지금 눈을 감는 것도 무섭고, 눈을 뜨는 것도 무섭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어스>는 첫날 21만여명을 동원하며 외국 공포영화 오프닝 최고 기록을 갈아썼다. 앞서 213만명을 동원한 <겟 아웃>(2017) 조던 필 감독의 신작으로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개봉 3주차에 접어든 8일까지 박스오피스 4위, 누적관객수 136만여명을 기록 중이다.
바야흐로 공포영화 전성시대다. 최근 몇 년 새 ‘공포=여름’이란 공식을 무너뜨리고 4계절 내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호러물은 20~30대는 물론 10대 후반 관객까지 끌어들이며 깜짝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외국 영화로는 <겟 아웃>(213만), <애나벨: 인형의 주인>(193만), <컨저링>(226만), <해피데스데이>(138만), <더 넌>(101만), 한국 영화중엔 <곡성>(687만), <검은 사제들>(544만), <곤지암>(276만), <사바하>(240만) 등이 바로 그 사례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올봄에도 <어스>의 뒤를 이어 <프로디지>(4일), <공포의 묘지>(11일), <요로나의 저주>(17일) 등 공포영화가 개봉 소식을 속속 알리고 있다.
그렇다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공포영화 중 흥행에 성공하는 작품들엔 어떤 특징이 있는 걸까? 최근 적중하고 있는 ‘공포영화의 흥행 법칙’을 짚어본다.
영화 <요로나의 저주>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첫번째는 차별화된 소재와 형식이다. 흑백 인종갈등이라는 참신한 소재를 공포영화에 응용한 <겟 아웃>이나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이민자 문제·계층 문제·국경문제 등 다층적인 미국의 사회 문제를 소재로 끌어들인 <어스>가 대표적이다. 소재는 다소 뻔해도 형식이나 진행방식이 새롭다면 그 역시 관객을 끄는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다. ‘폐건물 공포체험’이라는 흔하디흔한 소재지만, 이를 ‘1인칭 고프로(미니 캠코더)를 통한 온라인 생중계’라는 형식에 담아낸 <곤지암>, 역시 ‘반복되는 죽음’이라는 낡은 소재를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의 분투’로 풀어낸 <해피데스데이> 등이 그 사례다. 김봉석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사실 몇몇 작품을 빼곤 공포영화가 색다른 소재를 택한 경우는 많지 않다. 퇴마, 타임 루프, 공포체험, 사이비 종교 등 전통적인 소재라도 요즘 1020세대의 눈높이와 구미에 맞는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는, 한 끝 차이가 공포영화의 성공 열쇠”라고 짚었다.
영화 <프로디지>의 한 장면. 판시네마(주) 제공 두번째는 ‘엔(N)차 관람’을 부르는 ‘의미·해석 논쟁’이다. 최근 공포영화 흥행작 중에서는 ‘한 번 봐서는 도저히 그 의미를 정확히 해석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작품이 많다. <곡성>, <겟 아웃>, <사바하>, <어스>는 모두 이런 사례다. 최근작 <어스>의 경우, 개봉 즉시 ‘어스 해석’, ‘어스 상징’ 등이 포털검색어 상위권에 랭크되며 자발적인 ‘바이럴 마케팅’의 힘을 증명했다. <어스>의 홍보사인 호호호비치 관계자는 “가위·토끼 등 영화 속 오브제나 대사의 의미 등에 관한 논쟁이 붙으면서 자연스럽게 엔차 관람을 유도한 듯하다”며 “요즘 홍보·마케팅 쪽에서는 유튜브 등에 ‘공포영화 ○○ 완전 분석’ 등과 같은 자발적 영상이 올라오느냐를 흥행의 신호탄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레이블’(상표·브랜드)의 중요성이다. ‘컨저링 유니버스’로 대표되는 제임스 완 사단, <겟 아웃>에 이어 <어스>까지 흥행작 반열에 올린 조던 필, 공포영화의 신흥 명가 블룸하우스 등 레이블은 이제 흥행의 보증수표가 되고 있다. 유피아이(UPI) 관계자는 “조던 필 감독은 이미 한국에서 팬덤이 형성됐다. 한국 관객이 ‘조던 필’의 발음을 본 떠 ‘조동필’이라는 한국 이름을 지어준 것은 애정의 표현”이라며 “조던 필 감독도 이 한국 이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고, 한국어로 ‘<겟 아웃>은 미국이 낳고 한국이 키웠다’는 인사를 전하는 등 팬들의 사랑에 적극 호응한다”고 전했다.
영화 <공포의 묘지>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지막은 ‘입에 쫙 붙는 홍보 문구’다.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섭다’(<컨저링>), ‘죽을 만큼 무섭지만 죽진 않는다’(<더 넌>) 등이 대표적이다. 한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에일리언>(1979)의 ‘우주에서는 아무도 너의 비명소리를 들을 수 없다!’(In space no one can hear you scream),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의 ‘그들은 죽은 채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They won’t stay dead) 등 클래식 공포영화의 헤드 카피는 지금 봐도 인상적이다. 현재의 젊은층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강렬한 한 마디를 뽑아낼 수 있느냐가 흥행을 가르는 또 하나의 요소”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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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 성공 속에 올봄 공포물 잇따라 개봉
성공하는 공포영화엔 반드시 이유 있어
①참신한 소재·형식의 차별화로 눈길
②해석논쟁 불붙어 N차 관람 유발
③제임스 완, 조던 필…이름값으로 승부
④찰떡같이 입에 붙는 홍보 문구도 필수
영화 <어스>의 한 장면. UPI제공 ‘지금 눈을 감는 것도 무섭고, 눈을 뜨는 것도 무섭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어스>는 첫날 21만여명을 동원하며 외국 공포영화 오프닝 최고 기록을 갈아썼다. 앞서 213만명을 동원한 <겟 아웃>(2017) 조던 필 감독의 신작으로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개봉 3주차에 접어든 8일까지 박스오피스 4위, 누적관객수 136만여명을 기록 중이다.
