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사이트 최고 가수, 빌리 아일리시 [음란서생]
빌리 아일리시는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최고 가수로 우뚝 섰다. 전통적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지만, 수록곡이 상위권을 석권했다.
©EPA 빌리 아일리시(아래)는 이제 갓 데뷔작을 발표한 열일곱 살의 싱어송라이터다. 대중음악과 관련해 챙겨야 하는 음악 전문지가 몇 개 있다. 영국의 〈뉴 뮤지컬 익스프레스(NME)〉가 그중 하나다. NME의 글쓰기 지향은 통상 ‘곤조 저널리즘(Gonzo Journalism)’이라 불린다. 우리말로는 ‘선정적인 보도’ 정도로 풀이되는데 많이 빗나간 해석이라고 본다. 그보다는 객관적 시각이 아닌, 대상에 대한 주관적 개입을 강조하는 글쓰기에 가깝다. 1인칭 시점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시사IN〉 독자라면 으레 꿰고 있을 지식을 굳이 강조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뭐랄까, NME의 톤 앤드 매너는 거침없음을 특징으로 한다. 가끔씩 ‘이건 좀 무리수 아냐?’ 싶은 글이 심심찮게 보이는 까닭이기도 하다. 한데 최근 예외가 하나 생겼다. 허풍 같은 그들의 평가를 100% 지지할 만한 뮤지션이 나타난 것이다. 주인공은 빌리 아일리시로, 이제 갓 데뷔작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를 발표한 열일곱 살의 싱어송라이터다. NME가 그를 향해 내린 평가를 먼저 보자. “(앞으로의) 팝 음악은, 의심의 여지없이 이 앨범이 일궈낸 모든 것을 베끼려고 안달할 것이다.”
빌리 아일리시는 이미 스타다. 그것도 젊은 세대가 가장 열광하는 스타다. 그는 1집을 내기 전 발표한 곡과 EP 등을 통해 꽤 찬란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빌리 아일리시가 주목받은 건 빌보드 차트를 통해서가 아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차트 상위권에 안착한 싱글이라고 해봐야 14위를 기록한 ‘Bury a friend’가 전부다. 이렇듯 빌보드 순위가 높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그의 음악이 미국 라디오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빌리 아일리시는 거대 스트리밍 사이트 ‘스포티파이’에서 최고 강자로 우뚝 섰다. ‘Bury a friend’를 포함한 수록곡 3곡이 스포티파이 차트 1위부터 3위를 석권한 게 이를 말해주는 증거다. 즉, 스트리밍(과 유튜브 조회 수) 성적이 워낙 압도적이었기에 빌보드에서도 14위까지 치솟을 수 있었던 셈이다. 한데 이 3곡을 듣고 나면 당신 역시 그의 음악이 라디오에 잘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일 가능성이 높다. ‘Bad guy’ ‘Wish you were gay’ 그리고 ‘Bury a friend’가 지향하는 바는 이를테면 ‘안티팝(anti-pop)’이기 때문이다.
‘안티팝’이자 팝의 미래
최소주의를 지향한 프로듀스, 과하게 꾸미지 않은 선율 등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는 전통적인 관점의 대중성과는 한참 거리가 먼 음악으로 채워진 앨범이다. 위 3곡 외에 리듬과 독특한 보이스만으로 박력 넘치는 분위기를 완성하는 ‘All the good girls go to hell’, 심플하지만 깊이 있는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를 일궈낸 ‘When the party’s over’ 등을 감상해보라. 음반의 주제는 자신이 겪었던 수면장애를 바탕으로 악몽과 고립된 정서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뮤직비디오 역시 이에 걸맞게 한 편의 공포 영화를 연상케 한다는 독후감을 얻고 있다.
섣부른 결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갈수록 라디오와 스트리밍에서 요구하는 대중성이 분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걸 세대 간의 격차라 해석해도 큰 오차는 없지 않을까. 아, 맞다. 라디오 선곡 횟수가 현격하게 적은데도 빌보드를 넘어 세계를 제패한 장르를 우리는 이미 하나 알고 있다. 바로 힙합이다. 빌리 아일리시의 안티팝이 팝의 영역을 넘보는 현재의 풍경은 NME 말마따나 가까운 미래의 역사를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시사IN〉 독자라면 으레 꿰고 있을 지식을 굳이 강조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뭐랄까, NME의 톤 앤드 매너는 거침없음을 특징으로 한다. 가끔씩 ‘이건 좀 무리수 아냐?’ 싶은 글이 심심찮게 보이는 까닭이기도 하다. 한데 최근 예외가 하나 생겼다. 허풍 같은 그들의 평가를 100% 지지할 만한 뮤지션이 나타난 것이다. 주인공은 빌리 아일리시로, 이제 갓 데뷔작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를 발표한 열일곱 살의 싱어송라이터다. NME가 그를 향해 내린 평가를 먼저 보자. “(앞으로의) 팝 음악은, 의심의 여지없이 이 앨범이 일궈낸 모든 것을 베끼려고 안달할 것이다.”
빌리 아일리시는 이미 스타다. 그것도 젊은 세대가 가장 열광하는 스타다. 그는 1집을 내기 전 발표한 곡과 EP 등을 통해 꽤 찬란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빌리 아일리시가 주목받은 건 빌보드 차트를 통해서가 아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차트 상위권에 안착한 싱글이라고 해봐야 14위를 기록한 ‘Bury a friend’가 전부다. 이렇듯 빌보드 순위가 높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그의 음악이 미국 라디오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빌리 아일리시는 거대 스트리밍 사이트 ‘스포티파이’에서 최고 강자로 우뚝 섰다. ‘Bury a friend’를 포함한 수록곡 3곡이 스포티파이 차트 1위부터 3위를 석권한 게 이를 말해주는 증거다. 즉, 스트리밍(과 유튜브 조회 수) 성적이 워낙 압도적이었기에 빌보드에서도 14위까지 치솟을 수 있었던 셈이다. 한데 이 3곡을 듣고 나면 당신 역시 그의 음악이 라디오에 잘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일 가능성이 높다. ‘Bad guy’ ‘Wish you were gay’ 그리고 ‘Bury a friend’가 지향하는 바는 이를테면 ‘안티팝(anti-pop)’이기 때문이다.
‘안티팝’이자 팝의 미래
최소주의를 지향한 프로듀스, 과하게 꾸미지 않은 선율 등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는 전통적인 관점의 대중성과는 한참 거리가 먼 음악으로 채워진 앨범이다. 위 3곡 외에 리듬과 독특한 보이스만으로 박력 넘치는 분위기를 완성하는 ‘All the good girls go to hell’, 심플하지만 깊이 있는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를 일궈낸 ‘When the party’s over’ 등을 감상해보라. 음반의 주제는 자신이 겪었던 수면장애를 바탕으로 악몽과 고립된 정서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뮤직비디오 역시 이에 걸맞게 한 편의 공포 영화를 연상케 한다는 독후감을 얻고 있다.
섣부른 결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갈수록 라디오와 스트리밍에서 요구하는 대중성이 분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걸 세대 간의 격차라 해석해도 큰 오차는 없지 않을까. 아, 맞다. 라디오 선곡 횟수가 현격하게 적은데도 빌보드를 넘어 세계를 제패한 장르를 우리는 이미 하나 알고 있다. 바로 힙합이다. 빌리 아일리시의 안티팝이 팝의 영역을 넘보는 현재의 풍경은 NME 말마따나 가까운 미래의 역사를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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