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청담동 스타일이세요?

입력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

서울 청담동의 뷰티살롱에 갔다.

세련된 도시 남녀가 찾아와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타일을 다듬는 공간. 미용실이라는, 익숙하지만 다소 촌스러운 단어 대신 꼭 뷰티살롱이라고 말해야 어울릴 것만 같은 공간. 온갖 패션 트렌드가 만들어져 화려한 불꽃처럼 파급되는, 바로 그곳이다.

뷰티살롱 원장들을 만났을 때, 그들은 한결같이 어깨까지 닿는 길이의 머리카락에 밝은 갈색으로 부분 염색한 나의 헤어스타일에 아쉬움을 표했다.

사실 내 오랜 단골 미용실은 이화여대 앞의, 이름이 그리 알려지지 않은 조그만 곳이다. 뷰티살롱 원장들은 단번에 내 머리가 ‘청담동 스타일’이 아님을 간파했던 것이다.

그들은 개성 있고 어려 보이도록 일자 앞머리를 만들고 입술 선까지 짧은 단발로 잘라내 보자, 입술 선과 턱 선의 중간에서 영화 ‘아멜리에’의 여배우 오드리 토투 머리를 만들어 보자, 전반적으로 다이아몬드 형 머리를 만들어 보자는 제안들을 내놓았다.

고심했다. 청담동 뷰티살롱에 머리를 내맡긴다는 것은 단골 미용실에 대한 일종의 배신이었으며,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었다. 그러나 마음 한 편으로는 ‘왠지 감각적으로 변신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꿈틀거렸다.

○ 첨단 유행의 발상지, 청담동에 가다

‘개성 있고 어려 보이도록 하는’ 콘셉트에 점을 찍었다.

내가 찾아간 뷰티살롱의 남자 원장은 포니테일로 묶은 긴 머리와 콧수염, 파란색 재킷과 아디다스 스니커스 차림이었다. 30대 중반 남자의 시크한 모습이 뭔가 색다른 나의 스타일을 창조해 줄 것만 같았다. 그가 드라마 ‘아일랜드’의 김민정, ‘그 여자네 집’의 김남주 헤어스타일을 만들었다는 사실, 이 일대 패션 리더층을 마니아 군단으로 이끈다는 등의 정보는 나의 신속한 결단을 부추겼다.

토요일 오전 10시 15분, 그러니까 개장시간 15분 늦게 도착했을 때, 원장의 손길을 기다리는 손님은 5명이나 됐다. 원장은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예약제로 운영하고, 나머지 요일에는 선착순으로 한다고 했다. 결국 나는 1시간 후인 11시 15분에야 거울 앞에 앉을 수 있었다. 유명 헤어디자이너에게 머리를 한다는 것은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했다.

뷰티살롱에는 날씬한 청바지와 캐릭터 티셔츠에 발렌시아가 핸드백을 든 여성들이 속속 들어왔다. 깨끗한 피부와 건강한 모발 덕택인지 싱싱해 보였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내 또래 여성은 꽤 스타일리시한 짧은 커팅을 끝낸 뒤 파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님들의 세련된 차림새와 스타일은 내게 ‘트렌드의 중심지’에 와있다는 안도감을 주었다.

원장은 내게 버섯 모양의 커팅을 제안했다. 그는 무슨 아트 작업에 몰입하는 듯한 표정으로 자기 의자의 높낮이까지 수시로 조절해 가며 가위질을 했다. 부분 염색이 가려지는 차분한 갈색 염색과 롤 스트레이트 파마까지 하니 4시간이 꼬박 걸렸다. 나의 달라진 모습은 퍽 낯설었다. 솔직히 지불한 비용에 비하면 대 만족은 아니었다.

이대앞 내 단골 미용실이었다면 반값도 안 됐을 것이다. 그리고 특별히 어색한 느낌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비로소 ‘청담동 헤어스타일’을 했다. 지불한 비용 중 몇 퍼센트가 파마약 가격이며, 몇 퍼센트가 비싼 청담동 건물 임대료 가격이다 등은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 유명 뷰티살롱의 헤어스타일을 했다는 것, 최첨단 트렌드가 집결되는 공간에서 나의 스타일을 완성했다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나의 낯선 모습을 위로하고 있었다.

