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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거짓말은 나쁜 거야." 그런데 실상 거짓말을 더 많이 하는 사람들은 바로 어른들이다. 물론 그건 어른들이 나쁜 사람들이라서가 아니라, 도대체 거짓말을 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특히 지금의 이 자본주의 체제는 온통 거짓말로 가득 차 있다. 대표적인 거짓말이 바로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광고이다. 모든 상업 광고들은 소비자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자신들의 제품만 구입하면 남들과 다른 사람이 될 수 있고, 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것은 상품 그 자체라기보다는 '이미지'와 '기대'이다. 이 상품이 나를 더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이며, 내 삶을 보다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물론 자신도 그것이 거짓말임을 잘 알고 있지만, 알면서도 자신을 속일 수밖에 없다. 소비라도 해야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고, 그렇게라도 자위해야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의 중요한 특징은 바로 반복이다. 똑같은 광고를, 혹은 똑같은 형식의 광고를 수차례 되풀이하여 접하게 되면, 그 광고에 숨겨져 있는 거짓말이 머릿속 깊이 박히게 된다. 아무리 그것이 거짓말이라고 하더라도, 여러 번 반복해서 들으면 그럴싸하게 들리게 마련이다. 더 나아가 여러 사람이 거짓말을 하게 되면, 급기야는 거짓말이 진실이 되고 만다.

 

  안데르센의 「벌거벗은 임금님」은 거짓말의 그러한 특징들을 절묘하게 보여주는 이야기다. 임금님은 정말 추호도 의심하지 않고, 세상에서 제일 근사한 옷이 지어지고 있다고 믿었을까? 아무리 그가 바보라고 해도 그럴 리는 없다. 그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거짓말이 매일 반복되자, 그는 그 거짓말을 진실이라 믿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끊임없이 의심하는 것보다는 그냥 믿어버리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거짓말이 진실이 되는 지점에는 바로 '잘못된 믿음'이 있다.

 

  히틀러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그가 악당임에도 불구하고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을까? 천만에, 그들은 히틀러와 그를 지지하는 자신들이 타락한 기존의 정치인들에 비하여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믿었다. 그들은 처음에는 히틀러의 말을 의심했지만, 나중에는 그의 거짓말을 진심으로 믿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결정권을 히틀러에게 위임했다. 급기야는 그가 무슨 짓을 저지르든지 그의 진정성을 믿는다고 말했다.

 

  어떤 지도자가 있다. 그가 도대체 무엇을 지도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자유민주주의의 절차에 의하여 합법적으로' 선출되었다고 하니까 그냥 지도자라고 부르기로 하자. 그는 자신에 대한 비판을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그에 대한 모든 비판은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이 되어 역시 '자유민주주의의 절차에 의하여 합법적으로' 처벌된다. 그를 지도자로 선출한 사람들은 그를 비판할 수 없게 되었다. 아니 심지어는 무슨 말이라도 했다가 어떻게 처벌당하게 될지 두려워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히틀러 얘기냐고? 글쎄.

 

  "한강과 서해의 아름다운 만남 경인운하". 경인운하 웹사이트 첫 화면에 큼지막이 떠있는 말이다. 내가 무슨 마조히스트도 아니고, 경인운하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고 싶어서 들어가 본 것은 아니다. 도대체 저들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지 진심으로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저들도 낭만적인 구석이 있다. "아름다운 만남"이라니. 저들에게는 강과 바다를 강제로 잇는 것이 "아름다운 만남"인가 보다. 이렇게 낭만적인 분들이 왜 용산 참사 유족들과는 "아름다운 만남"을 갖지 못하는 것일까. 

 

  "아름다운 만남" 뿐만이 아니다. "녹색성장 국가로 가는 경인운하"에서 "친환경 운송시설"은 물론이고, "천년동안 지속된 민족의 숙원사업"까지. 거창한 말들은 잔뜩 가져다 붙였다. 또한 그 웹사이트에는 경인운하의 경제적 효과와 친환경성에 대한 각종 홍보자료들이 올라와 있다.

 

  아이들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말하지만, 어른들은 임금님이 입고 계신 옷이 아주 근사하다고 말한다. 이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려면, 깊은 숲속에나 들어가야 하는 것일까. 겁도 없이 실명으로 이런 글을 써도 괜찮겠냐고? 괜찮다. 오늘은 만우절이니까. 나도 이게 다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태그:#벌거벗은 임금님, #안데르센, #경인운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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