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알못 가이드]與野 극한 대치 부른 패스트트랙…탄생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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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4.27. 오후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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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직권상정 제한 선진화법에서 신설
도입 직후인 19대 때는 성사 없어 유명무실
과반 정당 없고 다당제, 20대서 적용 현실화
선진화법 조항 때문에 동물국회 재연 역설
선거제·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의 처리를 놓고 여야의 극심한 대치가 26일 새벽까지 이어진 가운데 법안 접수처인 국회 의안과의 문이 심하게 부서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는 특유의 문화, 제도가 존재합니다. 정치 기사에도 어렵고 난해한 정치권 고유의 용어들이 비일비재합니다. 하지만 분량 제한 때문에, 때론 당연히 독자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설명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치를 알지 못하는 독자’도 쉽게 관련 기사를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정알못 가이드’를 연재합니다.[편집자주]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뭐야”·“나와”·“비켜”·“지금 내 멱살 잡은 거냐”

몸싸움 방지를 위해 도입한 국회 선진화법 이후 약 7년 만에 막말과 고성, 몸싸움으로 얼룩진 동물국회가 재연됐습니다. 공직선거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하는 ‘패스트트랙’ 관련,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과 자유한국당 간 이견 때문입니다.

여야 4당은 당초 합의했던 25일 어떻게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위를 열어 선거법 등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려 했지만 제1야당인 한국당이 “의회 쿠데타이자 폭거”라고 강력 반발하면서 국회는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그러면 정치권 논란 중심에 선 패스트트랙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요?

◇19대 의석 분포, 패스트트랙 이용 이유 없어

여야와 언론이 편의상 패스트트랙이라고 지칭하고 있긴 하지만 국회법에는 패스트트랙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습니다. ‘안건의 신속 처리’를 규정한 국회법 85조 2항의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에 대해 관례상 ‘패스트트랙에 태운다’는 식의 표현을 쓸 뿐입니다.

패스트트랙을 규정한 국회법 85조 2항은 2012년 5월 18대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국회법(일명 국회 선진화법)에서 처음 생긴 조문입니다. 하지만 선진화법을 도입할 당시만 해도 패스트트랙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조항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패스트트랙을 위해서는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또는 안건의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의석분포 상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원내 1당이자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과 원내 2당이자 제1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민주당의 전신) 간 합의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입니다.

2012년 5월은 이미 19대 총선이 끝난 상황이었고 선진화법 역시 19대 국회부터 적용되는 법이었습니다. 그런데 19대 총선 결과 새누리당은 152석, 민주통합당은 127석을 획득했고 다른 원내교섭단체는 없었습니다.

어차피 양당 간 합의가 돼야 법안을 상정시킬 수 있는데 굳이 복잡하게 패스트트랙 절차를 이용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몸싸움 방지와 여야 합의에 의한 법안처리를 위해 선진화법에서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의 경우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로 제한해 놓았으니까요.

이런 조건 탓에 19대 국회에서는 패스트트랙으로 통과된 법안이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사회적 참사법’, 패스트트랙 통과 유일 법안

20대 총선에서 어느 정당도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고 다당제(원내교섭단체 기준) 체제가 형성되면서 상황이 다소 바뀌게 됩니다. 20대 총선 결과를 기준으로 120석대의 의석수를 가진 민주당과 한국당 어느 쪽이든 38석인 국민의당과 손을 잡으면 다른 교섭단체 한쪽을 따돌리고 패스트트랙을 추진할 수 있게 되면서입니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도 패스트트랙이 성사된 경우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슬로우트랙’이라고 불릴 정도로 본회의 상정까지 최대 330일이 걸리는 비효율성과 패스트트랙 추진을 위한 정당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가 쉽지 않았던 게 배경입니다.

실제로 20대 국회가 개원한 지 약 3년이 다 돼 가는 현 시점에서 패스트트랙으로 통과된 법안은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유일합니다. 다만 사회적 참사법 역시 패스트트랙 성사 334일째인 2017년 11월 24일 본회의를 통과해 소관 상임위·법사위·본회의 기한을 최대한으로 다 사용하면서 패스트트랙이란 말을 무색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번 패스트트랙도 불과 1년 전까지 여야 모두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는 게 중론입니다. 만약 선거법 패스트트랙을 예상했다면 20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에서 한국당이 정개특위 위원장 자리를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에게 내주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요.

물론 당시 정의당이 평화당과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공동교섭단체를 꾸리기는 했지만 원내1·2당인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정개특위 위원장직을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 몫으로 배정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것은 인정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배경이야 어찌 됐든 동물국회를 막으려는 국회 선진화법을 통해 도입된 패스트트랙 때문에 동물국회가 재연된 것 자체가 역설적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유태환 (pok203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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