○ 3세대 뷰티 살롱의 등장

나의 새로운 헤어 드레서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강성우 헤어컴’ 강성우 원장이었다. ‘김청경 헤어페이스’ 등에서 일했던 그는 2002년 자신의 뷰티 살롱을 차렸다. 굳이 구분하자면 ‘3세대’ 헤어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다.

1970, 80년대 이가자, 유지승, 마샬, 박승철, 박준, 이철 등이 새로운 미용실 시대를 연 ‘1세대’ 헤어 디자이너였다면 1990년대 연예인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으로 명성을 얻은 이경민(이경민 포레), 조성아(조성아 헤어폼), 김청경(김청경 헤어페이스), 정샘물(정샘물 인스피레이션), 이희(이희 헤어 앤드 메이크업) 등은 ‘2세대’에 속한다.

본격적 연예인 마케팅에 성공한 2세대는 대개 웨딩과 연예인 메이크업을 전문으로 뷰티 살롱을 차려 헤어 파트를 보강했으며, 청담동 지역에서 최고급 서비스와 최고가 정책을 내세워 지갑이 두둑한 상류층이나 트렌드를 앞서가는 전문직 여성을 고객으로 끌었다.

2000년대 들어 2세대 뷰티 살롱에서 일하던 헤어 디자이너들이 독립해 나오면서 3세대가 시작된다. ‘라 뷰티 코어’의 현태 원장, ‘제니 하우스’의 제니 원장, ‘헤어 위고’ 정승현 원장, ‘아우라 헤어’의 임철우 원장, ‘0809’의 이종문 원장 등이 바로 2세대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3세대 헤어 디자이너다.

최근 국내 패션 트렌드는 이미 막강한 뷰티 파워를 갖춘 2세대와 신흥 3세대가 공존하며 이끈다.

지금은 톱스타가 된 유명 연예인의 신인 시절부터 메이크업을 도왔던 지금의 2세대 원장들은 그 자체로 스타 권력이다. 신애라, 유호정 등과 절친한 이경민 원장과 전지현, 황신혜 등과 친분 깊은 정샘물 원장이 대표적으로 이들은 유명 패션 스타일리스트들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다. 주로 미용학교를 다닌 1세대와 달리 2세대 중에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엘리트’들도 있다.

○ 참살이…고급화…새로운 시도들

3세대 헤어 디자이너 중에는 30대 초, 중반 남성이 많다. 이들은 뷰티 살롱의 중심인 헤어 스타일링에 보다 치중한다. 메트로 섹슈얼의 등장과 함께 남성 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성보다는 권상우, 조인성 등 남성 연예인 마케팅에 특히 공을 들인다.

요즘 남성들의 긴 웨이브 파마 머리, 왁스로 헤어 질감을 살린 섀기 커팅 등은 모두 이들 뷰티 살롱에서 시작돼 널리 퍼진 유행들이다. 고객들은 ‘스스로 감고 만져도 뷰티 살롱에서 머리한 첫날 느낌이 나는 자연스러운 커팅’을 이들 헤어스타일의 장점으로 꼽는다.

2세대와 3세대 모두 참살이와 고급 콘셉트를 내세운다. 파마할 때 플라스틱 헤어롤 대신 머리 수분을 조절하는 나무 헤어롤을 사용하거나, 기능별로 적절한 파티션을 설치해 고급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 스파와 스킨케어는 기본이다. ‘제니 하우스’는 내 집처럼 안락한 공간을 위해 아예 단독 주택을 개조했으며, ‘정샘물 인스피레이션’은 뷰티 살롱 안에서 소규모 미술품 전시회도 연다.

독창적인 메이크업 기술과 디자인으로 독보적 영역을 구축한 2, 3세대 디자이너들은 뷰티 살롱의 브랜드화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다. 원장 스스로의 브랜드 명성에 머무르지 않고 헤어 실장과 메이크업 실장까지 적극적으로 키운다. 정기적으로 만나 최신 트렌드도 공유한다.

자신의 노하우를 집결한 제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다음 달 메이크업 브랜드 ‘비디비치 바이 이경민’을 출시하는 이경민 원장, 지난해부터 ‘비스 바이 이가자’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는 이가자 헤어비스의 한지현 부원장 등이 있다.

