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장 국회, 참담했던 2박3일 돌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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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4.27. 오전 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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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조준영, 한지연, 김하늬, 백지수, 이원광, 이지윤, 이재원, 김평화, 김민우 기자] [[the300]패스트트랙 지정에 극한 대치…결국 결론 못내고 주말 맞아]

참담했다. 24일부터 26일 밤까지 2박3일 동안 국회에는 참혹한 싸움과 비릿한 땀냄새가 진동했다.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그리고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률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우겠다는 여야4당과 이를 결사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은 정면으로 충돌했다.

'설마 되겠어'로 시작한 패스트트랙 추진은 원내대표단의 합의에 이어 여야 4당이 각 당 입장을 추인하는 데 이르렀다. 한국당은 비상상황을 인지하고 결사항전에 나섰다.

문희상 국회의장(오른쪽)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선거제 개편안 및 공수처 설치법안 등 신속처리안건과 관련해 의장실을 점거하고 항의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호통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1. '저혈당쇼크'에 쓰러진 문희상, 성추행 논란까지

한국당 의원들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패스트트랙 반대파'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에 대한 사보임이 관측되자 24일 오전 국회의장실을 찾았다.

국회법 48조에 따르면 특별위원회 위원을 사보임할때 회기중에는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만약 위원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는 의장의 허가를 받아 사보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은재 한국당 의원이 "의장님 사퇴하세요"라고 소리치는 등 한국당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문 의장은 "그만하자"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국당 의원들이 문 의장을 막아서자 경호원들이 문 의장을 보호하기 위해 접근했고 의장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임이자 한국당 의원이 문 의장을 몸으로 막아내는 과정에서는 성추행 논란도 벌어졌다. 문 의장이 자신을 막아선 임 의원의 두 볼을 두 손으로 감싸쥔 것. 이를 두고 송희경 한국당 의원은 "임 의원이 '이러시면 성희롱'이라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문 의장은 거침없이 또 임 의원의 얼굴을 양손으로 만진 뒤 급하게 의장실을 빠져나갔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 의장측은 "밀치고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한국당 의원들이) 만들어 놓고 이렇게 하는 건 일종의 자해공갈"이라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입장을 못하고 돌아서고 있다. 2019.4.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 '공수처 반대표' 오신환, '사보임 결단' 김관영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25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유명인사가 됐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 반대파인 오 의원을 빼고 채이배 의원을 넣는 사보임을 강행하면서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에는 사개특위 위원이던 권은희 의원을 임재훈 의원으로 또다시 전격 사보임했다.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신속 추진을 위해 당 소속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하루 만에 모두 교체했다. 국회 의사과에 사보임 신청서는 팩스로 넣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패스트트랙 반대파 의원들이 의사과를 막아섰기 때문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을 지키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3. 2·4·7 국회 점거

사보임이 25일 현실화되자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바른정당계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한국당 의원들은 국회 본청 4층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회의실, 2층 사개특위 회의장, 3층 운영위원회 회의실, 7층 의안과·의사과 사무실 등을 봉쇄했다.

국회 의원회관 6층 채 의원 사무실도 봉쇄해 채 의원을 사실상 5시간 이상 감금했다. 채 의원의 사개특위 회의 참가를 막기 위해서였는데 경찰에 신고까지 했던 채 의원이 오후 3시16분쯤 탈출에 성공하면서 실패로 끝났다.

오후에는 국회 곳곳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한국당 의원들이 여야 4당의 법안 제출을 막기 위해 국회 본청 7층의 의안과 앞을 막아서고 국회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회의장 등을 점거하면서다.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강병원,표창원,백혜련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공수처법을 제출하려 하자 최연혜, 신보라 등 자유한국당이 문 앞에서 막고 있다. 2019.4.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4. 33년만의 경호권 발동

이날 저녁 6시 이후 국회 본청 7층 의안과 앞에서 여야 대치가 격화되자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문 의장의 재가를 받아 경호권을 발동했다. 국회 경호권은 지난 1986년 이후 33년만으로 국회 출범 이후 6번째다.

