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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임금님
입력 2018.02.08. 16:44 수정 2018.02.08. 16:46 댓글 1개우화에 간혹 등장하곤 하는 임금님은 벌거벗었다. 그는 욕심이 아주 많았다. 덴마크 작가 한스 안데르센이 발표(1837년)한 동화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거다. 거짓말쟁이 재단사와 그의 친구가 짜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옷을 만들어 주겠다며 불경(不敬)스럽게 임금님을 속여먹은 이야기를.
그들은 “임금님께서 장차 입을 옷은 ‘입을 자격이 없고 어리석은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특별한 옷”이라고 사기를 쳤다. 임금님은 그를 위한 특별한 옷을 만들어주겠다는 말에 기뻐하고 작업실을 내주었지만 한편으로는 신하들에게 그들을 감시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감시를 맡은 신하들의 눈에는 재단사가 만드는 옷이 보이지 않았지만 자신들의 어리석음이 드러날까봐 “과연 멋진 옷이 만들어지고 있구나”하고 입을 모았다.
임금님 또한 재단사가 다 만들었다고 입어보라며 권하는 전혀 보이지 않은 옷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자신 또한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리하여 임금님은 입을 자격이 없고 어리석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새옷을 입고 거리행진을 벌이기까지 했다.
이 우화는 아주 오래전 중국 진시황이 죽자 그의 유조(遺詔)를 위조해 태자 부소(扶蘇)를 죽인뒤, 어린 호해(胡亥)를 2세 황제로 만들어 놓고 호가호위하려던 조고(趙高)의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함)’와 맥락을 같이 한다. 조고는 어리석은 호해를 ‘주지육림(酒池肉林)’에 가둬놓고 자신이 천하의 권력을 움켜쥐려고 뭇 신하들을 상대로 시험에 나섰다.
어느날 사슴 한마리를 어전에 끌어다 놓고 호해에게 “폐하, 저것은 참으로 좋은 말입니다. 폐하를 위해 구해다 놓았습니다.”했다. 어안이 벙벙해진 호해가 “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느냐”고 하자, 둘러선 중신들에게 “제공(諸公)들이 보기에 저것은 말이오? 사슴이오?”하고 물었다. 조고의 권세가 두려워 대부분의 신료들은 ‘말’이라고 했으나 지조있는 일부는 ‘사슴’이라고 답했다. 물론 ‘사슴’이라고 정직하게 말한 신료들은 죄를 씌워 죽여버렸다.
벌거벗은 임금님을 본 한 아이가 “임금님이 발가벗었다”고 외치고 나서야 임금과 신하들의 어리석음이 드러났다. 조고의 무도함과 호해의 어리석음 또한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변란으로 진의 천하가 철저하게 도륙되고 해체당하는 과정에서 여지없이 실체를 내 보였다.
촛불혁명으로 무너진 전 정권의 최고책임자와 그에 빌붙었던 세력들의 온갖 어지러운 행적이 세상에 까발려진지 오래다. 그 이전 정권의 각종 비위·불법도 한꺼풀씩 벗겨지고 있는 중이다. 박-최의 국정농단에 이어 국정원 특활비, 다스(Das), BBK 등등. 그 옛날 벌거벗은 임금의 어리석음에다 부정과 불의까지 더 해진 조고 등 신료들의 행태와 오버랩되는 동서고금의 반면교사다.김영태논설주간kytmd8617@naver.com
- [건강칼럼] 대화가 필요해 얼마 전 외과 동문들과 외과 교수들의 동문 이사회 모임이 있었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현재 의대증원 사태로 인한 전공의 사직문제로 흘러가게 되었는데, 들어보니 현재 전남대학병원의 상황은 정말 심각한 것 같았다. 예전에 외과의 한 교수당 하루 3~4건씩 하던 위암, 대장암 수술을 보조할 전공의가 없어서, 또한 마취를 해줄 전공의가 없어서 하루에 한 건도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정형외과는 아예 정규수술은 모두 취소되고 응급수술만 하고 있다고 도 했다. 교수들이 집도하는 수술이 전공의가 없어 혼자서 하다보니 힘들고 더딘데다가 교수 혼자서 전공의가 했던 잡다한 일까지 도맡아 하다 보니 이제 곧 번 아웃 직전이라는 얘기를 들었다.의대 증원 문제로 촉발된 의료대란이 이제는 거의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는 물러설 기미없이 계속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이야기만 하고 있으며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미가 없고, 학생들도 기약 없는 휴학으로 이대로 가다가는 전체 유급 직전에 있어 내년에 새로 들어올 신입생과 합해진다면 의과대학 교육은 제대로 될 수 없을 것이고, 졸업생이 없게 되면 공중 보건의나 군의관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얼마 전에 열린 교수들의 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20개의 의과대학 및 병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여해 3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아직까지 대학병원 진료는 유지되고 있지만 남아 있는 이들만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오래지 않아 대학병원이 무너지면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붕괴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필자는 작년 11월부터 정부와 의료계의 협상에서 의료계의 대표로 의정 협상단장을 맡아 정부에게 현재 붕괴되어 가고 있는 필수, 지역의료의 문제는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의대증원은 지금 해결책이 아니라고 누차 강조하였다. 또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교육 역량을 감안하여 현재 해마다 증원하고 있는 3058명의 약 10% 정도인 350명 내외로 일단 증원을 더 해보고 점차 2년에 한 번씩 재평가하여 증원 규모를 재조정 해보자고도 비공식적으로 제안하였다. 그리고 의대증원 문제는 밤샘토론을 해서라도 의정 협의체 내에서 논의하여 결정하자고 누차 강조하였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일본과 영국도 의대증원을 하였지만 우리나라처럼 의대 정원 조정 과정에서 의사들의 대규모 사직이나 정부의 형사처벌 공언 등 험악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정원 결정 과정에서 의사들을 정책 결정에 참여시키고 합리적인 요구사항이 있으면 수용하였으며, 의대 증원을 점진적으로 하여 늘어난 의대 정원을 가르칠 교육 역량을 충분히 확보한 후에 증원을 하였고, 구체적인 예산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예산이 얼마나 들며,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를 국민과 의사들에게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였기 때문이다.지금의 의대증원 문제는 수 십년 동안 세계최고를 자랑하던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문제점이 곪을대로 곪아 터져버린 것이다. 수 십년간 지속되던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결과가 좋지 않은 의료행위에 대해 과도하게 형사 처벌하는 우리나라만의 특성이 이러한 필수의료 붕괴사태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 문제점을 의대증원으로 해결하려고 하면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이러한 문제점이 결국 의사 수의 증원 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지도 정부와 의료계가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할 때이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의료인력 수급위원회가 있어 그곳에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수집하여 의료 인력을 결정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너무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정부와 의료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료인력 수급 위원회를 결성하여 우리나라의료의 미래를 위하여 적정 의료 인력을 논의해야 한다.더 이상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속히 정부와 의료계가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기를 기대한다. 양동호 광주광역시 의사회 대의원회의장 (연합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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