바야흐로 공포영화 전성시대다. 최근 몇 년 새 ‘공포=여름’이란 공식을 무너뜨리고 4계절 내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호러물은 20~30대는 물론 10대 후반 관객까지 끌어들이며 깜짝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외국 영화로는 <겟 아웃>(213만), <애나벨: 인형의 주인>(193만), <컨저링>(226만), <해피데스데이>(138만), <더 넌>(101만), 한국 영화중엔 <곡성>(687만), <검은 사제들>(544만), <곤지암>(276만), <사바하>(240만) 등이 바로 그 사례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올봄에도 <어스>의 뒤를 이어 <프로디지>(4일), <공포의 묘지>(11일), <요로나의 저주>(17일) 등 공포영화가 개봉 소식을 속속 알리고 있다.
그렇다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공포영화 중 흥행에 성공하는 작품들엔 어떤 특징이 있는 걸까? 최근 적중하고 있는 ‘공포영화의 흥행 법칙’을 짚어본다.
영화 <요로나의 저주>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첫번째는 차별화된 소재와 형식이다. 흑백 인종갈등이라는 참신한 소재를 공포영화에 응용한 <겟 아웃>이나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이민자 문제·계층 문제·국경문제 등 다층적인 미국의 사회 문제를 소재로 끌어들인 <어스>가 대표적이다. 소재는 다소 뻔해도 형식이나 진행방식이 새롭다면 그 역시 관객을 끄는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다. ‘폐건물 공포체험’이라는 흔하디흔한 소재지만, 이를 ‘1인칭 고프로(미니 캠코더)를 통한 온라인 생중계’라는 형식에 담아낸 <곤지암>, 역시 ‘반복되는 죽음’이라는 낡은 소재를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의 분투’로 풀어낸 <해피데스데이> 등이 그 사례다. 김봉석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사실 몇몇 작품을 빼곤 공포영화가 색다른 소재를 택한 경우는 많지 않다. 퇴마, 타임 루프, 공포체험, 사이비 종교 등 전통적인 소재라도 요즘 1020세대의 눈높이와 구미에 맞는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는, 한 끝 차이가 공포영화의 성공 열쇠”라고 짚었다.
영화 <프로디지>의 한 장면. 판시네마(주) 제공 두번째는 ‘엔(N)차 관람’을 부르는 ‘의미·해석 논쟁’이다. 최근 공포영화 흥행작 중에서는 ‘한 번 봐서는 도저히 그 의미를 정확히 해석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작품이 많다. <곡성>, <겟 아웃>, <사바하>, <어스>는 모두 이런 사례다. 최근작 <어스>의 경우, 개봉 즉시 ‘어스 해석’, ‘어스 상징’ 등이 포털검색어 상위권에 랭크되며 자발적인 ‘바이럴 마케팅’의 힘을 증명했다. <어스>의 홍보사인 호호호비치 관계자는 “가위·토끼 등 영화 속 오브제나 대사의 의미 등에 관한 논쟁이 붙으면서 자연스럽게 엔차 관람을 유도한 듯하다”며 “요즘 홍보·마케팅 쪽에서는 유튜브 등에 ‘공포영화 ○○ 완전 분석’ 등과 같은 자발적 영상이 올라오느냐를 흥행의 신호탄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레이블’(상표·브랜드)의 중요성이다. ‘컨저링 유니버스’로 대표되는 제임스 완 사단, <겟 아웃>에 이어 <어스>까지 흥행작 반열에 올린 조던 필, 공포영화의 신흥 명가 블룸하우스 등 레이블은 이제 흥행의 보증수표가 되고 있다. 유피아이(UPI) 관계자는 “조던 필 감독은 이미 한국에서 팬덤이 형성됐다. 한국 관객이 ‘조던 필’의 발음을 본 떠 ‘조동필’이라는 한국 이름을 지어준 것은 애정의 표현”이라며 “조던 필 감독도 이 한국 이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고, 한국어로 ‘<겟 아웃>은 미국이 낳고 한국이 키웠다’는 인사를 전하는 등 팬들의 사랑에 적극 호응한다”고 전했다.
영화 <공포의 묘지>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지막은 ‘입에 쫙 붙는 홍보 문구’다.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섭다’(<컨저링>), ‘죽을 만큼 무섭지만 죽진 않는다’(<더 넌>) 등이 대표적이다. 한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에일리언>(1979)의 ‘우주에서는 아무도 너의 비명소리를 들을 수 없다!’(In space no one can hear you scream),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의 ‘그들은 죽은 채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They won’t stay dead) 등 클래식 공포영화의 헤드 카피는 지금 봐도 인상적이다. 현재의 젊은층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강렬한 한 마디를 뽑아낼 수 있느냐가 흥행을 가르는 또 하나의 요소”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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