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최루탄, 어제의 빠루… '국회선진화법'은 뭘 바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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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4.27. 오전 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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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성진 인턴기자] [폭력행위 줄였지만 식물국회 만들었다는 오명도… "패스트트랙 간소화 시켜야 한다"는 말도…]

패스트트랙 지정을 가지고 대립하는 여야 당직자/사진제공=뉴시스

25일 저녁과 26일 새벽, 다시 '동물국회'가 됐다. 몸싸움이 벌어지고 망치를 비롯한 공구가 등장했다. 여당은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며 국회 선진화법에 의해 만들어진 패스트트랙을 지정하려 했다. 이에 야당은 "다수의 횡포를 막겠다"는 말로 맞섰다.

국회 선진화법이 통과된 지 7년이 다 되가도록 이 법이 국회를 발전시켰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선진화법의 의의와 한계에 대해 정리했다.

◇ '최루탄 사건'이 계기가 돼 등장한 '국회 선진화법'

2011년 11월 한국 국회에서 일어난 사건이 호주의 ABC 뉴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 등에 기사로 실렸다. ABC에서는 ‘South Korean MP unleashes tear gas in parliament’라는 제목으로 보도했고 윌스트릿저널에서는 ‘Will The Tear Gas Bomber Be Charged?’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사건의 주인공은 22일 국회 본 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김선동 의원이었다.

이날 국회에서는 박희태 당시 국회의장의 대리였던 정의화 부의장이 'FTA 비준안'을 직권상정했고 한나라당 의원 150명가량이 당시 오후 3시쯤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미 FTA 비준안을 강행 처리하려고 하자 김선동 의원은 캔 모양의 최루탄을 터트렸다. '펑' 소리와 함께 노란색 최루가루가 국회 본회의장에 퍼졌다.

김선동 의원이 본회의장에 최루가스를 터뜨렸다/ 사진제공=뉴시스


'최루탄 사건'을 계기로 정치문화 개선이 의제가 돼 국회 선진화법이 처리됐다.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은 당시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 대표와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공동 대표 발의해 만들어진 국회법의 일부 개정안을 말한다. 국회법 148조에 해당하는 '의장석 점거 금지', '회의장 출입 방해 금지'는 이때 생겼다. 또 국회법 165조와 166조에서는 국회에서 폭력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위협 또는 재물 손괴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안 개정안은 2013년 5월 2일 본회의 안건에 올랐다. 18대 국회의원 192명 참석, 127명 찬성, 찬성률 66.1%로 통과됐다.

◇ '국회선진화법', 국회의장 권력 줄이고 필리버스터 탄생하는 계기

국회 선진화법 통과 당시 국회법의 폭력 행위만을 개정하지 않았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제한되고 '필리버스터'라고 불리는 무제한 토론에 관한 조항 역시 신설됐다.

국회 선진화법이 통과되기 전 국회법에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제한조건'은 존재하지 않았다. 즉 ‘직권상정’이라는 권한만 명시되어 있었다. 이렇게 직권상정 처리된 법안은 본회의에서 과반수만 찬성하면 법안 개정 발의가 완료되는 것이다.

국회의장의 권한은 막강했다. 실제로 16, 17, 18대 국회로 오면서 직권상정의 수는 6, 29, 99로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당시 여야 원내대표는 문제의식을 갖고 2013년 통과된 국회 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천재지변, 전시 등 국가비상사태, 원내 교섭단체 간 합의라는 구체적 제한을 설정했다.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는 이종걸 더민주 의원/사진제공=뉴시스

이 때문에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테러방지법'의 통과를 위해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 처리해달라고 했지만 법률상 불가능했다. 오히려 국회선진화법으로 추가된 무제한 토론이 나타났다. '필리버스터'라 불리는 무제한 토론은 1973년 폐지됐다가 국회선진화법으로 추가됐고 1969년 이후 47년 만이었다.

사망, 의원직 상실을 제외한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국회법 제106조의 2에 의해 ‘시간제한을 받지 않는 토론’을 보장받는다. 의원 1인당 1회씩 토론할 수 있고, 의원 스스로가 멈추거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종결을 가결하지 않는 한 회기 동안 계속 진행될 수 있다.

2015년 당시 '테러 방지법'에 반대해 민주당은 필리버스터로 36명이 발언하는 등 172시간, 9일 동안 법안 통과를 막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김광진, 은수미 더민주 의원 등이 필리버스터 스타로 떠오르고, 이종걸 더민주 의원은 ‘12시간30분’의 기록을 세웠다.

필리버스터가 끝나고 난 뒤 테러방지법은 민주당 의원을 제외한 157명 중 찬성 156명으로 통과됐다.

◇ '국회 선진화법', 폭력 줄였지만 식물국회 원인이란 비판도

왼쪽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른쪽이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 사진제공=뉴시스

일각에서는 국회선진화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패스트트랙'의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해 제 기능을 못한다는 것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12월 임시국회에서 '유치원 3법'이 처리되지 못한 것을 지적하면서 "의원 한 명, 한 정당이 반대하면 과반이 넘어도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의사결정 구조에 치명적 문제가 있다"며 "국회선진화법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제도의 간소화를 주장했다. 특히 이름만 '패스트트랙'이지 사실상 '슬로트랙'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언급하면서 "신속처리안건은 이름은 '신속'이지만 (최장) 330일이 걸리기에 적어도 (처리 기간을) 두 달 정도로 단축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이유로 개정을 촉구하는 의견도 있었다. 현 정치 구도와 적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것은 과거 양당제에 기초해 만든 법이다. 그러나 지금 다당제 현실에 맞지 않다"며 "다당제 현실을 반영해 의결정족수를 단순 과반으로 낮춰서 국회의 합의와 원내교섭단체 간 합의처리 관행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했다.

권성진 인턴기자 sung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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