과거 1세대들은 지금은 오히려 프랜차이즈 형태로 영업망을 넓혀 기업형 대중화 전략을 취하기 때문에 ‘오트 쿠튀르(개인 맞춤식)’의 희소성을 찾는 트렌드 리더 고객에게는 인기가 시들해진 측면이 있다.

○ ‘입소문’ 통한 마케팅의 위력

청담동의 ‘라 뷰티 코어’는 3세대 중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뷰티 살롱이다.

현태 원장과 민상, 정준 이사 등 30대 남성 디자이너 세 명이 뭉쳐 2003년 10월 청담동에 문을 연 이후 트렌드 리더층 사이에 급부상했다. 헤어 파트의 막강 ‘3인방’을 비롯해 메이크업 파트에서도 ‘투톱 시스템’을 구축했다. 드라마 ‘봄날’의 고현정 투명 메이크업을 담당한 우현증 실장과 한가인 등을 맡는 김규리 실장이다.

80여명의 톱스타급 연예인이 여기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한다. 연예인이 옆자리에 앉아 있는 풍경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연예인만큼이나 세련된 패션 감각을 지닌 고객들은 ‘촌스럽게’ 연예인에게 치근덕거리거나 말 거는 일도 거의 없다.

한 듯 안 한 듯 자연스러운 웨이브가 있는 러블리 파마와 로맨틱 파마는 이곳에서 만들어 유행시켰다. 드라마 ‘풀 하우스’의 송혜교,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명세빈, ‘열여덟 스물아홉’의 박선영 등의 스타일이다. 이 스타일은 패션 전반의 내추럴리즘을 강화했다.

이곳은 아낌없이 광고비를 지출하며, 연예인과 VIP 고객에게 각별한 신경을 쓴다. 이들의 ‘입소문’ 효과를 잘알고 있는 것이다. 고현정이 이곳에 스타일링을 의뢰하게 된 것은 단골인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씨의 주선 덕택이었다.

또 문을 열기 6개월 전부터 홍보실을 두고 헤어 디자이너들의 이름을 ‘브랜드’로 내걸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뷰티 살롱 업계에서 홍보실을 따로 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전략적 홍보와 마케팅 덕분인지 민 이사는 트렌드 리더층의 열광적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연예인보다 더 연예인 같은 외모와 차림새로 늘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낸다.

텔레비전과 비주얼의 영향력이 막강한 이미지 시대에 고객들은 끊임없이 새롭고 트렌디한 스타일을 추구한다. 화려한 비주얼과 입소문을 통해 부지런히 최첨단 트렌드를 만들어 파급시키는 곳, 바로 청담동 뷰티 살롱이다.

글=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사진=강병기 기자 arche@donga.com

그래픽=이진선 기자 gernum@donga.com

▼1920년대 ‘경성미용원’ 국내 여성미용실 1호 광복이후 신여성 - 관리직부인들 업계 이끌어▼

국내에서 여성을 위한 전문 미용실이 등장한 것은 1920년대였다. 당시 경성미용원이라는 이름의 미용실은 ‘얼굴 곱게 하는 곳. 통지만 하시면 설명서를 거저 보냄’이란 광고를 신문에 싣기도 했다. 당시에는 단발머리인 보브 스타일이 유행했다.

1933년 일본에서 미용 공부를 하고 돌아온 여성 오엽주가 화신백화점 안에 경영한 화신미용실은 국내 여성이 경영하는 최초의 미용실이란 점에서 화제가 됐다. 당시 파마 값은 상당히 고가여서 쌀 두 섬 가격이었다. 전기열을 이용한 파마가 유행하면서 모자 패션도 덩달아 유행했다.

이후 광복 직후 미용업에 종사한 여성들은 대부분 신여성이거나 관리직의 부인이었다. 1950, 60년대를 거치면서 여성들이 옷보다 머리에 관심을 더 많이 갖게 되면서 헤어 디자이너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졌다. 영화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 스타일, 가수 윤복희의 쇼트커트 등이 유행했다.

1970년대에는 영국 비달 사순의 기하학적 커트와 뒷목덜미 부위를 길고 가볍게 자른 ‘섀기 커트’가 유행했다. 다소 일본풍인 이 스타일은 지난해부터 다시 유행이다.

