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환 사보임 논란속 '무기명투표원칙' 위배 지적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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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4.29. 오전 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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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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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사개특위의 이상한 산회
패스트트랙 의결 요건 '무기명 투표' 5분의3 찬성
2016년과 다른 국회 사무처 유권해석…논란 예고

[CBS노컷뉴스 박정환 기자]

안건의 신속처리를 규정한 국회법 85조 2 (사진=국회법령정보센터 캡처)
선거법과 공수처법의 패스트트랙 상정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정면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보임'(辭補任)이 국회법상 '무기명 투표'의 원칙에도 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법 85조2는 패스트트랙 상정 요건으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재적위원 무기명 투표에서 5분의3 이상 찬성으로 정하고 있다.

무기명 투표는 국회 의장이나 부의장 선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률에 대한 재의결, 탄핵이나 제명 등 인사에 관한 사항에 대해 투표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 방식의 투표로 의원들의 자율권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패스트트랙 논란에서 반대의사를 가진 오신환-권은희 의원 대신 찬성의사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채이배-임재훈 의원을 보임한 것은 이런 무기명 투표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바른미래당의 추인이 당론 결정방식을 따르지 않고 다수결 표결원칙에 따라 찬성 12대 반대 11로 겨우 가결됐기 때문에 더욱 그럴수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23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오신환 사보임을 결정했다. (사진=윤창원 기자)
통상 무기명 투표는 임명동의안, 선거 등 개개인의 소신과 양심을 보장하기 위해 행해지는데 현 상황은 개별위원 성향에 따라 사보임을 한 것은 사실상 '기명투표'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상황은 무기명 투표의 원칙과 맞지 않는다"며 "특정 법안(패스트트랙)을 무리하게 통과시키기 위해 대놓고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의원을 무리하게 배치시킨 것 아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국회법 85조 2에 규정된 무기명 투표의 원칙을 엄격하게 해석하면 이런 불법 사보임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 역시 과거에 비슷한 행태를 보여왔다는 지적과는 별개이 이야기다.

여기다 국회 사무처가 28일 이번 사보임이 문제가 없다며 유권해석을 내놓은 것도 또다른 파장을 낳을 수 있다.

국회사무처가 지난 2016년 발간한 국회법 해설서에 따르면 상임위원회 위원은 변경은 회기중에는 할 수 없도록 하되 질병 등 특수한 경우에 의장의 승인을 얻어 하도록 한 국회법 48조 1항과 6항 해설과는 배치된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이 해설서는 2003년 법개정 이전에는 위원 사보임이 자유로왔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인한 낮은 사보임이 위원회의 전문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적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설서는 국회법 48조에 명시된 '위원을 개선(사보임)할 때 임시회의 경우에는 회기 중에 개선될 수 없다'는 조항과 관련해선 "임시회 회기 중 개선된 후 동일 회기 내에 다시 개선되는 등 과도하게 반복되는 사보임을 제한하기 위해 도입됐다"라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2003년에 도입됐는데, 과도한 사보임을 제한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에대해 국회사무처는 "임시회 중 위원을 사보임 할 수 없다고 해석하면 폐회없이 임시회가 계속된다면 사보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며 "이 조항이 개정된 2003년 이후에도 임시회 회기 중 위원의 사보임이 지속해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사무처에 따르면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임시회 회기 중 각 교섭단체 대표로부터 총 238건의 사보임 요청을 받아 모두 재가했다.

논란이 되는 '부득이한 사유'의 경우에는 "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의 의견을 들어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까지 사보임을 원내대표의 의견을 들어 결정해왔고, 이번 바른미래당의 사보임도 이런 관례를 따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정세균 국회의장 시절인 지난 2016년 국회 사무처에서 발간한 '국회법 해설'에 따르면 임시회 등 사보임 제한 규정이 마련된 취지 중 하나는 '의원의 의사에 반하는 사보임'을 막기 위해서였다.

해설서는 "위원의 정상적인 변경사유와 관계없이 교섭단체간 정치적으로 첨예한 대립이 있는 안건과 관련한 정치적 이유 또는 의결정족수의 충족을 위해 당해 위원의 의사에 반하여 수시로 위원개선이 이루어졌다"며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사보임 제한 규정을 뒀다고 설명하고 있다.

해설서는 또 "위원개선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위원의 질병 등으로 인해 위원회 활동이 특히 곤란한 경우로 한정해 엄격히 운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자신의 의사에 반한 사보임을 했다고 주장하는 오신환 의원은 이 해설서를 들며 사무처의 최근 유권해석을 반박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궤변"으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편파적이다"라고 비판하는 상황이다.

사무처 측은 해설서와 관련해선 구체적인 해명은 하지 않았다. 다만 사보임의 권한은 원내대표가 갖고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또 특정 사안을 논의하는 특별위원회에서 각 당의 입장을 관철해야 하는 특성상, 다른 의견을 내는 의원에 대한 원내대표의 사보임은 당연한 권리라는 입장을 내놨다.

사무처 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원내대표가 요구하는 사보임은 다 들어줬다"며 "특히 특위는 각 당이 치열한 협상을 하는 곳으로, 위원을 배치했는데 당과 다른 입장을 취하면 원내대표가 사보임을 시키는 것이 당연한 정치적 상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논란은 확대되고 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지난 2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희상 국회의장과 손학규 당대표에게 오신환, 권은희 의원의 강제 사보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내 패스트트랙 반대파는 '불법 사보임'을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는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오신환, 권은희 의원의 불법 사보임을 당장 취소하고 원위치로 돌려야 한다"며 "두 분이 사개특위에서 양심과 소신에 따를 수 있도록 해달라"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상임위원은 교섭단체 소속 의원 수의 비율에 따라 각 교섭단체 대표의 요청으로 의장이 선임하거나 개선한다'는 국회법 제48조1항을 들어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위원의 사보임은 교섭단체 대표와 국회의장의 고유 권한이라는 것이다.

또 지난 26일 오후 9시20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507호)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의 산회를 두고도 지적이 일 수 있다.

한국당의 회의장 봉쇄 등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애초 220호에서 열려던 회의를 국회 사개특위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의 주도로 507호에서 개최됐는데 이날 회의에는 민주당 의원 8명, 바른미래당 의원 1명이 참석했다.

여기다 한국당 의원 7명도 회의장에 들이닥치며 '불법 회의'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거세게 부딪히는 사이, 바른미래당 임재훈 의원은 자리를 뜨며 회의 시작 1시간 만에 산회됐다.

이상민 위원장은 산회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산회 배경에 양당의 충돌과 함께 '가결정족수' 미달이라는 이유도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회의를 표결을 하더라도 통과 요건인 재적의원 5분의3(18명 중 11명) 찬성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캐스팅보터이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찬성 입장을 밝힌 바른미래당 채이배·임재훈 의원이 자리에 없었다.

역시 찬성 입장인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목포로 떠난 상태였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의원 8명 전원이 찬성해도 패스트트랙은 부결될 위기에 놓였고 이런 상황이 산회선언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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