한국당 의원과 보좌진들은 국회 경위 및 방호원 등 경호팀과 국회 곳곳에서 수차례 충돌했다. 몸싸움이 난무했다. 욕설과 고함, 비명이 오갔다. 최연혜 한국당 의원은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호권 발동을 저지한 한국당 의원들과 보좌진들은 "이겼다, 막았다"는 구호를 외치면서 애국가를 불렀다.

바른미래당이 사법개혁특위 위원을 오신환 의원에서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한 가운데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실을 점거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5. 25~26일 밤샘 공방전...성과는 없어

사개특위는 고작 25분 회의가 열렸고 정개특위는 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하면서 패스트트랙 법안은 발목이 잡혔다.

국회는 이날 오후 9시 사개특위 전체회의를, 오후 9시30분 정개특위 전체회의를 각각 소집했다. 하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내 패스트트랙 반대파 의원들, 보좌진 등이 육탄방어에 나서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25일 밤 11시40분 이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26일 오전 0시를 기점으로 또 다시 진격투쟁과 방어전이 펼쳐졌고 국회 본청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26일 오전 1시35분까지 패스트트랙 반대파의 방어선은 뚫리지 않았다.

이상민 사개특위원장은 예정됐던 특별위원회 회의실(국회 본청 220호)에 세 차례 입장하려 했으나 자유한국당 의원과 당직자들에 저지당했다. 이후 새벽 2시48분부터 25분간 개의한 후 새벽 3시23분 정회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국회 본청 406호)으로 장소를 옮겨 회의를 연 것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선거제 개편안 및 공수처 설치법안 등 신속처리안건과 관련해 의장실을 점거하자 경호를 받으며 빠져나가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6. 문희상 국회의장, 서울대병원으로 긴급 이송

24일 저혈당쇼크 증세로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입원 치료중이던 문희상 국회의장이 26일 오전10시 서울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국회 대변인실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이같은 내용의 문자를 전송했다.

국회 관계자는 "성모병원에서 지금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을 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을 했다"며 "정확한 병명이나 이런건 현재로선 비공개"라고 밝혔다.

 선거제 개편안과 사법제도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여야의 대치가 진행되고 있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문에 현장보존 문구가 붙어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7. 국회사무처에 숨겨진 '전자입법'에 어안이 벙벙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합의한 검경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안이 모두 국회 의안과에 26일 저녁 제출됐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26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내용이 담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전자 입법발의 시스템을 통해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등 11명이 공동 발의했다.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백혜련 의원 등 12명이 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상민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전체회의 산회를 선포한 뒤 퇴장하며 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인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상정이 불발됐다. 2019.4.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8. 다시 열린 사개특위, 1시간만에 산회…26일 패스트트랙 무산

마침내 26일 밤 국회 사개특위가 열렸으나 1시간만에 성과 없이 끝났다.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은 26일 밤 9시17분쯤 국회 본청 506호에서 사개특위 개의를 선언했다. 이 위원장을 포함해 표창원, 백혜련, 박범계, 송기헌, 이종걸, 박주민, 안호영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8명과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참석했다. 자유한국당에선 윤한홍, 곽상도, 윤상직, 이장우, 이철규, 정태옥, 정종섭 의원 등 7명이 자리했다.

공수처 설치안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 무산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회의에 불참하면서다. 임재훈 의원도 회의 중간 자리를 떴다.

사개특위는 재적위원 18명 중 5분의 3(11명) 이상 찬성으로 해당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릴 수 있다. 사개특위 소속 민주당·바른미래당·평화당 의원 11명이 모두 회의에 참석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극렬한 논쟁 중 사개특위 위원을 이어 받은 임재훈 의원은 자리를 떴다. 임 의원은 “오늘 회의에 상당한 기대감을 가지고 왔으나 거대 양당의 충돌과 대립, 갈등을 보면서 원만한 회의 진행은 못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제가 이렇게 논란이 되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하며 이석하겠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도 회의 중 페이스북을 통해 "사개특위 회의장에 진입하려고 했으나 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 입구에 누워 '독재타도', '문재인 독재자'를 연호하며 입장을 저지해 집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조준영, 한지연, 김하늬, 백지수, 이원광, 이지윤, 이재원, 김평화, 김민우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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