1980년대 중반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많은 미용인이 국제 헤어쇼에 참가하게 됐다. 세계 유명 미용 학교인 영국 비달 사순, 이탈리아 토니 앤드 가이 등에서 미용 연수를 했다. 자연스러운 파마 스타일과 머릿결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듯한 펑크스타일이 강세였다.

1990년대부터는 특별히 트렌드를 꼬집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스타일이 공존한다. 남성들이 이발소가 아닌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 최근 트렌드를 선도하는 유명 뷰티 살롱 고객 중 25%는 남성 고객이다. 정수리 부분을 중심으로 둥글고 단정한 스타일을 유지했던 남성들은 점차 자연스러운 커팅과 왁스를 이용한 헤어 질감을 살리는 스타일을 선호한다. (참고: 태평양 50년사 ‘한국생활문화 100년’)

▼유명 뷰티살롱 갈때 이것만은 챙기세요▼

○ 팁을 줘야 하나

원칙적으로 주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보통 유명 뷰티살롱에서는 커트할 때 1만 원, 파마할 때 2만 원 정도의 팁을 주는 고객이 많다. 이들 뷰티 살롱의 커트 가격은 3만∼5만 원, 파마 가격은 8만 원 이상이다. 팁은 디자이너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감겨주거나 차를 가져다주는 스태프에게 준다.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팁을 주지 않는 고객이 많아졌다.

○ 어떻게 헤어 디자이너를 정하나

처음 오는 고객은 원하는 스타일을 묻는 상담 절차를 거쳐 그 스타일에 맞는 디자이너를 권한다. 그러나 유명 디자이너의 경우 철저한 예약제로 진행되는 데다 고객이 많기 때문에 “아무나”라고 말하면 유명 디자이너의 서비스를 받기는 어렵다. 대부분 뷰티 살롱은 호번제를 정해 놓고 고객이 오는 순서대로 배당한다. 유명 디자이너들은 연간 1억 원 이상 번다.

○ 머리 길이에 따라 가격이 다른가

커트, 파마, 염색 모두 머리 길이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라 뷰티 코어’의 단백질 매직 스트레이트 파마는 짧은 머리가 17만 원대, 중간 머리는 19만 원대, 긴 머리는 22만 원대이다. 염색과 코팅을 겸한 헤나 왁스도 짧은 머리는 12만 원대, 중간 머리는 13만 원대, 긴 머리는 16만 원대로 각각 다르다. 단 두피 케어는 머리 길이에 관계없이 가격이 같다.

○ 디자이너 등급별로 가격이 다른가

보통 뷰티 살롱에서는 원장과 일반 디자이너의 두 등급으로 나뉜다. 원장이 직접 스타일링을 담당할 경우 일반 디자이너의 가격보다 많이 받는다. 원장이 헤어 전문일 경우 일반 디자이너의 커트 비용이 3만 원대라면 원장 가격은 4만∼5만 원대이다. 신부 메이크업이 전문인 원장은 일반 디자이너보다 20∼30% 많이 받는다.

○ 헤어-메이크업 제품은 수준이 높나

유명 뷰티 살롱들은 웰라, 아베다, 케라스타즈 등과 계약을 하고 이들 제품을 쓴다. 에코 케어 파마약, 바쥬 에이 샴푸 등도 쓴다. 아토피 피부염과 민감성 두피를 가진 고객에게는 검은콩, 알로에, 황토 성분이 섞인 제품도 쓴다. 메이크업 제품은 콘셉트에 따라 고른다. 메이블린, 에뛰드부터 샤넬, 에스티 로더, 프레시까지 다양하게 사용한다.

○ 메이크업 서비스를 받으려면

‘끌로에’는 쿠폰제를 실시한다. 10회에 50만 원을 내면 헤어와 메이크업을 동시에 받을 수 있어 전문직 여성들에게 인기 있다. 단, 한 달 내에 사용해야 한다. ‘라 뷰티 코어’는 눈썹과 입술의 윤곽 수정을 도와주는 메이크업(5만5000원), 자연스러운 메이크업(11만 원), 중요한 모임이나 사진 촬영에 맞는 정교한 메이크업(22만 원)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한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생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